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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Aug 07. 2019

최애배우 김현주

그 첫번째 이야기 

연예기자 생활을 1년도 못채웠기에 개인적으로 친해진 연예인은 별로 없다. 그때까지도 나는 연예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생각을 고칠만큼 연예인들을 겪어보기도 전에 일을 그만두었고, 잡지는 폐간하는 바람에 여전히 지금도 연예인을 보면 신기하다.

사람을 두어번 보고도 형동생 먹는 오지랖 넓고 넉살좋은 성격도 있지만, 나는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이다. 그런 중에도 개인적으로 친해진 연예인이 바로 배우 김현주다.

지금도 김현주를 처음 만난 청담동 카페가 기억난다.

신인탤런트인데 이름이 김현주라는 사실만 알고 인터뷰를 하러 갔다. 사진도 본 적 없고, 어떤 외모라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도착해서 김현주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의 시처럼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김현주였다가, 김현주일 것이었다가 문이 닫혔다. 그곳은 청담동이었다. 웬만한 여자들은 다 연예인 뺨치게 예쁜 동네다. 긴 생머리에, 빡센 메이크업과 명품 옷, 하이힐 차림새로 들어오는 늘씬한 여자가 한 둘이어야지. 문이 열릴 때마다 ‘저 사람일까? 아닌가?’ 따져보느라 바빴다. 내 눈에는 죄다 연예인 같았다. 그렇게 대여섯 명의 여자가 차례로 문을 열고 들어왔고, 다시 문이 열리는데...그 순간 알았다! 바로 저 사람이 김현주다! 

상큼한 미소의 뛰어나게 예쁜 여자. 연예인이란 저렇게 예쁘구나, 한 차원 다르게 아름답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특별히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메이크업이 진한 것도 아닌데, 들어오는 순간 저절로 알게 된다.

김현주는 꽃무늬 샤랄라한 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반머리로 묶은 생머리로 등장했다. 청담동의 럭셔리한 느낌과는 달랐지만, 보는 순간 주변이 다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성격도 싹싹하고 명랑해서 첫 인터뷰 때부터 말이 통했고, 인터뷰 하는 내내 즐거웠다. <내가 사는 이유>라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고 했다. 신입 작부로 나온다고 했다. 당시에도 ‘작부’라는 말은 옛말이라 좀 생소했고, 과연 이 상큼하고 귀여운 아이가 어떻게 작부 연기를 한다는 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내가 사는 이유]에 출연할 당시 김현주

기사를 넘기고 <내가 사는 이유>를 기다려서 봤다. 이영애와 손창민이 작부와 막노동판 일꾼을 연기했는데, 공주같은 작부, 왕자같은 막노동꾼이라며 비판을 좀 받았던 드라마다. 워낙 그런 밑바닥 인생들을 연기한 적 없는 배우들인데다 워낙 예쁘고 잘생겨서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고들 했다. 몇 회나 방영되었는데, 김현주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초반에 기선을 제압했던 신인배우는 강성연이다. 나는 강성연이 캐릭터 강한 작부로 나오길래 캐스팅 마지막 순간에 김현주에서 강성연으로 배우가 바뀐 건가 싶었다. 신인배우는 캐스팅 다 된 줄 알았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엎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행히도 강성연 밑에서 일을 배우는 진짜 철딱서니 없는 작부로 김현주가 나왔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5~6회는 족히 지난 시점에 투입되었다. 그녀는 애교많고 천진하면서 젓가락 장단 잘 두드리는 작부연기를 천연덕스럽게도 잘해냈다. 뭐를 물어도 대답으로 "몰라요" 밖에 안해서, '몰라양'이라는 별명이 붙는 캐릭터였다. 첫 방송을 보고 잘 봤다고 삐삐로 메시지를 넣었다. 기대도 안했는데, 금방 답이 도착했다. 고맙다며 연기 괜찮았냐며 현주가 직접 녹음한 메시지였다.

이렇게 우리는 개인적으로 삐삐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선배들은 그런 나를 보며 “너 그러다 김현주 절친되는 거 아니니?” 놀리기도 했다. 


현주가 무명 신인에서 갑자기 주목받게 된 계기는 이홍렬쇼에서 출연하면서다. 신인배우 특집으로 여배우가 3~4명 나왔는데, 그 중 김현주는 최약체였다. 다른 배우들은 모델이나 연기 등으로 눈도장을 찍고 이름도 좀 알려진 얼굴들이었지만 김현주는 생짜 신인이었다. 잡지 쎄시 모델로 데뷔해 첫 연기가 <내가 사는 이유>였고, 이름도 너무나 평범한 김현주라 웬만해선 기억하기 힘들다. 그런데 토크쇼에서 몸을 사리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현주는 워낙 솔직하게 말을 잘했다. 망가져도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자기 할 얘기를 다 했다. 이홍렬마저도 보다가 이런 여배우 처음이라며 무척 좋아했다. 토크쇼가 끝나갈 때 보니 다른 여배우들이 “얘는 뭐지?”하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그때부터 김현주는 차곡차곡 이름을 얻어가며 배우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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