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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Aug 13. 2022

오랜 시간 찾아다니며 발견한 감정 공부책 4권

감정은 항상 옳다

‘감정’이라는 주제가 내 삶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언제까지 모른 채 수가 다. 감정을 이성적으로 마주해 보고 싶었다. 소심하게 책부터 찾아본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이 눈에 들어왔다. 대 놓고 ‘수업’이라고 하니 내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하고 읽어 봤지만 내가 기대하던 책이 아니었다. 감정의 나열에 보다 중점을 둔 책이었다.


감정을 공부해보고자 하는 나의 첫 시도는 실패했다. 감정이라는 것은 공부하기 쉬운 대상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심리학 책을 읽으며 그 변두리를 어슬렁거렸다. 좋은 심리학 책들이 많다. 하지만 난 뭔가 깨달음, 즉 ‘이거야!!’라고 외칠 수 있는 한 문장이 필요했다. 평생을 살며 가슴속에 새겨둘 만한…


서점에 가면 유독 끌리는 책들이 있다. 내가 늘 강조하는 나만의 7가지 인생 화두에 관한 책들이다. 그런데  ‘감정’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간 책들은 많지 않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배신(?) 당한 경험이 있어 특히나 ‘감정’에 대해서는 검열의 기준이 조금 높은데, 감정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읽고 싶었다. 하루, 이틀, 1년, 2년.. 그렇게 지내면서 내 눈에 걸려든 4권의 책을 소개한다. 이것으로 내 건강한 감정 생활을 위한 도구를 모두 장착하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감정은 공부할 대상이 아닌가 보다라며 중간에 포기도 했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고 있다. 감정도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감정 생활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공부 잘하는 언니의 조언^^)




( 당신이 옳다, 정혜신 )


정혜신 박사님의 <당신이 옳다>는 나의 기대를 넘어서 오히려 차고 넘치는 책이었다. 남편의 권유로 읽어본, 기대 없이 읽어본 책인데,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지고 뭉클해졌다. 저자가 지었다는 ‘적정 심리학’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진정성을 가지고 쓴 책은 울림이 클 수밖에. ‘옳다’라는 단어가 주는 위로가 너무도 크다. 하물며 숨기려고만 했고, 부끄럽기만 했던 부정적이고 무거운 감정조차 ‘옳다’라고 해주니, 내 마음은 위로를 받고 긍정적인 감정들이 마구마구 생겨났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를 5가지로 정리해 본다. 이것들을 새기고 다시 새긴다. 내가 아이들을 대할 때, 그리고 남편과 부모님을 대할 때도 항상 견지하고 있어야 하는 감정과  마음가짐이다.


첫째, 감정은 항상 옳다. 감정은 판단과 평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내 존재의 상태에 대한 자연스러운 신호다. 좋은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내 감정은 항상 옳다. 상대방의 감정도 항상 옳다.

둘째, 사람의 감정은 늘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다. 별개다.

셋째,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땐 충조평판(충고,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이 훨씬 많다.

넷째, 과녁을 정확하게 한 질문이나 시선은 한 존재 자체를 조금씩 흔든다. 성찰하게 한다. 마음을 열게 만든다. 과녁에 정확하게 닿은 공감적 대화가 필요하다. ex> 마음이 어떠냐.

다섯째, "내편이구나"라는 수용의 감정을 몸으로 익히면 우리는 그 힘으로 삶을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이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꼭 필요한 조언들이다. <당신이 옳다>를 읽고 나서 나는 변했다. 아이들의 감정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유념한다. 아이들의 기분이 어땠는지, 느낌이 어땠는지 묻고, ‘그랬구나’라며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충조평판을 자제한다. 한마디로 잔소리 안 하려고 노력한다. 혹은 '바른말'로 무장한 폭력을 자제하려고 애쓴다. 그것만으로도 나와 아이들과의 관계는 점점 좋아졌다.




