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힐 커뮤니티의 사람들

유럽 여행기 03 : 영국 캠프힐 커뮤니티

by 이지

글로벌 챌린저 프로젝트는 우연의 연속과 현지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진행되었다. 서머힐 학교 방문을 마친 뒤, 다음 목적지는 영국에서 시작된 장애인 생활 공동체, 캠프힐 커뮤니티였다. 영국 전역에 여섯 곳이 있다는 캠프히 중에서 우리는 런던에서 가장 가까운 캠프힐 공동체를 방문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세 시간을 이동하여 도착한 마을은 조용했다. 조용한 길을 따라 예쁜 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다른 리듬의 세상이 시작되는 듯한 평화로운 공기가 흘렀다. 넓은 주택 단지를 한참 걸어 들어가자, 캠프힐의 입구가 보였다.


캠프힐 커뮤니티

캠프힐의 입구애는 담장이 없었다. 마당을 중심으로 2층짜리 영국식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담장이 없다는 사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철학은 그 한 장면에 다 담겨 있었다.


건물 앞에서 우리를 발견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매니저를 만나러 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건물에서 나온 한국인 청년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이곳의 자원봉사자 코워커였다. 그의 안내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매니저가 책상 앞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코워커가 우리를 소개했다.

"한국에서 오신 학생들이에요. 영국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 인터뷰하러 왔다고 합니다."

그 순간, '멀리서 온 이방인'이라는 낯섦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한국인 코워커의 도움 덕분에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매니저는 커뮤니티의 운영 방식과 교육 철학, 그리고 그 안의 생활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곳에는 많은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있다고 했다.


캠프힐 커뮤니티

잠시 후, 우리가 방문한 소식이 퍼졌는지 커뮤니티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들, 장애가 있든 없든 모두 자연스러웠다. 그들의 표정엔 불편함도, 거리낌도 없었다.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보통 장애인 공동체라 하면 떠올리는 차갑고 조용한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이곳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마을이었다. 장애의 유무가 아닌 '함께 산다.'는 사실만이 이들을 묶고 있었다. 그 단순한 원칙이 얼마나 큰 평화를 만들어내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캠프힐 커뮤니티

이후 우리는 카페에 모여 한국인 코워커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엔 어떻게 오셨어요?"

누군가는 유학 중 봉사를 위해, 또 다른 이는 한국에서 직접 지원해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급여는 없지만 숙식이 제공되고 소정의 용돈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 머무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여긴 경쟁이 없어요."


코워커들은 네 명의 장애인과 함께 지내며 아침과 저녁을 함께 먹고, 일을 돕고, 하루를 같이 마감한다. 그들의 삶은 봉사가 아니라, '공존'이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곳이라니, 정말 멋져요."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들의 삶은 평화로웠고, 자연스러웠다. 아무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저 함께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캠프힐에서 같이한 시간

모두 모여 앉아 간식을 먹었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그들은 오늘 밤 커뮤니티에서 열리는 파티에 우리를 초대했다. 하지만 몸이 좋지 않았고, 짐도 런던 숙소에 있었다. 아쉬웠지만 결국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날 밤의 파티는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을 스스로 놓쳐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세 시간을 달려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 몸은 완전히 지쳐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감기가 심해졌고, 다음날 예정된 인터뷰는 친구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카페 창가에 앉아,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밤소리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어제까지 반짝이던 런던의 불빛이 그날따라 회색빛이었다. 체력이 약해지자 마음의 여유도 함께 사라졌다. 그때 깨달았다. 여행의 가장 큰 적은 피로나 외로움이 아니라, 마음을 닫아버리는 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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