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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pr 05. 2024

[치앙마이 26일 차] 신비한 고양이 서점

이틀연속 방문한 이유

드디어 치앙마이에서 취향저격 서점을 찾았다. 이름부터 보기 드문, 희귀한 서점이더라. 그래서 더욱 끌렸다.


 입구에 들어서니 다닥다닥 모든 면이 꾸며져 있었다. 초록식물, 화려한 패턴, 고양이가 어우러진 공간. 곳곳에 주인장의 취향이 잘 드러났다. 유심히 살펴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주인장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조지오웰의 1984더라. 한 켠을 1984 책으로 빼곡하게 꾸며놓았기 때문. 그중에는 민음사에서 출판한 한글버전 1984도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한 켠엔 동물농장의 핵심문장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이 손글씨로 적혀있더라. 아마도 조지오웰이 이 서점에 방문했다면 엄청 뿌듯했을 것 같다.


 서점에서 끝나지 않고, 소품, 빈티지 옷, 커피도 판매한다. 그래서 동네사랑방처럼 멋진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기 입장하는 거의 모든 손님이 최소 한 시간 정도는 머물 정도로 편안하다. 나도 1층 한가운데 자리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수첩 하나 펼쳐 들고 이런저런 생각을 적었다.


 둠칫둠칫 내적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취향저격 플레이리스트에 노래 찾아주는 어플 Shazam을 설치했다. 확실하고 뚜렷한 취향을 발견하면 ctrl+c, ctrl+v버튼을 써서 내게도 옮겨 심고 싶은 마음이랄까. 결국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조금씩 맛보는 것, 그것이 여행의 맛이 아닐는지.


 치앙마이 처음 왔을 때의 설렘이 다시 여기서 시작된 기분. 2층까지 있었는데 아껴두었다가, 오늘 다시 방문했다. 오늘은 2층 구석진 자리에 앉아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브런치를 쓰는 중이다. 여긴 와이파이 비밀번호마저 감탄하게 만든다. “Time has told me." 시간이 내게 말해주더라.


 나의 시간을 아낌없이 써서 시선을 듬뿍 담아두고 싶은 멋진 공간을 발견해서 기쁘다. 어젠 고양이가 한 마리인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두 마리 이상이다. 고양이가 처음엔 의자에서 쌔근쌔근 잠들어있더니, 서점 전체를 캣타워처럼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더라. 이쯤 되면 여긴 신비한 고양이 서점이 아닐까. 이 고양이들의 이름을 알 때까지 재재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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