( 감정의 성장, 김녹두 )


부산 가족 여행 중 동네 독립서점에 들렀다가 '감정'이라는 단에 꽂혀 사 온 책이다. 이 책은 특히 감정의 관점에서 '성장'을 이야기한다. 마음의 성장 -> 감정의 성장 -> 관계의 성장이라는 흐름을 가진다. 감정의 성장'이라는 개념이 나를 살짝 흔들어 놓았다. 이런 내 생각의 균열을 만들어 주는 깨우침이 바로 책을 읽는 이유다.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나는 어른이 되고 나서 용기를 내어 내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삶은 보다 평온해졌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였을 때 가졌던 그대로의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러 있는 감정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나를 힘들게 했던 감정들을 계속 되새김질하며, 그 감정을 들어줄 사람, 공감해 줄 사람을 계속 찾아다녔던 것 같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었으나 감정은 그대로 어린아이 시절에 머물러 있었음을 인정한다.


이 책에서 얻는 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감정도 성장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감정은 성장하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그리고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미숙한 감정들의 대부분은 엄마와의 관계에 존재하는 '감정' 들이다. 엄마에게 가장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던 인정 욕구 많았던 한 아이가 있었다. 엄마는 고단한 삶을 살며 충분히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그게 분하지 않았다. 실수로 창문을 깼을 때, 심부름을 가야 하는데 노느라 까먹고 혼났을 때, 다니고 싶은 학원 보내주지 않았을 때 아이는 서럽고 서운했다. 철부지 아이였을 때의 감정들이다. 내 신체가 성장했듯이 이러한 어릴 적 감정과 마음도 성장이 필요하다. 아이였을 때 갖고 있던 감정들을 보다 성숙하게 만들어 갈 필요가 있음을 책을 통해 깨달았다.




( 감정은 습관이다, 박용철 )


"마음의 성장은 마음의 해로운 습관을 줄이고 건강한 습관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성장은 감정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와 같은 많은 공감 가는 문장을 <감정의 성장>에서 만났다. 그런데 책을 덮고 며칠을 지나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의식적으로 응답"하기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감정은 습관이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가볍게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술술 잘 읽히며 어느 순간부터는 완전히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에선 "의식적으로 응답"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고 있지 뭔가. 유레카!!! 내가 찾던 내용이었다.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우선은 감정을 습관으로 풀어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한다! 습관은 행동습관과 마음습관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는 습관을 잘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4장에 나오는 "부정의 나를 긍정의 나로 바꾸는 법"을 정독하며 정리해본다.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두고 실천할 내용들이다.


1. 상상 노출법

: 새로운 감정을 상상하라

* 자극(A) -> 반응(B) 대신 자극(A) -> 감정(B')이 반복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감정 습관이 형성되도록 함

ex> 발표 공포증, 아이들에게 화내는 것


2. 생각 습관 수정하기

: 자극과 감정의 연결고리(생각)를 찾아서 자르기

* A->C(생각) and B(반응)을 A->C(생각') and B(반응')

※ 감정 습관 적기. A->C(생각) and B(반응)에서 C(생각)이 맞지 않는 생각이라면 가능한 한 합리적이고 적절한 생각을 적기

ex> 발표 공포증, 회사생활 속 불안과 두려움


3. 회피요법

: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을 바꿔라

* 자극(A) -> 반응(B)을 자극(A)을 회피

※ 늘어져있다 보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들이 대부분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것들이다. 늘어지지 말고 움직이자

ex> 술만 먹으면 화를 내는 행동 등


4. 자극 통제법

: 부정적인 자극을 최소화하라

* 침대(A)->불안, 잡생각(B)을 침대(A)->잠(B)으로 만들어준다.

※ 예를 들어 불면증이 있는 경우, 침대라는 자극을 통제해야 불면증을 줄일 수 있다.

ex> 불면증(침대)


5. 감정 스위치

: 단숨에 긍정의 감정으로 옮겨 타라

* 자극(A) -> 부정적 감정(B) 생길 때, 감정 스위치(A') -> 기분 좋음(B')을 켜라

※ 나만의 감정 스위치를 만들어 놓아야겠다..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다지기에 들어간다. 5장에서 제시한" 평생 무너지지 않을 행복한 감정 습관 만들기"를 몸에 익힌다.


