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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pr 10. 2024

[치앙마이 31일 차] 평영 적응기

조급해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

 벌써 수영레슨을 받은 지 8회 차가 되었다. 처음으로 스펀지누들 없이 물속을 누비는 기쁨을 누렸다. 사실 평영을 제대로 해내는 데에 그동안 수업의 절반 이상을 보냈고 여전히 보내는 중이다. 아직도 손은 자꾸만 밖으로 파닥거리고, 발은 제 멋대로 첨벙 대지만.


 오른쪽 발이 자꾸 베어풋이 안 되어서, 유튜브에서 평형 영상 몇 개를 보았다. 많이들 평영에서 수영을 포기한다더라. 앗 나만 버벅대는군 아니구나! 얼굴을 모르는 익명의 동지들로부터 위로를 얻었다. 그저 몸의 감각이 그저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길 바라며, 계속 틀리더라도 해봐야지. 중꺾마.

 

 머릿속에서 잘하려고 생각할수록, 몸의 동작은 더 이상하게 움직이는 거 같아서 속상했다. 매 수업마다 전후 30분씩 혼자 연습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물속에서 몸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좋아서, 이젠 두려움 대신 설렘으로 채우는 중이랄까.


 오늘은 내 옆에서 열심히 수영하던 사람이 강사님에게 내가 이미 치앙라이까지 다녀왔다고 농담하고 갔단 얘기를 들었다. 의욕만 뿜뿜한 것이 수영장에 다 들통났다. 강사님이 내가 처음 수영을 배울 때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격려해 주셨다.


 나의 처음이 떠올랐다. 숨쉬기도 못해서 물을 무서워하고, 물 먹을까 두려워했던 때. 마음처럼 몸이 안 따라줘서 슬펐는데,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구나 희망을 품었다.  


 80% 동작이기보다 100% 제대로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하셨다. 나도 너무 조급하게 그 자리에서 꼬꾸라지거나 틀린 동작으로 허우적대지 않기를 제일 바란다. 여유 있게 한 동작 한 동작 정확하게 펼쳐서 힘차게 나아가고 싶다.


표면적으론 수영을 배우지만, 사실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자세를 배우는 듯 하다. 멀리 가려면 차분하게 꾸준히 제대로 해야 한단 걸. 그동안 빨리빨리 경쟁하며 서두르듯 살아왔는데,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은 slow, slow, calm down, take it easy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만의 템포와 리듬을 수영 속에서 찾고 있다.


 내 바로 뒷타임에 할아버지 연세가 88세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인 것을. 평영의 자세를 조금씩 고쳐가며, 나의 방향대로 차근히 나아가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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