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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Jan 12. 2022

맛집은 추억으로 만들어진다.

이전하기 전, 우리집 근처 떡볶이 맛집


우리 집 근처에는 이 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떡볶이 맛집이 있다. 무려 이 지역 3대 떡볶이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떡볶이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 ‘떡볶이 맛집’부터 검색을 했는데, 지척에 이런 맛집이 있다는 사실에 엄청 행복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떡볶이를 끊은 건 아니다. 다만, 내 기준에 진짜 맛있어서 매일 가고 싶을 정도의 맛도 아니고,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아이들이 집에 있다 보니, 주로 포장을 해 와서 그런가 싶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집이지만 매장에서 먹는 것과 아주 달라서 그런가 싶어, 혼자 매장에 가서 먹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역시나 느낌은 한결같았다. 오히려 1인분의 떡볶이에 들어가는 두 종류의 갈색 가루 양과 그 가루들이 이뤄내는 기적의 맛(?)에 다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왔다.

맛집의 국물떡볶이와 곁들이면 맛있는 만두
(좌) 포장해온 모습 (우) 숨은 시그니처 메뉴 순대


   새로운 곳으로 이사 와서 오전과 오후 일하는 사이, 점심으로 그 근처 맛집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그런데 찾아간 곳에서 진짜 맛있는 곳이라고 느낀 적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 지역은 이 지역 구도심으로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봤던 곳이라고 하는데, 내 입엔 그저 그랬던 곳이 많았다.


   맛집들이 시간이 지나 맛이 변한 건지, 내 입맛이 이 지역 사람들의 입맛과 다른 건지, 헷갈릴 무렵, 춘천에서 성심 씨와 자주 가던 분식집에 달린 평가를 본 적이 있다. 주인 할머니가 불친절하다, 온통 조미료 맛이다, 특별함이 없다 등등.


   나는 여전히 비가 오면 그 집 칼국수가 생각나고, 성심 씨가 성심 김밥을 만들어 주기 전까지 소풍이며, 운동회 때마다 사다 주던 도시락 김밥이 생각난다. 더운 여름이면 성심 씨와 마주 앉아 먹던 쫄면 생각에 침이 꼴깍 넘어가기도 한다.

 

   나에겐 맛집인 그 집이 누군가에게 평범한 분식집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굳이 줄을 서서 왜 먹지란 생각이 드는 우리 집 앞 떡볶이집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맛집인 것처럼, 맛집이란 건 어쩌면 상대적일지도 모르겠다. 장금이처럼 절대 미각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우린 결국 음식을 두고 마주 앉은 어떤 이와의 추억을 먹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성심 씨와 자주 가던 그 식당의 온기, 주인 할머니와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안부를 묻던 성심 씨의 목소리, 성심 씨와 마주 앉아 눈을 맞추고 먹던 그 음식들에는 그 음식이 가진 본연의 맛에 그 사람과의 추억이 켜켜이 쌓이고 덧입혀져, 엄청난 맛을 지닌 곳이란 고유성을 부여하게 되는 건 아닐까.


   성심 씨는 그저 여성회관에서 종일 붓글씨를 쓰고, 집에 가서 밥을 하기 귀찮은 마음에 어린 나를 그곳으로 이끌고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곳이 나에겐 평생의 맛집이 되었듯,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과의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인다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곳들이 더없이 소중한 곳들로 바뀌지 않을까.


   나는 이제야 깨달은 이 사실을 우리 집 근처 떡볶이집 사장님은 진즉에 아셨나 보다. 떡볶이집이 최근 이사를 했다. 원래 떡볶이집이 있던 건물이 재개발 대상이라, 근처 새로 지은 병원 건물 1층으로 말이다. 그 정갈한 건물에, 기존 간판 그대로 가지고 가신 걸 보면, 사장님은 분명 맛집은 추억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아시는 모양이다.  

 

   지금 이곳을 평생의 맛집으로 바꾸기 위해, 추억을 먹는 우리를 위해, 평범한 모든 것들에 안온함을, 따스함을 불어넣으려 한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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