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시

by 심지훈

오늘 바론이는 네발자전거를 두고 엄마 차로 출근한다. 체험수업이 있는 날이라 늦으면 안 된단다. 출근 전 형 라온이와 아침 영어듣기를 한다. 형제가 나란히 앉아 쫑알쫑알 영어를 듣고 따라 한다.

바론이는 어젯밤 영어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했다. 누가 하라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했다. 엄마가 보니 다른 쪽을 숙제라고 했다. 엄마랑 다시 숙제를 마쳤다. 그래도 흥얼대며 좋탠다.

바론이는 아침에 “오늘은 영어학원은 가는 날”이라고 좋아한다. 체험수업에 영어학원까지 기분이 따봉이다.

형 라온이는 오른쪽 눈 염증이 좋아져 어제 수영장을 다녀왔다. 킥판을 잡고 발을 차며 앞으로 가는 걸 배웠다. 그게 재미있었던지 오늘 아침에도 거실 매트에 누워 흉내낸다.

바론이는 영어에, 라온이는 수영에 재미가 들렸다.

우리 심 즐겁게(라온) 바르게(바론) 형제를 열렬히 응원하는 아침이다.
/심보통 2026.3.19.

▪라온이 메모
어제 점심때 아내와 라온이 반 참관수업을 다녀왔다. 36명 전원이 준비한 시를 낭독했다. 아이들은 시와 함께 편지도 준비했다. 집에 와 라온이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써주었다. 라온이 시 <도형>에 대한 답시도 써 주었다. 라온이가 거실 벽면에 붙이자고 했다. 라온이가 지은 <도형>과 아빠 답시 <도형>이 거실벽에 나란히 붙였다. 어제 보니 라온이의 소재 선택이 남달랐다. 또 하나의 수확은 라온이의 미인 기준을 아비로서 알게 된 것이다. 라온이는 담임선생님이 무척 미인이라고 했다. 직접 보니 화사한 분이다. 장래 며느리 꼴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아내는 “라온이는 어린이집 다닐 때도 그런 꼴을 좋아했다”고 했다. 짜식, 안목이 아비보다 낫다.

<도형>
/글·그림 심라온

동그라미 동글동글
세모 꼭짓점 3개
뾰족뾰족 찔리면 아프지

네모 꼭짓점 4개
네모도 찔리면 아파

별 꼭짓점 5개
찔리면 아프지

도형이 엄청 많아
내 마음도 기뻐!

∙답시
<도형>
/심라온 아빠 심지훈

우리 라온이, 심즐거우니
그린
세모는 꼭짓점이 3개

우리 라온이, 심즐거우니
그린
네모는 꼭짓점이 4개

우리 라온이, 심즐거우니
그린
동그라미는 꼭짓점이
어, 없네

우리 라온이 마음같게
그저
둥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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