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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코밀 Dec 12. 2020

힘 빼고 다시

당신의 어깨는 어디 있나요?

육아에 업무에 스트레스가 심하던 시절 회사 후배의 권유로 후배가 몸담고 있던 동호회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우게 되었어요. 취미 삼아 춤을 배운 지가 어느덧 4년이 지나가요. 처음엔 아무도 제가 한 가지 취미를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요. 남편도 가끔 놀라곤 해요. 이제는 가족 중 누구도 '아직도 춤춰?'라고 묻지 않아요. 되려 토요일에 집에 있으면 딸아이가 먼저 '엄마! 오늘 추러 안가?'하고 묻습니다. 제가 가족들을 길들인 셈이네요.


하지만 생각만큼 실력이 쑥쑥 늘지가 않아요.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동호회 수업을 들으면서 실력을 쌓는 많은 싱글들을 보면서 '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워킹맘이니까.'하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개인 레슨까지 신청했는데 문제는 어쩌면 저의 자세에 있다는 걸 요즘 알았어요. 자세가 예쁘지 않으니 어떤 춤 동작을 해도 예쁘지가 않았던 거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나 저의 파트너가 제게 늘 지적해요. 어깨 힘 좀 빼라고요. 긴장 좀 풀고 어깨를 내리라고 하는데도 왜 그렇게 힘 빼는 게 어려운지요.


저는 2014년도에 라섹수술을 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던 저는 안경 없이는 생활이 거의 안 되는 지경이었어요. 갑자기 렌즈가 불편했고 렌즈만 꼈다하면 눈이 아팠던 저는 라섹수술을 했는데요. 그때 안과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저보고 독서습관이 안 좋다고요. 그래서 눈이 나쁜 거라고요. 책과 컴퓨터는 항상 멀리 떨어져서 보고 독서나 공부도 한 시간하고 10분 이상 먼 산 보기를 통해 꼭 쉬어주라고요. 저의 나쁜 독서습관은 수술하고 나서도 다시 시력이 나빠지게 할 수 있다고요. 그때 저는 안과의사의 말씀도 귀담아듣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눈이 워낙 나빴던 저는 수술을 해도 남들처럼 1.0이란 시력은 갖지 못했지만 그래도 안경은 벗고 다닐 수가 있었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완벽하게 보이지 않는 시력으로 그렇다고 다시 안경을 끼고 싶지 않았던 저는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 얼굴이 자꾸 모니터와 가까워지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저의 일자목은 이제 거북목이 되었어요.


일주일이 멀다 하고 한의원엘 가서 침 치료를 받는데 한의원 원장님이 저의 뭉친 목과 승모근을 눌러보시곤 제게 대뜸 물어보세요. "성격이 소심하고 급한 편이시죠?" 소심한 저의 성격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급한 건 맞으니 대충 그런 것 같다고 하자 원장님은 "그럼 소심한 것과 급한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강한가요?"라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급한 거요. 하고 대답했어요. 하지만 곽세라 님의 책에서 자세를 망치는 가장 큰 적은 조급함이란 대목을 만났을 때는 전 그만 실소를 하고 말았어요.


한의사는 제게 목디스크 같다고 벌써 두 번이나 진단을 주셨는데 그때는 제게 왜 성격을 물어보시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나의 뭉친 승모근과 성격이 무슨 상관이람하고 생각했죠. 이런 제게 곽세라 님의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이란 책은 다시 한번 제 몸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해 줬어요.


나의 자세와 성격은 꽤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은 제게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저 역시도 높이 솟은 승모근을 지닌 모습이 마치 멱살 잡힌 사람처럼 살고 있었고 그 멱살은 다름 아닌 제가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믿기 힘들었죠. 


왜 얼굴에만 표정이 있다고 생각했을 끼요? 우리의 성격과 마음은 늘 얼굴에 표정으로 나타나기 십상인데 저는 그동안 몸으로는 우리 속마음이 표현된다고 생각하질 못했어요.


