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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쥔공 Dec 23. 2023

나를 죽이고 싶어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화에서는 자해나 자살시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발작'이라고 스스로 일컬었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이번 화에서는 내가 죽고 싶어 했던 시절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몇 주째 우울한 내용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이런 사람도 결국 완치를 받고 그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니, 얼마간은 어둡더라도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래 내용에는 자해, 자살시도에 대한 묘사가 들어있으며 자살충동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는 부분 전에는 주의 표시를 해둘 테니 힘든 분들은 그 부분을 읽지 않고 넘어가도 좋다.



제목 그대로 나는 나를 죽이고 싶었다. 근데 그건 참 이상한 일이다. 따지자면 나는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컸고, 작은 상처만 나도 엄살이 심했으며, 우울증이 걸리고 나서도 꼭 치료받아서 나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에 대한 열망의 크기를 재자면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큰 쪽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죽는다는 선택지를 떠올리지도 않는 사람이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태어나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든 나는 열심히 살아서 성공할 거라고, 그 생각이 내 인생 전체에 지배적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런 성격인 나에게도 '나를 죽이고 싶다'라고 생각고 행동까지 하게 된 때가 분명히 있다. 그 상황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아래 내용은 읽는 데 심한 불편함 또는 자살충동을 이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발작이 있던 날, 나는 칼을 찾았다. 그전까지 그래 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첫 번째로 들었던 커터칼은 너무 날이 둔해 30도 칼을 찾아냈다. 날이 아주 잘 든다며 수업시간에 필요해서 샀던 것인데, 그 말을 떠올리며 내 살에 잘 들길 바랐다. 위에서 말했듯 작은 상처에도 아파하는 내가 고통에 대한 겁도 없이 스스로 손목을 그었다. 한 번 그으니 상처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 이상하게 짜릿했다. 그리고 또 시원했다. 어디서 본 말처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제법 봐줄 만할 때까지 손목을 그어댔다. 어느 정도 마음이 가벼워지니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걸 친구에게 보란 듯이 보냈다. 니가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라고.
몇 번째의 발작이 있던 날, 나는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옷을 주워 입었다. 밖으로 나가 옥상에 올라갔다. 3층짜리 자취방의 옥상에서 몸을 죽 빼고 아래를 내려보았다. 죽기에 확실해 보이지 않았다. 밖에 나가 음습하고 어두운 골목을 한껏 느리게, 힘을 모두 빼고 터덜터덜 걸었다. 그렇게 걸으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누군가 나를 죽여주길 바라며 흉흉한 골목 사이를 다녔다. TV에 나오는 사건들 중 하나로 끝내면 깔끔할 것 같았다. 내가 나를 죽일 방법도 모르겠으니 제발 누구라도 나를 죽여줬으면. 그렇게 몇 시간을 배회했으나 동이 틀 때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위 내용은 읽는 데 심한 불편함 또는 자살충동을 이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본래의 물음으로 돌아간다. 나는 왜 나를 죽이고 싶었을까? 위의 예시를 보면 대부분 '죽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때는 '발작'이후인 것을 알 수 있다. 급격하게 격앙되는 감정과 그에 따르는 합리적이지 못한 생각과 행동. 그 상황에 나는 죽고 싶어 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정확히 나와 동일한 때에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를 그냥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심각한 우울 상태를 겪음에도 전혀 자살시도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다. 하지만 내 경우엔 이러했고 나뿐만 아니라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상태에 놓일 때에는 많은 이들의 우울이 더 심각한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다.




물론 결국 나는 자살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 위 예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살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때의 내가 결국 그 당시 원하던 결말을 맞았다면, 지금의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 당시의 나와 같이 현재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내가 그러했듯 그냥 생을 마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닿을 수 있다면 그들에게도 나와 같이 미래의 시간이 열려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 당장 자해와 자살충동을 겪는 사람들에게 고작 몇 마디 따뜻한 말을 해준다고 해서 그들이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갈 수 있을까?








내 경우에는 안전지대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함께 있을 때 내 상태에 안정을  수 있는 사람. 나에겐 남자친구였다. 남자친구와 함께 하고 있을 때엔 작까지 상태가 악화되지 않을 수 있었고, 그 덕에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경우엔 겨우 한 명의 안전지대만 있을 뿐이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안전지대는 많을수록 좋다. 남자친구가 없을 경우는 안전지대도 없는 상태이니 더 잦은 발작을 맞이해야 했고, 그런 상황을 막아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이 더 있었다면 훨씬 빠르게 호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발작의 횟수는 확실하게 줄었을 것이다.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태이며 자살 충동 등을 느낀 적이 있는가? 또가벼운 우울상태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는가? 그렇다면 안전지대를 먼저 만들어 두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할 수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급격히 일어나 행동까지 갈 때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막을 수 없다.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당신이 우울증을 가진 사람의 친구, 연인, 보호자라면 옆에 같이 있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그나마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싫다고 나가라고 하는 데 걱정이 돼 옆에 있으면 그 사람의 증상만 더 악화될 뿐이다. 그리고 급격하게 충동을 겪는 사람 또는 겪고 난 사람에게 죽지 말라는 둥 죽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냐는 둥의 말은 전혀 통하지 않을뿐더러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에 좋다. 충동을 겪을 때는 다른 생각이 아무것도 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 저런 말은 부담만 더 줄 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걱정이 되는데 옆에 있지도 말라고 하고, 어떤 말을 하면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하고, 그러다 혼자 둔 나의 소중한 이가 떠날 수도 있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음이 저절로 생길 타이밍이다.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방법은, 저렇게 심각한 상태의 우울증을 가진 이가 보호병동에 입원하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나 또한 보호병동을 권유받았던 이야기를 할 예정이지만 보호병동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큰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모두에게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 보호병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그곳에 있다면 '성공' 하지는 못할 것이고 꾸준한 관찰과 치료를 통해 케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자해와 자살충동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자세했던 점에 대한 유감을 조금 표하고 싶다. 나 역시도 다른 데에서 읽었던 것이 떠올라 그런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고, 내 글을 읽고도 충분히 충동이 생길 수 있다. 주의 문구를 써놓았어도 읽기 힘들 정도의 묘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자세히 묘사한 것은, 아무리 우울증 환자와 가까운 이라도 모르는 충동 때의 머릿속을 자세히 알려주고 싶었고, 나 역시 저렇게 제대로 판단을 못하며 심각한 상태를 겪었음에도 여기서 글을 쓰고 있다고, 그러니 당신의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아도 나처럼 희망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희망은 존재하는지 확실치도 않는 동화 속의 새처럼 마냥 먼 것처럼 느껴진다. 보통 사람이 아닌, 특히 예전의 나와 같이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는 먼 것뿐만 아니라 그냥 없는 거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 내 글이 닿을 수 있다면 내가 바랐던 목표는 다 이룬 거라고 할 수 있다. 닿는다면 제발 당신도 더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을 전혀 모르지만 내가 해낼 수 있던 게 내가 특별한 인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 인간이었던 나도 살아있으니 당신도, 꼭 살았으면 좋겠다.





사진: UnsplashStorm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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