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 Oct 24. 2021

좌충우돌 엉뚱한 막내

유럽 여행기 08 : 스위스 인터라겐

여행을 오기 전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막내였다. 글로벌 챌린저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도 보고서를 실제 쓰는 것은 막내였다. 우린 옆에서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말만 많았다. 여행을 와서도 숙소를 찾고 예약을 하는 것은 막내 담당이었다. 착하고 똑똑한 막내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매사에 진지했던 막내는 귀여웠고 가끔씩 엉뚱한 모습에 우린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막내의 행동이 우리의 활력소가 된 것이다. 막내의 행동을 흉내내기도 하고 놀리며 짓궂게 놀리는 우리를 막내는 아무렇지 않은 듯 "형, 그만해요. 뭐가 그렇게 웃겨요?"라며 함께 웃곤 했다. 영어로 대화를 할 때 습관처럼 붙는 'I think... ' 도 귀여운 막내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스위스행 기차 안


로마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우연히 일본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같은 좌석에 앉은 우린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금방 친해졌다. 지나가며 우리를 본 외국인들은 같은 동양인이 짧은 영어로 열심히 대화하고 웃는 우리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을지도 모른다. 긴 시간 기차로 이동을 해야 했던 우린 긴 대화 끝에 친해졌고 초대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신나 떠들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막내의 일본어가 시작됐다. 

"혼또니.."

막내의 진지한 모습에 우리는 빵 터져 버렸다. 막내가 자주 사용하던 'I think...'의 일본어 버전이었다. 결국 그날 이후로 막내의 별명은 '혼또니'가 되었다.


스위스 인터라켄


베네치아를 떠나 스위스 인터라켄에 도착하여 환전을 해야 했다. 스위스는 '유로'를 쓰지 않고 '스위스 프랑'을 쓰는 나라였다. 하지만 기차역 어디에도 환전소가 보이지 않아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님과 학생들이 단체로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스위스 여행을 마치고 떠나는 모습으로 보였다. 막내는 교수님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스위스 인터라켄

막내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교수님께 인사를 하며 물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혹시 '유랑' 환전하는 곳 아시나요?" 이 말을 듣고 있던 교수님과 우리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시간이 멈춘 듯 우린 서로를 바라보고 섰다. 그리고 그 말을 이해한 교수님은 말했다. "아, 스위스 프랑이요. 기차역 밖에 ATM기에서 인출하면 될 거예요." 우리는 교수님과 함께 웃어버리고 말았다.



영국 런던


막내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었다. 이것저것 시키기만 하는 형들 때문이었겠지만 막내는 가끔씩 기분이 안 좋으면 표정이 변하곤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할 때면 우린 서로를 놀려대곤 했다. 특히 막내는 표정이 놀림 대상이었다. "막내는 기분이 안 좋으면 인중이 너무 커져." 우리는 그 말에 모두 웃음이 터져 버렸다. 그때부터는 막내의 인중을 보면 막내 기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베네치아


미로처럼 복잡한 베네치아의 길을 다니며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있던 성당에서 미사 소리가 새어 나왔다. 천주교 신자였던 막내는 갑자기 길을 멈췄다. 

"형, 저 미사를 꼭 보고 싶었어요. 미사 보고 숙소로 갈게요. 먼저 가세요."

"길도 복잡한데 혼자 올 수 있겠어? 오늘은 늦었고 어두우니까 우선 숙소로 돌아가자."

복잡한 길에 숙소에 혼자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되어 다음날 성당에 가는 것을 권했지만 막내는 미사를 보기 위해 성당에 들어갔다. 저녁에 숙소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던 우린 숙소로 돌아왔다.


미로같은 길을 헤치고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2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이 지나도 막내가 돌아오지 않아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막내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려던 순간 막내에게서 국제 전화가 왔다. "형... 저 길을 잃었어요. 도와주세요." 막내는 길을 잃고 1시간을 헤매다 결국 전화를 한 것이다. 막내는 울고 있었다. 숙소에 있던 민박 주인과 우리는 막내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겨우 막내를 찾아 숙소로 돌아왔다. 지쳐버린 막내를 보니 웃음이 났다.



여행 내내 폭탄처럼 펑펑 터지는 막내의 엉뚱함에 우린 지칠 틈이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캔을 하며 그날 있었던 에피소드 때문에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막내의 모습이 우리의 엔돌핀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투어'의 재미에 푹 빠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