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니

_뚜벅이의 여행법

by 엉클테디

24시간이 모자라_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인지 급 피곤 해져 숙소로 가서 낮잠을 푹 잤다.

아마 한국시간으로 밤 시간대라 몸이 아직 코리안 타임에 맞춰져 있나 보다.


한 시간 전후를 뒤척였나


쉴 때가 아니야. 움직이자


그러곤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나서 다시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어디를 갈까나


이미 계획해놓은 일정을 클리어했기에 자유롭다.

바람이 선선히 불고 있다.


좋네.


바람에 실려 살랑살랑 광장으로 걸어갔다.


오전보다 조금은 사람들이 많다.


여행객도 있고 현지인도 있고 물건을 파는 사람도 있다.

유럽의 흔한 광장의 분위기랄까






매번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낀 건 대부분의 유럽 광장이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광화문광장이 있지만 인도보다는 차도가 넓은 거 같다.


또 하나


유럽 광장 주변엔 무수히 많은 노천카페가 있다.

마치 오다가다가 쉬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마련한 카페인 듯하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을 생각하면 카페가 듬섬듬섬 있지만 오픈된 공간이 아니라 건물로 들어가서 커피를 마셔야 하므로 유럽의 어느 광장들보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을 조금 더 사람 중심으로 광장으로서의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다.



광장이 참 넓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강가에 잠시 이끌려 그쪽으로 걸어간다.

이게 바로 바람 따라 구름 따라간다는 건가?!


sticker sticker



이렇게 강가 옆에 앉아 멍 때리는 게 오랜만이다.

몇몇 사람들은 병맥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 또한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리곤 그들과 같이 멍을 때려본다.


그렇다. 사색에 잠기는 것을 좋아한다.


통학하는 동안 매일 아침 버스를 타면 커튼을 걷어내고 바깥 풍경을 본다.

그러다가 계속 무언가에 꽂히면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특별한 건 없다.


그냥 일상에서 놓쳤던 부분들이 불현듯이 생각이 나면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오늘 수업 끝나고 뭐 먹을까?






한참을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린다.


무심코 구글 지도를 켜본다.

내 위치를 눌러본다.


그러고 나서 줌아웃을 한다.


한국과 포르투갈은 얼마나 멀까


진짜 멀리도 왔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멀리 떠났네.



첫째 날이라 그런지 아직도 내가 포르투갈에 온 게 실감이 안 난다.

그냥 모든 게 꿈같다.


깨어나기 싫은 꿈이다.

깨어나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다시 일상으로 가는 게 조금은 싫다.



매번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귀국하고 나서

그날 밤 집에서 푹 자고 다음날에 일어나면 정말 긴긴 꿈을 꿨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역마살이 단디 끼나 봐



이걸 도대체 어떻게 쌓은 걸까

그래도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일상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소중한 무언가를 다시 찾아 상기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내 가족, 내 친구, 내 꿈 더 나아가


계속해서 생각의 생각을 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나 잘 가고 있는 거 맞으려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게 가치 있는 삶일까


근본적인 것들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


항상 정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흔히들 말하는 '영감'이랄까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다시 걸어볼까_


코메르시우 광장을 가로질러 알파마&그라사 지구로 간다.

걸어간다라기보다는 올라가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오르막길이 많다.


가는 길에 큰 성당이 있다.


아, 저게 리스본 대성당이구나


리스본 대성당

근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비슷한 느낌이다.

건축양식이 약간은 같은 느낌이 든다.



성당 이쁘네.


성당의 외관을 구경하고 있을쯤


옆에 트램이 지나간다.


12번 트램

와 진짜 아담하고 이쁘게 생겼네.


저 작은만한 트램이 리스본 곳곳을 간다고 생각하니까 귀엽다.

트램 지나가는 걸 찍었어야 했는데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나름 신형 트램을 타봤다. 근데 굉장히 덜컹덜컹 소리가 많이 난다.

조금 더 올라가다가 또 트램을 발견.


찰나의 순간



귀여운 트램을 카메라로 담기 위해 준비를 한다.



아.. 아저씨..



일단은 셔터를 눌러본다.





그래도 나름 만족스럽다 :D


그리고 잠시 후 트램보다 더 귀여운 게 올라온다.


