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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Oct 24. 2021

'투어'의 재미에 푹 빠지다

유럽 여행기 07 : 이탈리아 로마

이탈리아 로마, 야경투어

한인 민박에는 한국인을 위한 여행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았던 점 하나를 뽑으라면 단연코 투어라 할 수 있다. 로마에서 할 수 있는 여행 투어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야경 투어, 바티칸 투어, 이탈리아 중부 투어, 시칠리아 투어가 있었고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바티칸 투어였다. 숙소에 도착해 민박집 누나는 간단히 로마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고 한 시간 후에 출발하는 야경투어를 권했다. 야경투어는 무료이고 신청하면 바로 참가할 수 있었다. 투어를 다녀와서 가이드가 마음에 들면 그 가이드와 함께 바티칸 투어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


야경투어를 하며 숙소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투어를 마친 후 민박집 부엌 테이블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혼자 여행을 오신 50대 아주머니 한 분과 20대 친구 한 쌍과 누나 한 명이 다음날 바티칸 투어를 함께하기로 했다. 아주머니는 평생의 꿈이었던 유럽 배낭여행을 이제야 이뤘다며 기뻐하셨다.


혼자 여행을 온 누나는 스페인에서 유학 중이었고 방학을 맞아 로마로 여행을 왔다. 로마에 온 이유는 오직 바티칸 투어 때문이라고 했다.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을 볼 수 있으며 가이드의 설명은 섬세하고 지루할 틈이 없어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오직 바티칸 투어를 한 번 더 할 목적으로 로마에 온 것이었다.


여행을 하기 전 나는 친구 B의 권유로 함께 미학 강의를 들었었다. 철학과의 전공 수업이었지만 교수님의 수업이 재미있다며 추천한 것이다. 학점이 잘 나올 것 같지 않았지만 친구와 함께 수업 시간표를 맞추기 위해 강의를 들었다. 수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미학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작가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마네, 모네, 세잔느 등의 인상주의 화가 작품들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빛을 붓으로 표현해 낸 인상주의 그림들이 많은 그림들 중 가장 크게 마음에 와닿았다.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미술관


친구와 나는 모든 도시에 있는 미술관을 들려 작품들을 감상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어 대부분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었다. 책으로 보지 못했던 작품들부터 책에서 보았던 작품들까지 정말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은 작가의 붓터치가 세세하게 느껴졌다. 붓질을 하며 생기는 물결치는 물감의 모양을 하나하나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책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보면 그림에 진짜 빛이 내리쬐는 듯했다.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누나의 말에 홀린 듯 바로 바티칸 투어를 예약했다.


다음날 아침 바티칸 투어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20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고 가이드는 어제 야경투어를 진행했던 가이드였다. 가이드는 모두에게 이어폰과 수신기를 나누어 주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가이드를 따라 버스를 타고 바티칸 시국까지 이동했다. 바티칸 시국은 입국 절차를 밟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실제 입국을 하는 듯 몸과 짐을 수색했고 여권을 확인하고 나서야 입장이 가능했다.


이탈리아 로마, 미켈란젤로 피에타 상

가이드의 설명은 현란하다 못해 예술의 경지였다. 바티칸 미술관의 대표 작품들의 서사와 이야기들은 눈과 귀를 홀려 버렸다. 하루 종일 많은 작품들을 만났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이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이 천장화로 미켈란젤로는 최고의 명성을 얻었지만 프레스코화 작업을 하며 눈으로 들어간 가루 때문에 시력을 점점 잃는 고통을 겪게 된다.


작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보며 또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르네상스, 고전주의, 인상주의 역사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이곳이 왜 이렇게도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친구의 권유로 미학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내가 유럽에서 이만큼 즐기고 배울 수 있었을까.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알아야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모르고 그냥 지나갈 법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것도 여행의 한 재미이다. 즐거운 여행을 위한 것은 물론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매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는 학창시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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