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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pr 06. 2024

[치앙마이 27일 차] 빚진 주말

아쉬운 1밧

 내가 좋아하는 반캉왓 근처에 못 보던 아늑한 식당이 있길래 향했다. 가정집에서 노부부 둘이서 운영하는 곳인데 open이라는 팻말이 반겨주더라. 입구를 잘못 알아서 문 앞을 서성댔는데 할머니가 뒤로 들어오라고 알려주신다.


손님은 나뿐이었다. 메뉴판을 두 개나 주셨는데 하나는 문자 메뉴판, 하나는 사진 메뉴판이었다. 행복한 고민 끝에 소고기치즈버거를 주문했다. 할아버지의 막간 불쇼가 펼쳐졌다. 직접 햄버거를 만드시는 모습을 직관하니  제법 기대되었다.


포크와 나이프를 가져다주셨는데, 두 손으로 납작하게 눌러 와구와구 먹었다. 정말 게눈 감추듯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콜라까지 얼음 가득 넣어서 마셔주니 완벽한 식사였다.


 맛있게 먹고 계산하는데, 동전이 있냐고 물으신다. 45밧이 나왔는데 44밧밖에 없더라. 할아버지도 동전이 없다고 44밧이나 45밧이나 거기서 거기니 괜찮다고 하셨다. 44밧이 동전으로 있는 게 어디냐며 말이다. 어쩌다 1밧을 빚진 덕분에, 오늘의 경험이 더 진하게 남을 것이다.


 식당에 들어설 때부터 많이 덥지 않냐고 선풍기를 틀어주시던 장면이 아직도 선하다. 활짝 미소로 맞이해 주시고 마지막까지 반겨주신 할머니할아버지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으니. 태국사람들은 정말 하나같이 친절해서 놀랍다.


 분명 마음을 헤아리고 나오는 직접적인 행동이기에 반복되는 친절에도 매번 똑같은 크기로 격하게 감동한다. 나도 모르게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컵쿤카를 외치며 감사함을 따라 전하게 된달까. 친절은 그만큼  쉽게 전염된다.


 1밧을 못 낸 것보다 식당이 구석진 자리에 있어서 찾아가야 하는 위치라 나 홀로 손님인 점이 가장 아쉽더라. 근처 카페로 옮겨서 식당의 리뷰를 남겼다. 부디 1밧 이상을 벌어다 주는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파스타 먹으러 또 가야지.


*Cotton Hut 위치: https://maps.app.goo.gl/AeLGAW7nQvbGG7HPA?g_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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