자세를 바꾼다는 것은 뼈와 근육의 차원이 아니었다. 성격과 태도의 차원이었다.

-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


소심하고 급한 나의 성격이 내 어깨를 올라가게 만들고 그 습관들이 모여 나의 승모근을 만들었다는 걸. 움츠러드는 성격은 곧 자세이며 내게 몹쓸 근육을 선사하고 근육통도 덤으로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나의 굽은 어깨와 거북목 그리고 툭 튀어나온 배는 결국 내가 만든 것이라는 걸. 눈이 나빠서, 업무상 상황상 어쩔 수 없다 해도 그렇게 하기로(그렇게 자세를 취하기로) 선택한 나의 결정이었다는 걸. 선택하는 것도 귀찮아서 습관에 그저 맡겨버린 또 하나의 다른 선택일 뿐이었다는 걸 나이 사십이 넘어 조금 깨닫습니다.


"잠깐만요. 난 이런 자세를 취하기로 선택한 적이 없어요. 그냥 살아왔을 뿐이에요. 그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내가 이런 구부정하게 배 나온 자세를 선택했겠어요?" 이렇게 말하고 싶겠지만, 당신은 선택했다. 아니, 선택하기 귀찮아서 습관에게 맡겨두고 손을 떼어 버리기로 선택했다.

-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



일상에서 힘을 빼기란 참으로 쉽지 않죠.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고 그 감정들은 온전히 몸에 전달됩니다. 긴장하고 두렵다면 우린 몸이 한껏 웅크리게 됩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몸을 공처럼 움츠리는 경우는 별로 없을 거예요. 댄스 수업에서도 어깨 힘을 빼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건지. 골프 수업 때도 그립의 힘을 빼라고 하는데 당최 그 느낌을 모르겠어요. 요가 수업 때는 힘 빼고 가만히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인생은 어쩌면 힘 빼기의 기술을 연마하는 훈련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도수치료를 받는데 물리치료사가 제게 단시간에 거북목이 된 것이 아니라고요.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들이 오랜 시간 동안 힘들어서 어쩔 수 없어서 목뼈의 변형을 가져온 것이라고요. 그러니 이제라도 긴장을 풀고 저의 어깨를 내려야 합니다. 저의 자세는 저의 성격만큼이나 굳어져서 고치기가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저는 이제라도 저의 굽은 어깨의 비밀을 풀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경을 다시 끼고 모니터에서 머리를 멀리 떨어트리고 업무를 하기로 했습니다. 쉬는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머리는 어깨 중앙에 가도록 노력하리라 마음먹었어요. 긴장되는 순간 올라가는 어깨를 끌어내리기로 했습니다. 회사 업무를 한 시간 일찍 끝내라고 닦달한 사람은 어쩌면 저였을지도 몰라요. 조금은 느긋한 마음을 먹기로 해야겠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긴장감으로 잔뜩 솟은 어깨에 대해 보상해 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곽세라 님의 책에서 귀부터 머리의 시작이고 어깨의 시작점은 가슴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가슴까지 어깨를 쭉 내려야 합니다. 승모근이 늘어나는 느낌이 들 거예요. 잠도 바로 자도록 노력할 거예요. 주로 왼쪽으로 세워 자는 버릇은 저의 예쁜 어깨를 위해 고치도록 할 예정이랍니다.


운동이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잘못된 자세로 하루 종일 지내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 하는 운동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할 겁니다. 그보다 하루 종일 몸을 쓰고 살고 있는 우리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할 이유랍니다.

 

결국 춤 좀 잘 추고 싶던 제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두려움을 버리고 쓸데없는 긴장을 푸는 것이었어요. 그래야 어깨는 내려갈 것이고 굽은 어깨를 만들고 있는 내 몹쓸 승모근이 서서히 제자리로 갈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좀 더 느리고 상냥한 근육(곽세라 님 책 인용)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봐요. 우리 오늘도 힘을 뺍시다. 어깨 좀 내리고 얘기합시다! 누굴 위해서? 나를 위해서요!




- 참고서적 : 곽세라,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2018,(주)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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