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생후 13일된 둘째아들 바론이가 생애 최초의 집으로 들어오는 날이다. 아빠는 너무너무 반갑고 기뻐 형 라온이를 재우고 신새벽에 이 글을 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조리원 면회가 일절 금지됐기로 태어나던 날 한 번, 엄마가 조리원으로 옮겨가던 날 한 번, 이렇게 잠깐 두 번 본 것이 전부였다. 참 요상한 세상이다. 심히 유감이다.
바론이를 만나러 병원에 가던 처서(處暑) 새벽 1시 55분쯤 아빠는 엄마를 데리고 집을 나서기 전 경면주사로 쓴 반야심경(般若心經) 액자와 불심(佛心) 두 글자 액자에 간절한 마음으로 등불을 밝혔단다.
첫째는 네 엄마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둘째는 바론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빠는 불심에 등을 밝히고 이어 반야심경에 등을 밝혔단다.
궁하면 통한댔는데 아마도 그 간절함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엄마한테 이번에는 제때 제대로 무통주사가 들어갔다. 네 형을 낳을 때는 장장 21시간 진통하면서 무통주사를 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체질상 듣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어야만 했다.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정말이지 앞이 캄캄했었다.
엄마도 바론이를 낳기 전 그것이 제일 두려웠다고 했다. 천우신조였다. 간호사가 마취과 당직의사가 지난번과 다른 분이고 게다가 실력이 뛰어난 분이라고 귀띔해줬다. 의사 선생님은 어려울 수 있다고 했지만 명의답게 한 번에 성공시켰다.
엄마는 새벽 2시부터 5시까지는 신세계를 경험하며 룰루랄라 휴대폰도 만지작대는 여유를 부렸었다. 허나 엄마도 아빠도 몰랐던 게 있었다. 아이를 낳을 땐 어쨌든 극심한 고통이 수반된다는 사실이었다.
때가 돼 양수가 터지자 그때부터 엄마는 신음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시간 사투 끝에 바론이는 엄마 표현대로라면 “뿅하고 나왔다.” 아빠는 경험상 네가 그렇게 일찍 나올 것이라고 생각지 못하다 울음소리를 듣고 네 탄생을 알았다.
그런데 네 형이 태어났을 때처럼 네 이목구비를 잘 살피지는 못했다. 엄마가 3년 전 네 형이 태어났을 때 동영상을 남기지 않고 뭐했냐고 타박을 주어 이번에는 동영상만 생각하다 정작 네 몸 하나하나를 살피지를 못했다. 그저 아빠가 본 것이라고는 형처럼 큰 두 손과 흡사 형의 꼴과 닮았다는 것뿐이었다.
아무튼 넌 순산했다! 축하축하. 순산은 엄마가 아이를 무사히 잘 낳았다는 의미다만, 이 ‘잘 낳았다’는 의미는 또 아이가 머리부터 순리대로 태어났다는 뜻이란다. 발부터 나오는 걸 역산이라고 하고, 손부터 나오는 걸 횡산이라고 옛사람들은 말했단다. 역산이나 횡산은 엄마의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산이라 하면 엄마와 아기 모두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란다. 다시 한번 축하축하!
지난주부터 아빠는 바론이 맞을 준비를 했단다. 바론이가 태어난 이튿날 거실에 깔아놓은 매트를 퐁퐁으로 2시간에 걸쳐 뽀득뽀득 닦아 찌든 때를 싹 지웠단다. 엄마가 와서 보면 깜짝 놀랄 거다. 또 한 가지 엄마가 보면 놀랄 것이 있는데, 전기레인지에 검게 밴 찌든 때도 아빠가 철수세미로 말끔히 닦아 새것처럼 만들어놓았단다.
3일 전엔 원래 매주 월요일 집안 청소하던 것을 이번에는 화요일에 청소를 했단다. 조금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널 맞기 위한 아빠의 마음이란다. 수요일과 목요일에 태풍 소식이 있어 늦추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만 대신 수시로 닦아 청결을 유지했단다.
그 다음날은 바론이와 엄마를 데리고 올 자동차 실내청소를 아빠가 2시간에 걸쳐 뽀득뽀득 잘 해두었단다. 실내외 세차비가 12만원이라는데 가만 생각하니 실내청소는 아빠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어 땀은 조금 흘렸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깨끗이 청소했단다.
그리고 어제는 거실에 새 놀이기구도 설치했단다. 조립하는 데만 장장 4시간이 걸렸단다. 이건 명목상 곧 생일을 맞는 네 형을 위한 것이지만, 아마도 실질적인 수혜자는 바론이 너이지 싶다. 복도 많은 녀석! 네가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기 전 12일 동안 아빠와 너무나도 잘 지내준 형이 대견해 엄마아빠가 거금 50만원을 들여 지아지조짐 정글짐를 준비했단다. 너 노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 둘 터이니 훗날 라온이 형에게 고마움을 꼭 전하도록 해라.
또 형도 마땅히 그리 할 테지만 너도 형을 따라 엄마에게 효도(孝道)해라. 아빠한테는 좀 못해도 괜찮다. 네 엄마한테는 꼭 잘하거라. 출산의 고통은 최악의 고통이 10이라고 봤을 때 7정도라고 알려졌다. 남자들이 한생을 살면서 ‘죽을 만큼의 고통’이라고 말하는 병은 폭음에 기름진 음식이나 잔뜩 먹다 걸리는 통풍이라는 것인데 겨우 5정도라고 한다.
엄마한테 효도해야 할 이유가 또 필요할까 싶다만, 너 세이레(생후 21일째) 되는 날 아빠가 너희 형제에게 삶의 지침서를 내리도록 하겠다. 네 형이 태어난 지 302일째(2018.7.7.) 된 날, 아빠가 감격해 하며 ‘네 삶을 네 것인 채로 즐겨라’라고 편지를 써주었다. 그건 총론이다. 때가 되면 각론을 전할 생각이었다. 바론이 세이레 되는 날이 그 때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거듭 아빠엄마의 자식으로 내려와 줘서 고맙다. 네 이름은 아빠가 ‘바른’의 순우리말 ‘바론’에서, 네 형 이름은 ‘즐거운’의 순우리말 ‘라온’에서 각각 길어 올렸다. 우리 네 식구 즐겁고 바르게 잘 살아보자. 우리집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하늘의 씨앗을 잘들 가꿔보자꾸나.
*아빠는 청송심씨(靑松沈氏)고, 엄마는 안동권씨(安東權氏)다. 아빠 본적은 경북 김천시 봉산면 덕천리이고, 엄마 본적은 경북 의성군 점곡면 서변리이다. 아빠의 직업은 스토리텔링 작가이자 언론인이고, 엄마의 직업은 공무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