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1일 차 트레이너님이 운동하는 이유와 목표를 물었습니다.
저는 '제가 운동을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과 '팔에 힘 기르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펜을 들고 쓰려고 하면 머리보다 손이 힘들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상담을 마치고 스트레칭 방에서 거울을 보며 설명해 주었습니다.
어깨 비대칭에 거북목이 심하다고 직접 사진을 찍어 보여 주었습니다. 머리가 앞쪽으로 마중 나오듯 튀어나와 있고 목은 구부정해 있었습니다. 아무튼 SNS에서 돌아다니던 비정상적이고 어정쩡한 모습이었습니다.
운동 처방이 내려졌습니다.
폼 롤러에 누워 두 팔을 들고 원을 그리며 팔을 내리는 동작이었습니다. 트레이너님의 구령에 맞춰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곰 두 마리가 앉아 있던 어깨가 아우성을 칩니다.
두 번째는 노란색 라텍스 밴드를 늘이고 당기기를 반복하는데 자꾸 손이 위로 올라가려 합니다.
세 번째는 플랭크, 팔과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자세를 취하는 운동인데
맘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난생처음 받아본 PT와
운동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스트레칭 방 밖에는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디자인된 운동 기구들이
놓여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천국의 계단뿐이었습니다.
스텝 밀 천국의 계단은 물레방아처럼 돌아가는 계단 운동입니다. 하지만 천국의 계단에 올라 화면을 노려봐도 보고 리모컨을 만지작거려도 도무지 켜지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내려와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라고 했습니다.
오른쪽엔 온·오프 왼편엔 속도 조절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1단계 2단계 3단계
하나를 오르면 또 하나가 생기고 또 하나 오르면
또 하나가 생기도 천국의 계단이 인생을 닮았습니다.
끊임없이 문제가 생기고 그것을 해결하고 할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엔나소시지 같은 일상을 닮았습니다.
10분에 100kcal 10분을 조금 지나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저는 계기판을 보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랐습니다.
땀방울이 꼭하고 계단에 떨어집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순간 드디어 20분이 되었습니다. 설명하는 대로 속도를 1단계로 맞추고 내려오려던 순간, 발을 헛디뎌 넘어졌습니다. 아팠지만 너무 부끄러워 얼른 일어났습니다.
스트레칭실에서 짐볼 운동으로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무릎에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하지 않던 운동을 해서 아픈 줄 알았는데 상처 때문이었습니다. 카톡 일대일 창에 천국의 계단 20분이라고 적었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저 혼자입니다. 일단 폼롤러에 몸을 누입니다. 이렇게 팔을 들어 동그라미를 만들라고 했는데, 동그라미가 잘되지 않습니다. 폼롤러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해봅니다. 옆에 다른 사람이 PT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 ' 하며 곁눈질로 살폈습니다. '아, 저렇게 하는 거구나!.'
그런데 말입니다.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PT 팀은 가고, 건장한 청년이 폼롤러에 눕습니다.
폼롤러가 경쾌하게 어깨와 등을 풀어줍니다.
'저렇게 하는 거구나!' 하며 폼롤러를 굴려봅니다.
삐그덕 삐그덕 폼롤러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제가 폼롤러를 따라 맞춥니다.
둘째 날은 천국의 계단을 오르지 못했습니다.
급하게 나오다 실내 운동화를 들고 나오지 못해서
기구를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폼롤러도 굴리다가 라텍스 밴드도 당겼다가, 땅콩 볼도 굴렸다가, 짐볼에 올라탔습니다. 짐볼에서 말을 타듯이 쿵쿵 양팔을 벌려 어깨 균형을 맞추고 짐볼과 한 몸이 됩니다. 살살 땀이 나지 않는 운동을 해서인지 헬스장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셋째 날도 스트레칭 방에서 탐색합니다. 푸시업바는 가벼우면서 운동 효과가 높습니다.
두 팔로 푸시업바를 잡고 몸을 발끝에 싣습니다.
원래는 팔 굽혀 펴기를 해야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 팔이 굽혀지지 않습니다.
아무튼 팔 힘을 기르는 용도로 버텨봅니다.
운동 셋째 날 천국의 계단을 타기 전 흐르는 땀을 닦기 위해 수건을 챙기고
ON 버튼을 누릅니다. 2분 30초 전화벨이 울려 급하게 정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대출 전화. 이런이런.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합니다. 2분 30초를 머리에 되뇝니다.
올라가는 숫자에 2분 30초를 더합니다. 오늘의 목표는 20분. 17분 30초만 달리면 됩니다.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레벨을 올리면 속도가 올라가고 조금 빨라진 스텝에 다리는 점점 무거워집니다.
옆에서 계단을 타는 사람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기도 하고, 손을 놓고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려운 저는 손잡이를 꽉 움켜쥡니다. 10분이 지나니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제 겨우 적응이 되었나 봅니다. 힘들면 속도를 내리고 그렇게 18분을 채웠습니다. 계단으로 땀이 뚝뚝. 수건으로 땀을 닦고 스트레칭 방으로 갔습니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을 나섭니다.
딸이 야간자율학습이 없는 날이라 떡볶이 가게에 들러 떡볶이·튀김·순대 세트를 포장했습니다. 떡볶이는 통통 가래떡으로 변경하고, 딸이 좋아하는 분모자도 넣었습니다. 천국의 계단을 타고 열량 폭탄 떡볶이라니, 아무튼 좋아할 딸을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늘 하던 일정 속에 운동 2시간을 끼워 넣으니 몸도 힘들거니와 마음도 바쁩니다. 늦은 정리와 설거지를 하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라도 볼라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갑니다.
다음 날, 딸도 저도 늦잠을 잤습니다. 둘 다 아침밥도 못 먹고 딸은 양치질하고 옷을 챙겨 입고, 저는 카카오 택시 앱을 켰습니다.
주변 택시 정보 없음. 출근길이라 배정되는 택시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자동차 키를 챙겨 눈곱도 떼지 않고 눈에 힘을 주고 집을 나섭니다. 시동을 켜고 깜빡이를 켜고 기다렸습니다. 8시 30분까지 학교에 가야 지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눈에 뭐가 들어간 듯한 불편한 눈을 몇 번 깜박이며 신호등 불빛을 응시합니다. 신호가 바뀌고 늦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아침에 야단법석을 떨고 나니 9시가 넘었습니다. 부랴부랴 할 일을 했습니다. 어느덧 2시가 넘고,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은 안 가나? "
"가야지. "
"와, 대단한데? "
그때까지 저도 갈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꾀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밀린 글쓰기를 하고, 읽을 책을 읽고, 반찬을 하고, 헬스장에서 보내야 할 두 시간을 써 버렸습니다. 그렇게 오후가 깊어지고
결국 운동화 끈을 매지 못했습니다.
삶이 운동화라면 우리의 마음은 운동화 끈입니다.
꽉 조여야 할 때, 풀린 끈을 묶어야 할 때,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내일은 운동화 끈을 꽉 조여야겠습니다. '악' 소리 나는 스트레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