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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Jul 08. 2019

내가 저스틴 팀벌레이크를 만났다고?

엔싱크(Nsync)와의 특별한 인연 

나에게 가장 잊히지 않는 내한 그룹이라면 단연 ‘엔싱크(N Sync)’다. 

맞다, 저스틴 팀벌레이크가 데뷔했던 그룹 엔싱크! 

나는 지금도 저스틴 팀벌레이크를 비롯한 엔싱크 멤버들이 직접 사인한 CD를 가지고 있고, 그들은 신사동 후미진 골목의 우리 스튜디오에 방문해 나의 콩글리쉬에 따라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해주었다.

나중에 저스틴 팀벌레이크가 카메론 디아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세계적인 스타와 염문을 뿌리고 유명해졌을 때, 믿기지 않아서 ‘내가 봤던 그 사람이 저스틴 팀벌레이크가 맞나?’ ‘내가 엔싱크와 인터뷰를 했던 게 꿈은 아니었나?’ 의심하곤 했다.


엔싱크는 당시 쌩초짜 신인 아이돌이었다. 비슷한 때에 백스트리트 보이즈도 내한했는데, 그들과 비교해도 이름없는 신인이었고, 한국의 HOT나 젝스키스 등과 비교해도 위상이 떨어졌다. 엔싱크가 내한할 때 음반사 측에서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HOT와 함께 광고를 찍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한다. 스포츠 브랜드에서 HOT만 잡아올 수 있다면 모델로 세워주겠다고 했다는데, HOT측에서 엔싱크라니 웬 듣보잡 그룹이냐며 그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정도의 초라한 인기였으니 우리 잡지사처럼 작은 월간지 스튜디오를 기꺼이 방문했겠지.


그들은 내한해서 호텔 기자회견과 쇼케이스를 했고, 이후에 개별 잡지사나 방송국을 다니면서 인터뷰와 촬영을 했다. 그 중에 우리 잡지사도 끼어있었다. 

우리 잡지사에 해외 가수가 직접 와서 촬영을 한 건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아직 1년차도 안된 신입 기자인 내가 메인이 되어 촬영을 지휘하고, 통역가를 대동하여 인터뷰도 해야 했으니 나로서도 굉장히 부담되는 자리였다. 선배들은 드디어 우리 신입이 이런 일도 할 수 있게 된 건가 대견한 눈빛으로 (실은 걱정이 되어) 몇몇은 남아서 지켜보기도 했다.  

우리 스튜디오에서 찍은 엔싱크 사진과 인터뷰 기사

엔싱크는 봉고차를 타고 왔다. 지하 스튜디오로 안내하면서 내가 했던 영어라고는 “투게더.” “싯 다운 플리즈.” 같은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외국인들 앞에서 입이 어는 사진기자는 나에게 영어를 잘한다며 치켜세웠고, 엔싱크는 신인 그룹답게 촬영자가 원하는대로 갖가지 포즈를 역동적으로 취해주며 최선을 다했다.

사실 그때의 저스틴 팀벌레이크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내가 써놓은 기사를 보면 그는 팀의 막내라 어리광이 있고 피곤할 때는 피곤한 티를 내는 아이였던 것 같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멤버들 중 가장 잘 생겼고, 자신의 매력과 미모를 아는 아이였다. 

그때 나에게 큰 인상을 준 사람은 저스틴이 아니라 크리스였다. 스튜디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크리스가 아니라고, 자기들이 한국에 왔는데 한국말을 못해서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나 그때 심쿵했다. 이렇게 스윗하고 예의바른 아이돌이라니!!

그 달에 무려 4p의 기사가 나갔고(해외 가수 중에 이렇게 많은 분량은 처음이었다), 다음 달에는 팩스 인터뷰를 한번 더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엔싱크는 생각만큼 빵 뜨질 못했고, 이후에는 기사가 나가지 않았다. 나는 내 취재원에 대한 의리로 백스트리트 보이즈보다는 엔싱크의 음반을 더 열심히 들으며 좋아했지만, 잡지사를 관두고부터는 아웃오브안중이었다. 

엔싱크 멤버들이 직접 사인해준 CD

10여 년을 그들과 상관없는 일을 하며 살던 어느 날, 영화를 보는데 처음 보는 신선한 마스크의 배우가 출연하길래 누군가 싶어 검색을 했다가 저스틴 팀벌레이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엔싱크로 데뷔했다는 프로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엔싱크? 그 엔싱크??” 하면서 먼지 앉은 CD장을 싹 다 뒤져 엔싱크 CD를 꺼내봤더니 다섯 명의 멤버 사인 안에 저스틴 팀벌레이크의 사인도 있었다. @.@

와...쟤를 내가 직접 만났어!! 악수도 하고, “싯다운 플리즈”하라며 막 지시도 하고, 인터뷰도 했어. 그들이 키우던 다마고치를 구경하기도 했지. 신기하기 이를데 없었다. 

다만 뒤이어 ‘이 사인이 든 음반을 옥션에 올리고 경매 붙이면 누가 비싼 돈으로 사줄까?’ 하는 속물적인 생각이 든 걸 보면 나도 참 나이 먹었구나 싶었다. 사실 경매에 내놓을 수도 없다. 이사 다니는 와중에 CD케이스가 깨져서 뚜껑이 잘 닫히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간직하고 있다.

어쨌든 저스틴 팀벌레이크는 아마도 내가 태어나 만난 사람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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