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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pr 01. 2024

[치앙마이 22일 차] 꼬프악꼬담

편견의 장벽

 꼬프악꼬담. 뜻도 모를 단어인데,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예쁜 커스터드 딥 사진과 베트남 끈적 국수의 맛으로 치앙마이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식당이었던지. 나도 모르게 이름을 외워버렸더라. 참고로 꼬프악꼬담의 뜻은 사장님 이름이다.


 무슨 토스트랑 국수를 아침으로 먹는지 의아했다. 거기다 4색의 예쁜 색깔 크림의 맛은 별로지 않을까 생각해서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 누군가는 꼬프악꼬담을 위해 치앙마이에 온다는데. 나는 그동안 꼬프악꼬담의 명성을 잘 알면서도 청개구리처럼 외면해왔다. 참 고집스러운 부분이다.


 치앙마이에 네 번째 찾은 지금. 나만 모르는 맛이니 나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꼬프악꼬담을 외면한 죄를 달게 받은 것일까. 내가 간 날 보기 좋게 리뉴얼한다고 쉬더라. 힘찬 의지가 와르르 꺾였다.


 월요일은 꺼뜨린 의지를 다시 살리기 좋은 요일이다. 다시 도전한 꼬프악꼬담. 리뉴얼을 마치고 재오픈한 식당은 젊은이들로 아침부터 붐볐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열심히 사진을 찍는 중국인들이 많더라. 매장음악으론 한국노래가 열심히 나와서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태국인지 혼란스러웠다.


원래 웨이팅이 심한 곳으로 유명해서 긴장했다. 아침부터 1시간 기다리는 건 기본이란다. 다행히 바로 들어갔다. 워낙 오랜 인스타그램 맛집이다 보니 이젠 웨이팅 할 정도는 아니더라. 그만큼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왔다 간 듯.


 주문하자마자 정말 뚝딱 음식이 나왔다. 인스타그램에서 하도 많이 봐서 이미 먹어본 듯한 기시감이 들 정도로 친숙했다. 처음 실물로 마주한 4색 커스터드 딥은 사진처럼 빛깔이 참 곱더라.


예상했던 대로 혀를 내두를 정도의 대단한 맛은 아니었다. 기대가 적어서 그런지 비주얼만큼은 충분히 맛있더라. 보기도 좋은 음식이 맛도 있을꼬담이라며 꼬프악꼬담식 싱거운 농담을 혼자 궁리해볼 정도니 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인기 좋은 꼬프악꼬담을 보면서 눈으로 먹는 음식의 힘은 강력하구나 느꼈다. 4색 커스터드 딥 세트만 있었다면 아쉬웠을지 모르지만. 그 아쉬움을 쫄깃한 면발과 구운 양파의 진한 풍미를 담은 국물이 매력적인 끈적 국수로 채워주더라. 결국 눈과 입이 즐거운 곳이었다.


꼬프악꼬담 첫 방문을 하고서 아예 시도조차 안 해본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못 먹는 감이면 분명 맛없겠지라며 속단한 것은 아니었는지. 부디 치앙마이 세 달 살기 하면서 편견의 장벽을 깨 가는 나날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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