1. 마음과 몸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라

2. 스쳐가는 감정들을 내편으로 만들어라

: 자주 돌아볼수록 좋은 일이 늘어난다. 하루에 세 번 마음을 체크하라

3. 걱정은 '걱정하는 시간'에 몰아서 하기

4. 변화는 일상의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 방을 정리하면 마음이 정리된다. 마음의 상징을 찾아 활용하라 ex> 뜨개질, 제빵, 그림 그리기

5. 긍정을 부르는 말, 행복을 만드는 표정을 장착하라

: 부정문과 극단적인 표현을 삼가라. 밝은 표정에서 행복의 습관이 시작된다.

6.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것을 찾아라

: 의미 있는 것은 기억된다. 의미를 찾으면 '지루한 일상'은 없다.

7. 행복한 감정 습관의 완성, 비전 세우기

: 비전을 세우면 감정 습관도 따라간다.




( 감정의 발견, 마크 브래킷 )


예전에 읽었던 나의 감정 교과서 중 하나인 <감정의 발견>을 다시 펼친다. 감정의 '성장' 혹은 감정 '습관'의 관점에서 이 책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감정을 다루는 다섯 가지 기술을 제시한다. 일명 RULER!! 이 중에서 내가 다시 유심히 읽은 부분은 8장 '감정 조절하기'(Regulating)이다. 다섯 가지 기술 가운데 가장 다루는 범위가 넓고,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기술이라고.. 저자가 말했던 그 기술! 감정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방법의 가짓수가 관련된 감정과 상황에 따라 거의 무한하기 때문이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감정을 다루는 5가지 기술(일명 RULER)

1. 감정 인식하기(Recognizing)

   : 우리가 항상 뭔가를 느끼는 존재임을 아는 것이고, 인생에서 매 순간 감정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2. 감정 이해하기(Understanding)

   : 감정 이해하기의 핵심은 감정을 자극하는 근본적인 주제나 그럴만한 원인을 찾는 것.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경험이다. 경험을 규명하면 감정에 대처할 수 있다.

3. 감정에 이름 붙이기(Labeling)

  * '감정 인식하기', '감정 이해하기'를 '감정 표현하기'와 '감정 조절하기'로 연결하는 중요한 기술

  : '입자도'는 감정에 이름 붙이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용어이다. 주로 사용하는 일반화된 용어에 안주하지 않고 단어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알갱이가 될 때까지 의미 범위를 좁혀 우리 느낌을 협소하고 정확하게 정의한다는 뜻이다.

4. 감정 표현하기(Expressing)

   :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단, 일방적인 감정 분출은 NO. 경청해주는 상대방이 필요하다.

5. 감정 조절하기(Regulating)

   * 5가지 기술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

  : "개인이 어떤 감정을 언제 느끼고 어떻게 경험하고 표현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감정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방법의 가짓수가 관련된 감정과 상황에 따라 거의 무한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그중 일부분이 여러 책에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다양한 방법들 중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적절히 찾아서 현명하게 자신의 감정 생활에 적용해 보면 된다.


이 책에는 마음 챙김 호흡(mindful breathing), 전망하기 전략(forwad-looking strategies), 주의 돌리기 전략(attention-shifting strategies), 인지 재구조화 전략(cognitive-reframing strategies), 메타 모먼트(Meta-Moment)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신체가 건강해야 감정도 건강해진다고 한다. 건강한 식사, 적당한 신체 활동, 운동, 충분한 수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복해지는 조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행복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감정이 잘 조절되는 상태다.


<감정의 성장>은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깨닫게 해 준 책이고, <감정은 습관이다>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긍정적이고 건강한 감정 생활을 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알려준 책이고, <감정의 발견>은 감정에 대한 교과서 같은 책으로, '감정 조절하기' 챕터를 통해 '삶'이라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건강한 감정 생활을 추구할 수 있는 삶의 지혜 혹은 자세를 전해준다. 그리고 <당신이 옳다>는 애피타이저 혹은 준비운동과도 같은 책, 꼭 제일 먼저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가 떠오른다. <감정은 습관이다>가 스페셜리스트라면  <감정의 발견>의 제너럴리스트가 아닐까.


네 권의 책에서 제시하는 제안은 삶을 살아가는 데 모두 필요한 습관이고 마음가짐이고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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