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겨울은 유난히 춥다. 아버지없이 보내는 두번째 겨울. 집을 정리해드리다 손수 집안구석구석을 손보시며 사셨던 아버지의 손길이 모두 흔적이 되어 있었다. 지하실 너른 공간, 작업공간으로 만들어놓으신 후로는 한번도 내려가보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갈때면 혹시나 위험한 물건 있을까 문만 꼭꼭 다시한번 닫아놓았을 뿐이다. 어제서야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둘러보니 길다란 각목들과 합판들, 먼지 뽀얀 작업대 위에 평생을 함께 해오신 연장들...
무엇을 만들려 하셨던걸까. 영원히 알 수 없는 물음표를 안고 다시 계단을 올라와 문을 닫아두었다. 찬바람이 코끝을 돌아 두 눈을 쓸고 왈칵 눈물을 쏟아내니 더욱 그리움이 마른 나뭇가지에 깊히 찔린 듯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