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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티 구구 Jan 03. 2021

'당신의 단어는 뭡니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민음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영화로 먼저 만났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으로 나온다. 영화는 괜찮았다.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세 나라의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잘 잡았다. 주인공 리즈로 나온 줄리아 로버츠는 연기를 평소대로 잘했다. 감정에 충실하고, 잘 먹고, 말도 잘하고, 해피 엔딩까지 헐리우드 영화 공식을 잘 따라갔다. 그리고 지금  책으로 접한 나는 삼십 대를 보내는 금발의 이혼녀가 왜 이탈리아어와 인도의 명상을 배우고, 인도네시아까지 가는지 그 편집의 방향을 찾고 있다. 이렇게 작은 책상 앞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장작 12개월 동안 경험한 그녀의 인생을 말이다. 일단 먹고 본다. 이탈리아에서.


 인생을 편집할 수 있을까. 분명 이 소설은 엘리자베스라는 여성이 1년간 해외에서 보낸 시간을 더하거나 빼서 편집한 소설책으로 나왔다. 하지만 인생은 다시 돌아가서 되새김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책을 읽는다. 그것도 소설을 읽는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에세이 형식의 소설이 될 것이다. 고독한 감성을 적은 것으로 그치지 않았고, 허구로 가득한 장르 소설도 아니다. 분명 리즈가 이혼에 이르기까지 감정과 몸의 고비를 겪으며 그 누군가를 향한 기도를 하게 되면서 그녀의 세상이 확장된다. 이탈리아로 가는 그녀는 그곳에서 그동안 갇혀졌던 영혼-‘비타민 P(프로작)’를 먹어대며-을 약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폴리 피자를 먹으며,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그리고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진짜 대화를 하며 건너간다-Attraversiamo-. 자신을 청교도 정신의 미국인에서 인생은 아름다워의 정신이 깃든 이탈리아인으로 말이다. 



 분명 먹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도 맛있는 요리 말이다. 화려하게 장식된 비싼 음식이 아니라, 정성과 오랜 전통이 깃든 요리 말이다. 리즈의 첫 여행지 이탈리아는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 나라 중에 Top 3위에 들지 않을까. 이탈리아는 요가를 했던 뉴욕 생활과 달랐다. 이탈리아 로마와 요가는 공존할 수 없다. 로마는 요가가 갖지 못한 육체의 풍요로움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꿀과 헤이즐넛을 넣은 젤라또를 먹고, 붉은 토마토소스에 회오리바람처럼 꼬인 스파게티를 먹으며,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이탈리아 남자와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서로 교환하며 언어를 배운다. 그녀는 이탈리아의 오랜 유적에 관심이 없다. 그녀의 언니가 며칠 동안 머무르는 시간에 알게 된다. 자신은 시각적인 인상을 로마에서 찾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는 오직 먹고, 마시고, 대화한다. 그것이 그녀에게 로마를, 이탈리아를 건너는 방식이다. 



 Attraversiamo는 조반니가 리즈에게 한 말, 처음 듣자마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그녀는 움찔하고 순간 그 단어의 아름다운 소리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건 거의 운명처럼 그녀가 이탈리아어를 공부해서 얻는 그녀의 단어가 된다. ‘당신의 단어는 뭡니까?’라고 이탈리아 친구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 리즈는 열심히 찾아본다. 자신을 나타내는 단어는 결혼도, 아이도 아니었다.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조반니가 도로를 건너며 말한 ‘아뜨라베르씨아모’는 그녀에게 키워드나 다름없다. 리즈 인생의 퍼즐을, 굳게 잠긴 자물쇠를 움직일 열쇠는 그녀에게 이탈리아어이다. 그녀는 그 어떤 형상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이탈리아어를 배워갈 때 꼬였던 인생이 풀린다. 


 그녀의 인생은 그리하여 편집되었다. 르 R, 아 A, 뜨TT 같은 이탈리아어 특유의 자음과 모음에서 오는 종소리는 그녀의 내면을 깨운다. 다시 살아갈 힘, 이혼녀라는 비참한 상태를 넘어가는 힘, 왜 이탈리아로 왔을까라는 의문을 풀어내는 힘이 된다. 그녀의 이탈리아는 쓸데없는 이탈리아 흥망성쇠를 되뇌는 역사에 빠져 있지 않다. 이탈리아어의 우아함, 아름다움, 거침없는 욕설에서 자유를 찾는다. 자신이 청교도인 임을 의식해서 다른 여성들처럼 왜 나는 살지 못하지라고 자학했던 관습에서 벗어난다. 그녀는 작가이고, 21세기의 여성이고, 바로 지금 이탈리아 로마에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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