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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영상산업의 성공신화_그 비밀을 파헤치다

어딜 가나 요즘 K-콘텐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은 오징어게임을 이야기하고 케데헌을 이야기하죠. 그리곤 한마디를 덧붙이죠. 조그마한 나라 한국에서 어떻게 이렇게 새로운 콘텐츠들이 계속 나오느냐고 말이죠? 그때그때 대답을 하긴 했습니다만, 말을 하고 나면 조금 아쉽더라고요. 조금은 체계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구요. 그들의 눈에는 성공한 산업,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아직은 갈 길이 먼 산업, 이게 겨우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 생각도 정리할 겸 말이죠. 한번 따라와 보시겠어요


1. 분석을 위한 세 가지 틀


들뜰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죠. K-pop에서나 있을 법한 것들이 K-drama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초록색 운동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목숨을 건 게임에 뛰어들고,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좀비들이 창궐하며, 한 여성 변호사의 따뜻하고 엉뚱한 시선이 전 세계를 사로잡습니다. 매 연말이면 놓치지 말아야 할 한국 드라마를 선별해서 소개해주는 기사가 뉴욕타임스에도, 가다언에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VCR 테이프를 구하거나, 소수의 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막을 공유하며 즐기던 '마니아의 문화'였던 한국의 드라마였는데, 이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순위표 최상단을 차지하며 '오늘 뭘 볼까' 고민하는 전 세계인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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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거실에서, 유럽의 카페에서, 북미의 기숙사에서 한국 배우들의 대사에 함께 울고 웃는 시대. 이것을 단순한 '인기'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현상'이 된 것이죠. 돌이켜보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습니다. K-콘텐츠의 눈부신 성공은 단순히 "재미있어서" 혹은 "우연히"라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경이로운 결과물입니다. 물론 아직은 갈길이 멉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제 겨우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한 셈일 뿐 산업적으로 대세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K-drama의 구매 가격은 아직 높지 않고, 여전히 가성비를 따지는 국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글로벌 인지도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죠. 우리가 언제 그런 적이 있나요. 그러니 현재까지 온 결과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오늘의 성과를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됩니다. 다만 동시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언제나처럼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오늘의 성과가 누군가의 전유물은 아닐 겁니다.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마치 잘 짜인 영화처럼 수십 년에 걸쳐 얽히고 설킨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거대한 서사가 숨어있습니다. 이 서사는 드라마틱합니다. 한 국가의 문화 산업이 어떻게 맨손으로 시작해 한 발짝 한 발짝 성장해 온 그 과정 하나하나가 기적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운이 좋나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 그 운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한국 경제 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듯이, K-Drama의 성장 역시 기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기록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총 10편에 걸쳐, 우리는 이 거대한 성공 방정식의 비밀을 파헤쳐보는 여정을 떠나고자 합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 영상 산업, 그 글로벌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겐 너무도 익숙한 답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겠죠.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 수출의 역사가 IMF 외환위기에서 시작되었다고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우리는 K-콘텐츠 성공의 핵심 동력을,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 가지 거대한 축으로 나누어 분석할 것입니다. 1) 정부정책, 2) 외부환경, 그리고 3) 시장 플레이어들의 대응으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 셋을 딱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부정책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플레이어들의 대응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죠. 그러나 구분은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 변화가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경쟁의 판을 설계한 '정부 정책':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수 시장의 독점을 깨고 무한 경쟁의 '정글'을 만들었던 정부의 정책들이 어떻게 의도치 않게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켰을까요? 사전 검열 폐지가 창작의 자유에 어떤 날개를 달아주었는지, 외주제작 의무화가 어떻게 수많은 독립 제작사라는 '선수'들을 시장에 내보냈는지 그 시작부터 따라가 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외부 환경': 국가 부도 사태였던 IMF 외환위기는 어떻게 역설적으로 K-드라마 수출의 문을 활짝 연 '숨은 조력자'가 되었을까요? 그리고 2016년, 한국 시장에 상륙한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공룡은 어떻게 한국 콘텐츠에 막대한 자본과 글로벌 유통망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동시에 'IP 종속'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웠을까요? 우리는 외부의 충격이 어떻게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성장의 기폭제가 되었는지 그 역동의 순간을 들여다볼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시장의 대응': 결국 변화를 완성한 것은 시장 플레이어 자신들이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작사들은 어떻게 스스로 시스템을 혁신하고 괴물 같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을까요? 웹소설과 웹툰이라는 이야기의 샘에서 드라마라는 거대한 강으로 이어지는 'IP 파이프라인'의 비밀, 그리고 기획-제작-유통을 수직으로 통합한 '한국형 스튜디오 시스템'의 탄생까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어떻게 가장 선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합니다.


이 여정은 K-콘텐츠에 대한 막연한 찬사를 넘어, 그 성공의 구조적 토대와 역동적인 진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단순한 드라마 팬을 넘어, 문화 경제와 창조 산업의 성공 스토리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하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외부에서 왜 K-drama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구요.


그럼, 지금부터 K-콘텐츠 성공 신화의 첫 페이지를 함께 넘겨보겠습니다.

두 번째 글을 기다려 주세요.



*가급적 매주 목요일에 글을 공개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미처 놓친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집단 지성을 통해서 우리의 생각을 다 같이 정리해 보시죠.


<K-영상산업의 성공 비결>(The Secret behind Global Success of K-Drama)는 매주 찾아옵니다.

서문: K-영상산업의 성공신화: 그 비밀을 파헤치다

Part 1. K-드라마 성공 신화의 정책 기반

1. 검열폐지, 창작자의 상상력을 해방시키다.
2. 3% 나비효과, 외주 제작 의무화 정책이 산업을 만들다
3. 보도 권력을 통제하려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다

Part 2. K-드라마 성공을 이끈 내외 환경
1. 들끓는 욕망이 이끈 TV 시대
2. 절망의 겨울, 역설의 싹이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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