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닭발과 맥주
2020년 11월 9일, 오후 9시 41분
기어코 다시 돌아온 월요일. 내일도 일하는 건 똑같은데 유독 월요일은 더 힘들게 느껴진다. 편함에서 불편함으로 가는 과정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학부시절 교수님이 습관을 바꾸는 게 어려운 이유는 편안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취해야 함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문득 기억난다. 무언가를 해야만 할 때 자주 생각나곤 하는 문장.
오늘 내 책에 대한 소개가 책방에 올라왔고, 이 순간을 위해 수없이 감수한 불편함이 떠올랐다. 모든 사회생활이 그렇듯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건 불편함을 감수해 다른 편함을 번다는 것. 오늘의 내가 치른 불편함이 얼마나 되는지 손으로 괜히 가늠해봤다. 내가 마신 커피의 잔 수도.
엄마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닭발이 먹고 싶다고 했다. 매운 음식이 당긴다고. 퇴근길에 배달어플로 바로 주문했다. 불필요한 일회용품은 받지 않는다고 썼다. 지구에게 미안한 작은 양심 챙기기. 야무지게 맥주도 한가득 샀다.
닭발을 먹을 땐 꼭 마요네즈를 찍어먹는다. 곱창볶음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고. 매콤함 사이에 번지는 마요네즈의 고소함이 좋다. 보통의 닭발은 엄청 맵고, 혀가 따끔거리기도 하니까 약간의 불편함인 셈이다. 이에 마요네즈나 탱글 거리는 계란찜은 그 불편함을 잠재우는 편안함. 매운 불편함과 고소한 편안함을 오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잔뜩 주고 떠난 일들이 터져 나오고, 그러다 서서히 사그라든다. 차갑고 탄산이 가득한 맥주는 입 안에서 톡톡 튀며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게 해 준다.
평일의 시작인 오늘은 또 다른 주말로 걸어가기 위한 관문. 오늘도 불편함을 삼켰고, 내일도 그럴 테고, 금요일까지 계속 그럴 테지. 금요일 밤이 되어서야 나는 조금 편안함을 느낄 거다. 아니, 오늘처럼 퇴근 후 새로 산 바디워시를 쓰고 바디 미스트를 뿌리고 나와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마시는 순간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테고. 매일이 불편함과 편함의 반복. 이렇게 삶이란 대장장이에게 달궈지고 식기를 반복하다 보면 좀 더 단단한 내가 될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