할리 데이비드슨 부대와 조우썰
2023. 3. 27
전날 자전거샵에 가서 자전거 튜닝과 피팅을 다시 하고 클립리스 페달을 설치했다. 클립리스 페달은 클릿이 있는 자전거 신발을 고정하는 페달로, 효율적으로 페달링을 하기 위해 필수라고 하지만 당황할 경우 혹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페달에서 발을 빠르게 빼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프로 사이클선수들도 1-2년에 한 번은 클릿 때문에 넘어진다고 해서 최대한 미루려고 했으나 (이들은 보통 운동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친 상태에서 멍 때리다 주차장 앞에서 넘어진다고 한다) 팀코치가 빨리 적응하는 게 낫다 말씀하셔서 자전거샵 들리는 김에 설치를 했다.
클릿도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자전거샵 분들이 가장 배우기 쉬운 마운틴바이크용 SPD 클릿을 달아주셨다. 이 클릿의 장점은 끼우고 빼는 것이 다른 클릿에 비해 쉽고 자전거 신발을 신어도 평지를 걷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 샵에 간 김에 주행용 선글라스도 샀다. 자전거에 관한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샵이 있다는 사실은 사전 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심적 스트레스를 크게 덜어준다.
돌아오는 길에 수영장 주차장에 들러 30분 정도 클릿을 끼우고 빼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러니까 지난 일요일 처음으로 팀의 단체라이드에 갔다. 트라이애슬론팀에 가입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근교의 다양한 장소에서 장거리 라이드와 달리기가 진행되니 내가 모르는 새로운 곳에 가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했다.
이번 코스는 언덕이 좀 있지만 턴이 많지 않아서 길을 찾는 게 어렵지 않고 초보자들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라이드 리더가 나온다고 했다. 나는 가장 짧은 18마일 (약 29km) 코스 그룹에 꼈다. 처음 너무 긴장을 해서 gps 시계도 안 켜고 출발, 출발한 지 1분도 안돼서 첫 스탑사인에서 언클립하다가 넘어질 뻔하고.. 출발할 때는 가다가 힘들면 돌아와야지 했는데, 왕복 6차선 끝 차선 한편에서 페달을 돌리며 아무래도 혼자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것 3개:
1.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초보라 라이드 리더가 내 앞, 내 옆, 그리고 내 뒤에서 계속해서 조언을 해주며 함께 자전거를 타준 것이 정말 좋았다. 특히 이번 코스가 큰 언덕이 2개 있고 오르막 내리막(일명 rollers)들이 있어 그때그때 기어 및 브레이크 사용과 몸의 위치선정 등에 대해 이야기해 준 것이 유용했다.
2. 두 번째는, 라이드가 80% 끝날 무렵, 곧 차와 스탑사인이 많은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사실에 잔뜩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데 마침! 단체라이드를 나온 할리데이비슨 부대와 조우한 것이다. 내 뒤에서 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오는 오토바이들과 차선을 공유하며 얼마나 간이 오그라들던지. 다 갔나 싶으면 또 오고, 또 오고... 정말 울고 싶었다.
3. 세 번째는.. 중간에 잠깐 쉴 때 라이드리더가 핸들바 여러 위치에 손을 옮겨 볼 수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속도가 상당한 내리막에서 한 손을 별생각 없이 떼었다가 자전거가 4번 정도 빠르게 갈지자로 휘청거렸다. 나는 약간 각성상태여서 어어어어!!! 하고 넘어갔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라이드리더는 내가 그대로 고꾸라지는 줄 알았다고...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 것은 내가 코어에 힘을 주지 않고 타고 있어서였던 것 같다고, 그리고 내리막에서 그렇게 휘청일 경우 무조건 내가 가야 할 길을 보라고 조언을 받았다.
이번 라이드의 통계를 보니 평균 이동속도 19km/h에 맥스 스피드 40km/h (이 40km/h도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온 것), 평균 심박수 무려 153 bpm였던데, 높은 심박수는 운동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너무 긴장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돌아와서는 그냥 내내 누워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