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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Oct 22. 2021

체력의 한계, 함께 여행하는 친구의 소중함

유럽 여행기 04 : 영국 런던

영국 런던, 위키드 뮤지컬

6일이라는 짧은 시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우리는 모두 지쳐있었고 어느 정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니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런던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기 위해 '위키드' 뮤지컬을 예약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 근처에 위치한 극장으로 향했다. 무대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고 곧 뮤지컬이 시작되었다. 그 어떤 때보다 피곤했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졸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비싼 뮤지컬 티켓을 끊고 와서 졸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우리를 보며 킥킥 댔다. 


뮤지컬 관람을 끝으로 영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글로벌 챌린저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예정대로 독일로 이동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고 런던에서 파리를 경유하여 독일 뮌헨까지 가는 야간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오후 무렵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동했다. 경유하는 시간 동안 파리 북역 앞에 있는 피자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야간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해가 막 뜨고 있을 때 뮌헨에 도착했다. 체력은 거의 바닥난 상태였고 설상가상 뮌헨의 새벽은 뼈가 시리도록 추웠다. 우린 기차역에서 가장 가까운 빵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몸을 녹이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모든 짐을 뮌헨 역 라커에 맡기고 역을 빠져나왔다. 뮌헨의 미술관에 들리고 근처 유명한 펍에서 1,000cc짜리 맥주와 소시지를 먹었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던 우리는 런던에서 만큼의 흥미는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한 번 더 야간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이동했다. 이틀 동안 야간 기차로 4개국 이동이라는 빡빡한 일정을 진행한 것이다. 계획을 짤 때만 해도 우리는 젊으니까 뭐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여행'이라기보다는 '이동과 노동'이라는 말이 더 맞았다.    


쉴틈 없는 일정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체력이 바닥나자 우리는 예민해졌고 서로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아, B가 너무 무리하게 스케줄을 잡은 것 같아.”, “맞아요. 너무 힘들어요. 더 이상 못 하겠어요.” 우리는 점점 대화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마다 관광지를 들려야 했기에 우리의 상황은 더욱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은 2대2로 편이 나눠져 서로와는 말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유치하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옳은 줄 알았다. 친구 B의 계획대로 여행을 다니다가는 여행을 마치기 전에 몸져누울 판이었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 우리는 서로 말도 하지 않고 길을 걸었다. 그러다 한 무리의 남자들을 만났다.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그들은 손으로 눈을 찢으며 놀리듯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순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한국말로 욕을 하며 받아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는지 당황스러워하며 도망치듯 우리를 지나쳐 가버렸다. 그 모습에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음이 빵 터져 버렸다. 10명이 넘는 남자들이 소리를 지르니 사실 우리 모두 무서웠지만 함께 있어 용기가 났던 것이다.


체력의 한계로 예민해지고 일정에 대해 의견이 달라 서로 투닥거렸지만 결국 우리는 한 팀이었다. 낯선 곳에서 가장 서로를 위하고 도와줄 수 있는 친구였다. 그날 저녁 맥주를 한 잔 하며 일주일간의 여행을 뒤돌아보았다. 힘들었던 기억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든 순간이 우리에게 값진 추억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성숙해지고 친구와 돈독해지는 시간이었다. 첫 여행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만나면 그때의 일을 회상한다. 마치 그 시절의 우리가 함께 하는 것처럼 뭉클한 마음이 들며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떠들썩하게 웃곤 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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