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마, 첫 단어, 첫 돌, 첫 친구... 어린이의 처음은 언제나 특별하다. 눈 깜짝할 새 자라버리는 어린이들은 어른이 지켜보기도 전에 벌써 어떤 처음을 겪어내기도 한다. 어린이의 처음을 놓치지 않고 보는 것은 오랜 시간 어린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어린이집 교사의 특권이다.
우리 반 동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처음'을 가진 아이다.
동주의 특성 중 하나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은 발달이 보편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아서 어느 날 잘 말하던 단어를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하고, 이미 오래전 뗐던 치발기를 다시 찾아 물기도 한다.
'동주가 처음으로 스스로 화장실에 갔어요!'하며 가족들과 함께 기뻐했는데 1년 후 화장실 사용법을 잊어버리기도 했고, 줄서기를 잘하다가도 못하게 되어 다시 처음부터 가르치기도 한다.
'잊었다가 배웠다가, 계속 반복하다 보면 동주도 언젠가 잘하게 될 거야.' 스스로 되뇌는 말일지 정말 동주가 그렇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와 동주의 가족들은 동주의 모든 처음을 응원하고 지켜보며 일일이 축하해 준다. 잊어도 괜찮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줄게.
동주와 견학을 떠나던 날, 동주가 버스 창밖으로 한강을 보고 말했다.
"바"
'바다'를 말하고 싶은 건가 보다. 그곳은 한강이었지만 동주가 '바다'라고 한다면 바다인 것이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단어를 들려주었다.
"바다. 따라 해봐,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동주의 처음이 늘어난 순간이었다. '바다'. 동주의 말은 바다처럼 내게 밀려오며 큰 울림을 주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와의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기에 이렇게 상호작용이 통했을 때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아이들의 '어떤 처음'들을 지켜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나아가고 있네요.'라고 말하는 것. 이것이 나를 계속 교사로 살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 이 글 속 반명과 아동명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