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활력이다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
눅눅하고 쾨쾨한 방에서 눈을 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만 누워 지낸 지가 며칠 째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3일? 4일? 어쩌면 일주일이 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순간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기약 없는 그때를 기다리는 것이 너무도 힘들어 난 또다시 잠을 청했다.
몇 해 전 나는 많은 이별을 겪었다.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어머니는 암으로 인해 돌아가셨고,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 여겼던 사랑하는 연인과도 헤어졌다. 또 길고 긴 외국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난 나 자신을 전쟁통에서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늘 생각해왔기에 예기치 않게 찾아온 이별들을 흔들림 없이 잘 견디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됐다. 과거의 이별들 때문이라면 그때 그랬어야지 왜 지금일까.
스마트폰에 수백 개의 톡이 와있다. 친구들의 카톡이 짜증 났다. ‘왜 이렇게 연락해야 할 사람이 많은 거야?’
‘무슨 할 얘기들이 이렇게나 많은 거지?’
배는 고픈데 밥 먹는 것도 힘들었다. 밥을 먹기 위해 해야 할 행위들이 너무나 힘들게 느껴졌다. 씻어야 했지만 샤워를 하는 게 너무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샤워는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나의 한심함에 눈물을 흘렸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샤워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화장실로 가서 몸을 씻고 닦고 돌아오는 샤워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굉장히 멀리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것들이 마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 마냥 너무나도 고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성적으로는 여태까지 매일 샤워를 해왔고 사실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으려 하는 순간 무력감과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샤워를 하러 갈 수가 없었다. 침대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좌절감과 한심함에 울고 또 울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샤워를 하는데 왜, 왜 나만 이러고 있는 걸까.
그렇게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났다. 점점 행동이 줄어들고, 감각이 없어지더니 이젠 생각마저 멈추어버린 것만 같다. 그리고 불안감이 강하게 엄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안에 누워만 있음에도 너무나도 불안했다. 계속 불안했다. 마치 땅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천장이 갑자기 꺼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계속되는 불안과 무서움에 떨고 있었지만 무엇 때문에 무서운지는 몰랐다.
살아있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죽으면 괜찮아질까 싶지만 자살하는 것조차 내게는 너무나 버겁다. 이제는 내가 살아있는 시체가 된 것 같다.
위 이야기는 하버드, 예일 등 여러 대학에서 우울증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작가 “앤드류 솔로몬”이 이야기한 자신이 우울증을 겪을 당시의 상황을 각색한 것이다. 우리는 우울증을 단순히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이 주로 경험하는 우울하고 의욕이 나지 않는 슬픈 상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증 우울증을 겪었던 앤드류는 우울증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굉장히 고통스러운 마음의 병이라고 이야기한다.
“우울증은 굉장히 많이 발생하며, 모든 사람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우울증은 우리의 생기를 빼앗고 하루하루를 뿌연 안개로 덮고 일상생활을 힘들게 합니다.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며 망상에 시달리게 만듭니다. 우울증은 단순한 슬픔이 아닙니다. 우리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우리의 정신과 감정에서 완전히 분리해내기 어려운 큰 병입니다.”
의학이 놀라운 수준으로 진보하였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우울증이 왜 생기는지를 알지 못한다. 다른 질병처럼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병에 걸렸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울증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 말고는 내가 우울증인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항상 이유 없이 기분이 나쁘다면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 항상 어떤 이유 때문에 기분이 나빠도 우울증이다. 그리고 그 우울증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중증이다.
입증된 예방법도 없다. 스트레스 조절, 대인관계, 사회적 지지 등 모든 병의 예방에 적용될법한 이야기들 밖에 없다. 영문을 모른 채 찾아오고, 60% 이상이 자살을 생각하며, 10~15%는 실제로 자살을 한다. 우울증은 그만큼 무서운 병이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인류가 알고 있는 최악의 비 육체적인 고통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울증이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을 하라. 좋아하는 일을 하라. 친구를 만나라.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하라. 등등의 많은 방법들이 있다. 이런 방법들이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앤드류는 우울증은 감정의 질병이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는 것에 정해진 방법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만약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카페에 앉아있기를 해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우울증의 치료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힘들게 이겨내려 하지 말고 병원 등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모든 전문가들이 말하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분이 좋아지게 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라(Do!)는 것이다.
앤드류가 말했듯이 우울증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닌 활력이다. 매 순간순간 일상 속 작은 일들에서 즐거움을 누리고, 삶의 활력소를 찾다 보면 우울증을 이겨내고, 우울증과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심리상담 메신저 트로스트입니다.
우리는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모두가 늦지 않은 때에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