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각이 나왔을 때도 침착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4p3iOJ2zdTQ
좋좋소 5화를 보다 보면 이미나 대리가 "추노"라는 말을 씁니다.
추노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여기서의 추노는 '일이 너무 빡세서 그대로 작업장을 도망가는 행위'를 말하죠.
상하차 알바 등 일이 힘들때 주로 하는 행위인데요.
이번 5화 리뷰는 주로 이 '추노'와 관련된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조충범은 추노각을 잰 뒤, 점심을 먹고 탈주했습니다.
이 자체는 근로계약의 부수적 의무인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합니다. 근무지를 무단이탈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근로계약을 하면, 근로자는 '근로제공의무'라는 주된 의무와 부수적인 의무로 '성실의무'라는 것을 갖게 됩니다. 성실의무는 비밀유지의무, 경업금지의무, 수뢰불수령의무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일을 할 때에도 발생한 사고나 손해를 고지할 의무, 손해 예방 및 확대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 의무도 해당합니다. 그런 의무를 대가로 한 권리가 '임금수령권'이죠.
그런데 뭐 사실 이런 의무를 위반했을 때 사용자는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고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는 건데, 사실 추노각 재는 상황에서 이건 별 무의미한 이야기긴 합니다.
근로자의 귀책으로 회사에 실제 손해가 벌어진 경우,
근로자는 배상해야 되나? 란 문제점에 봉착할 때가 있습니다. 배상을 하긴 해야겠지만, 어느 정도로...?
물론 조충범의 경우는 잡혀서 카드와 조끼는 돌려줬고, 만원은 계좌이체 하기로 했으니까 잘 끝났지만...
(그리고 사실 이 경우는 만원 갖고 자기 음료수를 사먹었으니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우 근로자가 -잡힌다면 - 모든 손해를 부담할 가능성이 높았죠.)
그래도 일 할때 가끔 발생하는 문제일 겁니다. 가령 야외에서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을 계속 땡볕에 뒀다가 결국 비가 와서 노트북이 비에 젖었다라든지... 구매과에서 일을 하는데 실수로 0 하나 더 붙인다거나 덜 붙인다던지...(생각하기도 싫은 실수네요.)
대한민국 노동법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법체계가 독일과 일본인데,
그 중 독일에서는 현재 기업과 관련된 근로자의 모든 활동에 대해 근로자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합니다.
사업장에서 발생된 모든 손해사건은 기본적으로 사업자의 '사업위험' 에 의한 성질이 있기 때문이죠.
(독일 민법 제276조 제1항에 반영 - 참고도서: 김형배 '노동법' 제26판)
한국에서는 그럼 어떻게 처리를 할까요? 근로자의 과실, 귀책에 의한 손해배상과 관련해서
판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1]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피용자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불법행위로 인하여 직접 손해를 입었거나 그 피해자인 제3자에게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결과로 손해를 입게 된 경우에 있어서, 사용자는 그 사업의 성격과 규모, 시설의 현황, 피용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및 근무태도, 가해행위의 발생원인과 성격, 가해행위의 예방이나 손실의 분산에 관한 사용자의 배려의 정도,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피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피용자가 업무수행과 관련한 불법행위로 사용자가 입은 손해 전부를 변제하기로 하는 각서를 작성하여 사용자에게 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각서 때문에 사용자가 공평의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를 넘는 부분에 대한 손해의 배상까지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6.4.9. 선고, 95다52611, 판결)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에도 판례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심지어 '사용자의 손해 전부를 변제하기로 한 각서'를 피용자가 썼다고 한다해도, '공평의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를 넘어서는 부분까지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이건 '불법행위'에 의한 것에 대해서이지, 근로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이상, 경미하거나 통상의 과실의 경우에는 배상청구 자체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가끔 일하다가 실수 등에 의해 사용자의 기물 등을 손괴하고 '추노'하시는 분들 있는데,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사용자가 '근로제공 시 일어나는 손해'에 대해 무조건 손해배상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적절치 않다는 말씀 아울러 드립니다.
흔히들 알려진 '오해'중 하나는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30일 이전에 사직의사를 밝혀야 한다."라는 부분입니다.
이런 오해는 주로 민법 제660조 제2항의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란 조항때문인데요.
참고로 민법 제660조 전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①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라고 명시가 되어 있죠.
조충범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 과장에게 사직의사를 통보했으면 사용자인 정필돈에게도 전달될테니 그것으로 된 겁니다. 딱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나 정승네트워크는 채용공고를 다시 올리고자 했기에, 조충범의 사직의사를 수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직의사를 표시했는데 사용자가 이를 수리하지 않은 경우,
(채용공고도 올라오지 않고, 계속 돌아오라고 하는 경우)
그때 비로소 민법 제660조 제2항이 발동됩니다. 수리하지 않아도 30일 이후에는 사직이 수리되는 거죠.
그런데 왜 현명한 추노 운운하냐...이건 다음 부분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 청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조충범은 5일 일하고 퇴사했으니, 퇴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4.5일 분 급여 (점심 먹고 퇴사했으니) 를 받으면 됩니다. 근데, 앞서의 '추노'에서 사용자가 사직의사를 수리하지 않았다면 (즉 채용공고도 올리지 않고 그냥 다시 오라고 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퇴사일로부터 14일 뒤가 아니라 44일 이내에 돈을 주면 됩니다. 그리고 이때의 기간에는 '체불임금'이 발생되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아직 금품청산의무를 어긴 체불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이 얘기는 반대로 말하면,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할 수 있는 때가
퇴사일로부터 14일 뒤가 아니라 44일 뒤가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실 '추노'는 사용자와 상의하여 퇴사일자를 명백히 하는 게 좋습니다.
퇴사일자도 말하지 않고 회사를 나갈 경우에는 나에게 시간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셈입니다.
추노각이 나왔을 때도 침착해야 하는 법입니다.
특히나 이런 추노각이 나왔을 경우, 근로제공시기와 퇴사일자 등 다툼의 소지가 많을 수 있어서, 이 경우 자신이 없다면 노무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임금체불진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자체해결이겠지만요. 그리고 자체해결을 위해서는(혹은 노무사나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 해도 마찬가지) 최대한 '깔끔'하게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의사표시를 기록으로 명백히 남기는 게 정말로 중요합니다.
추노도 현명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돈을 빨리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