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던 해 즈음이었다. 몇십 년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그 지역을 찾아간 것은 취업과 관련했던 것 같다. 볼 일을 마치고 배가 고파서 터미널 근처에 있는 빵집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베이커리 보다 보통 빵집이라 불렀다. 빵으로 허기를 채우고 나서야 따뜻한 햇볕이 느껴졌다. 그리고 낯선 곳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 참 좋았다. 갑자기 느껴진 그 행복감은 또렷이 기억한다. 낯선 곳에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자유로움을 느끼게 했나 보다. 거기 있으면서도 떨어져서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 듯한 그 한적함이 좋았다.
내가 그 나이 되도록 집밖에 모르는 사람이구나 짐작했다면 그건 아니다. 소속된 모임들에서 방학 때마다 가는 여행에 거의 빠지지 않았고, 아버지의 봉고차에 조카들까지 가득 태우고 가족여행도 몇 차례 다녀서 대학교 졸업 이전에 이미 국내에 여러 곳을 가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늘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다. 혼자인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날 느낌은 달랐다. 그렇다고 거기가 아주 먼 곳도 아니다. 집에서 차로 삼사십 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배낭여행의 시발점은 ‘낯섬’에 끌리는 자신을 알아챈 그날이었던 것 같다. 안 가본 곳을 찾아가고 안 해본 일을 시도해 보고, 이런 낯선 것들을 찾아다니는 일을 즐겁게 선택하고 있는 것은 그날의 긍정적인 느낌이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도 여행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새로운 기대를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