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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Jun 09. 2019

우리도 힘을 가지려면 잡지 합시다!

당시 우리가 담당하고 있던 연예인은 이주노 기획사와 양군기획의 가수들, 그리고 서태지와아이들 로드매니저가 설립한 기획사의 가수들이었다. 그 중 HOT가 있었다. HOT는 초반에 그렇고 그런 아이돌그룹 중 하나였다. 어떤 그룹과도 차별화되지 않았고, 초반에는 영턱스클럽보다 인기가 없었다.

지금은 SM이 어마어마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지만, 사실 당시에는 이수만이 사장인지도 몰랐다. 우리가 HOT와 계약할 수 있었던 건 서태지와아이들 매니저를 하던 분이 HOT의 매니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인맥으로 HOT의 초상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HOT는 많은 부분에서 서태지와아이들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했다. 앨범을 내고 활동한 뒤 휴식기를 가진다든가, 신비주의를 전면에 내세운다든가, 10대 아이들의 힘든 부분을 분노하는 목소리로 내질러준다든가.(‘전사의 후예’ 같은 노래) 그런 부분이 대중적으로 어필했다. 그러면서 HOT는 고만고만한 여러 아이돌 중 군계일학으로 성장했다.


그러자 기획사에서 우리에게 줬던 초상권을 도로 거둬갔다. 자기들이 팬클럽 관리도 할테니 초상권도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다.

사장님은 그 일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우리가 하루아침에 초상권을 뺏긴 이유는 우리에게 힘이 없기 때문이고, 그 힘이란 언론의 힘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도 잡지를 만들자고 하셨다.


잡지? 연예잡지??

나는 쾌재를 불렀다. 카피라이터만큼이나 되고 싶었던 것이 잡지 기자였다. 나는 일생 동안 항상 잡지를 좋아했다. 외갓집에 가서 이모의 침대 밑에 숨어있는 ‘레이디경향’을 훔쳐보고, 아모레에서 나오는 ‘향장’을 매월 챙겨보며, 교통사고 났을 때 병원 침상에 누워서도 선물로 받은 ‘여학생’을 보는 게 좋아서 입원 생활을 즐겼다. 이후에도 ‘페이퍼’, ‘씨네21’ 등 내가 좋아하는 잡지의 목록은 길고, 내가 아는 많은 지식들은 잡지에서 왔다.

그런 내가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할 수 있게 되다니!! 꿈만 같았다.


당시 연예 월간지의 양대산맥이었던 포토뮤직과 뮤직라이프

당시 연예 월간지의 양대산맥은 포토뮤직과 뮤직라이프였다. 팝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핫뮤직과 GMV를 샀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스크린과 로드쇼를 샀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오빠들의 화보에 열광하는’ 10대 청소년 독자는 주로 포토뮤직과 뮤직라이프를 샀다. 

때 마침 뮤직라이프에서 일하던 기자들이 무슨 일 때문인지 회사 대표와 충돌하고 일괄사표를 냈다. 우리 사장님은 그 기자들을 일괄 채용했다. 뮤직라이프 편집실이 통째로 우리 회사로 들어온 격이다. 나는 그 편집부의 막내 기자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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