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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툰자 Dec 23. 2021

대체 불가능한 장소 그리고 ...

다도해를 품은 도시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하는 임 씨처럼 마음이 가난한 날에는 선유도에 간다. 해수욕장에서 작은 섬을 연결한 다리 위에 올라 서면  모래사장 가까운 물속에도 내 팔뚝만 한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다닌다. 고등어인지 삼치인지 이름도 모르지만 만선의 어부처럼 마음이 부르다. 물고기 품은 바다가 내 것인 양 우쭐해진다.


거친 파도처럼 마음이 출렁거리는 날에는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홱홱 지나쳐 대장도까지 간다. 대장봉에 서서 다도해를 바라본다. 드넓은 바다의 쉼표처럼 마침표처럼 작은 섬들은 바다의 아이들. 그 작은 몸으로 파도를 맞아도 태연하다. 옛날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일렁이는 삶의 파도에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얼굴 한 번 씻고 나면  울었던 얼굴이 웃는 얼굴이 된다. 멀리 시야를 넓히면 파도는 잔잔해 보인다. 내 발 밑의 야단스럽던 물결과 발이 젖을까 불안했던 시간들을 잊게 한다.



바람 불지 않는 느긋한 일요일 오후에는 야미도에 간다. 우리는 맨손으로 가서  삼삼오오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어부가 아니니까 잡으면 좋고 못 잡아도 그만인 낚시꾼들. 그들은 친구나 가족들과 시간을 즐기러 온 것이다. 예전에 강에서 낚시를 즐겼던 남편은 가끔 바다낚시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지만 나는 비릿한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도저히 만질 수 없는 사람. 낚시할 마음이 1도 없다. 다만 눈으로 하는 낚시가 즐거울 뿐이다. 뭐 재미있는 눈요깃거리가 없나 호시탐탐  낚시꾼의 눈과  비슷해진다. 낚시꾼이 성공하면 덩달아  눈 낚시도 월척을 건져 올리는 셈이다. 아무리 여러 번 성공을 해도 나는 빈손으로 돌아온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서  좋다.


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안,  라디오에서 경제 관련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NFT(Non  Fungible Token)가 어쩌고 저쩌고.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신문에서 보았을 때도 이해가 안 되었던 라 남편에게 도대체 그게 뭐냐고 물었다. 역시 남편의 설명조차 블라블라 외국어로 들렸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은 내게 없지만  내 마음에 따라 찾아갈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장소(NFP ;place)가  지척에 있고  어떤 곳이든 함께 다니면 마음이 편한 대체 불가능한 사람(NFP;person)이 옆에 있다는 것이 든든했다.


 

나도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래도 조만간 대장봉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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