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볼에세이 Mar 20. 2024

[치앙마이 10일 차] 난생처음 수영 배우기

이제 난 자유로운 몸이야

 부끄럽지만 서른이 되어서도 수영을 할 줄 몰랐다. 물 먹는 것이 걱정돼서.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것이 무서워서.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가는 게 낯설어서. 그동안 수많은 안 되는 이유들 때문에 수영장 문간에 발 들여놓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던 중 수영을 꼭 배워야겠단 사건이 발생한다. 작년 라오스 방비엥여행 중 블루라군을 방문했다. 높은 높이에서 힘껏 본인을 던져 다이빙하는 용감한 여행자들이 부러운 한편, 난 물에 대한 두려움에 바짝 움추러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도 다이빙을 안 해보는 건 너무 아쉽지 않나. 구명조끼를 입고 낮은 높이에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이 흠뻑 코와 입으로 들어갔고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아 엄청 당황했다.


 문제는 열심히 발버둥을 치는데도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단 거다. 그것이 나를 더 무섭게 만들었다. 그때 같이 간 친구가 수영을 잘해서 나를 금방 구출해 줬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좋은 물에서 제대로 놀기 위해선 수영이 진심 필요한 걸 그제야 단단히 깨달았다. 사실 깨달음을 얻고서도 한동안은 수영장에 가지 못했다. 한국에선 워낙 쭉쭉빵빵하게 수영복 갖춰 입고 멋지게 수영하는 분들이 많으니 그 속에 끼어볼까 감히 시도조차 못했다. 외국에 나와서 1:1로 수영을 배우면 그 민망함을 떨칠 수 있을까 싶었다.


 30년 동안 수영 배우기를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에서야 처음 수영을 배웠다. 일단 나와 성별이 같고 나이대가 비슷한 여자 코치님이라 편안했다. 초면이지만 발장구부터 차근차근 물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코와 입으로 물 먹는 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물속에 들어갈 엄두를 아예 내지도 않았다. 코를 손으로 꼭 막고 입으로 호흡하는 법을 처음으로 배웠다. 코치님이 물속에서 호흡하는 것(버블링)이 제일 중요하다며, 물 먹는 것이 당연한 거라 일러주셨다. 자기도 물 먹는 게 일상이니 물 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란 말에 그제야 용기가 생겼다.


 나만 바라보며 내가 호흡하길 기다리는 사람이 서있으니 점차 물속에서 호흡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졌다. 1초에서 3초, 3초에서 10초. 1번이 5번, 5번이 10번으로 늘었다. 스스로 몸이 물에 친해지고 익숙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동안 난 칭찬에 못 마른 사람이었던 걸까? 나이스, 굿잡, fast learner(빨리 배운다) , 발장구 잘 친다 등 수영선생님의 든든한 칭찬감옥에 있으니 점차 물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용기가 피어올랐다.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나도 물속에서 칭찬받으니 조만간 춤을 출지도 모르겠다.


 난생처음 물에 몸이 떴다. 스펀지처럼 평행하게 릴랙스 하니까 무거운 내 몸도 물에 뜨다니. 나도 할 수 있는 거였구나.


 배우기 전엔 몰랐는데 배우니까 물속에서 가벼워지고, 촐싹거리는 내 팔다리의 움직임이 제법 맘에 든다. 처음으로 물에서 물 먹는 걸 받아들이고 조절할 수 있게 된 점이 감격스럽달까. 수영 못해, 물 무서워, 물에 안 들어갈래라는 단단한 벽들에 드디어 금이 가게 만든 것 같은 느낌.


 코치님께 1시간 수영을 배우고, 바로 1시간 더 혼자 연습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어푸어푸 버블링을 해내고, 발장구를 열심히 쳐댔다. 2시간 수영하고 퉁퉁 불은 손과 발이 왜 이렇게 뿌듯한 건지.


 나처럼 수영을 못해서 마냥 물이 무서운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우연히 내 글을 읽고 나도 수영 배워볼까 용기가 생기면 좋겠다. 특히나 태국 치앙마이에선 1:1 수영강습 10회에 4,500밧(한국돈 16만 원 선)에 가능하다.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라도 수영배우길 잘한 것 같다. 백세인생이라는데 앞으로의 70년을 위한 투자가 아닐지! 벌써 다음 수영 레슨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전 01화 취향여행을 시작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