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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Oct 24. 2021

한인 민박의 낭만

유럽 여행기 09 : 프랑스 파리

스위스를 떠나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전날까지 숙소를 예약하지 못했던 우리는 기차역 앞에 서서 미리 번호를 찾아온 숙소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모두 인기가 많은 숙소였던지라 오늘 우리가 묵을 수 있는 침대는 없었다. 다행히도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던 민박 사장님의 소개를 통해 숙박이 가능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내에서 지하철로 30분을 가야 하는 곳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숙소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고 출발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민박 사장님이 나와 계셨다. 우리는 사장님을 따라 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했다. 숙소는 낭만적이었던 파리의 분위기와 다르게 높은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골목길에 있는 숙소는 아기자기한 마당이 있는 2층짜리의 작은 건물이었다. 마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프랑스 파리, 한인 민박

남자 방에 사람들이 모두 두러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미 무르익은 분위기에 위축되어 침대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다. 씻고 자리에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신이 난 듯 놀고 있었다. 함께 어우러져 놀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피곤함에 잠을 청해 보기로 했다. 이불을 덮고 눕자 사람들이 말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같이 놀아요. 맥주도 공짜예요. 사장님이 준비해주셨어요."

자려고 했던 마음이 확 달아나고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를 한 캔 땄다. 얼떨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새벽까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곤함도 잠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삶과 여행을 공유했다. 유럽 배낭 여행객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연대감을 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프랑스 파리, 한인 민박

이처럼 유럽의 한인 민박에서 여행객들이 소통하는 파티 문화가 시작되었다. 이런 문화가 곧 제주도에 들어왔다. 제주도의 올레길 열풍과 더불어 게스트 하우스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게스트 하우스는 유럽의 한인 민박처럼 파티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유럽의 한인 민박은 한식과 맥주를 제공하거나 각자 준비한 술을 마신다.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는 숙박비 외에 파티비를 별도로 받는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 삶의 목표와 여정 그리고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문화가 꽃을 피웠다. 거기에 여행 가이드의 깊이 있는 문화 설명이 더해지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그날 숙소에 함께 묵었던 우리 모두는 친구가 되었다. 누나, 형, 동생들이었지만 친구처럼 편안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행을 함께하는 그 순간만큼은 가족이었다. 여행을 하고 돌아와 낯선 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술을 한 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배낭여행의 가장 큰 매력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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