저 귀여운 쪼꼬미는 또 뭐니





이 높은 곳을 올라오기도 하는구나?!


대단하네.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니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_


오르막길을 오르고 올랐다.


조금은 숨이 차다.


잠시 숨을 거르고 넓은 강이 보이는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로 갔다.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와 색감 장난 아니다.


뭐가 이렇게 이 정도로 컬러풀한걸까


계속해서 감탄을 한다.


마치 스케치북에 리스본 시내를 그린 후 파스텔로 컬러풀하게 색칠했다고 해야 하나


도시의 전체적인 색감이 밝고 알록달록하다.


그래서 포르토가 밤이 이쁜 도시라면 리스본은 낮이 더 이쁜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나 떨리고 재밌다니_


전망대 옆에서 누군가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통기타 소리를 조금 더 잘 듣기 위해 그에게 가까이 갔다.

노래를 부르진 않지만 전망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곡들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제 막 한 곡이 끝날 때쯤

잠깐 인사를 나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항상 시작은 Hola


물론 서로 영어가 서툴렀지만 대화를 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우리에겐 바디 랭귀지가 있으니까.


그는 브라질에서 왔다고 한다.

버스킹을 하면서 유럽여행을 한다고 한다.


우와, 멋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문득 스쳐 지나갔다.


나도 언젠가 한 번쯤 해보고 싶다.


백팩과 작은 기타 하나 들고 버스킹 하면서 유럽 여행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물어봤다.


혹시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 칠 줄 알아?


당연히 알지. 내가 통기타 치면 옆에서 노래 부를래?


그럼. 일단 가사 좀 검색해볼게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을까.


Ok, I'm ready Bro


그러곤 전주가 시작되었고 타이밍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
분위기에 취해서일까. 무슨 깡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했을까


여행 온 외국인들이 웬 '동양인이 노래를 부르네?' 하면서 신기하게 쳐다봤다.

뭔가 민망했지만 그래도 완곡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애드리브까지.


이미 그 분위기에 심취해 있어서인지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어차피 난 잠시 왔다가는 여행자니까


노래를 듣다가 그가 갑자기 웃으면서 넌지시 물어봤다.


너 기타 칠 줄 알아?


조금?!


그렇다. 중학교 때부터 통기타를 짬짬이 독학했다.

막 근사한 연주까지는 아니지만 코드만 있으면 어느 정도 연주는 가능하다.

-자랑 끝-


그러자 그가 선뜻 기타를 주면서 아는 곡 있으면 연주해달라고 했다.

얼떨결에 기타를 받았는데 멍석을 깔아주니까 막상 여태껏 연습했던 곡들이 생각나질 않았다.


몇 곡 외워 둘걸 그랬다.


음, 내가 자주 연주했던 팝송이 뭐였더라.


아 맞다. 그거 하면 되겠네.


영화 <Once> ost falling slowly

가사를 1절만 알고 있어 2절부터는 허밍으로.

다음엔 가사까지 좀 외우고 가는 걸로.


falling slowly



어찌어찌하다 보니까 연주가 끝났다.


다행이다.

그러자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전망대를 구경하는 여행객들이 잠시 내 노래를 들었나 보다.


아이구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 u so much.


Obrigado :D


정말 얼떨떨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엄청 떨렸지만 뭔가 재밌다.

두고두고 생각해봐도 특별한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다음으로 다른 곡들도 기억을 더듬어 조금씩 연주하다가 민망해서 다시 기타를 돌려줬다.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 되고 가야 할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내일도 이 자리에서 버스킹 할 거야?


음,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오후쯤에 여기 있을 것 같아.


그렇구나?! 내일 또 시간 되면 또 올게.


그래, 여행 재밌게 하고 다음에 또 보자.


아쉽지만 웃으며 안녕.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일지라도 그냥 통한다는 게 신기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혼자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특별한 순간이 있었을까





내가 배운 영어는 영어가 아닌가 봐_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호스텔로 갔다.


아까 외출하기 전

호스텔 리셉션 공지사항에 Mama's dinner &Pub crawl을 보았다.


마마스 디너 그리고 펍크롤이라


리셉션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여기 호스텔 주인장이신 엘리사벳 아주머니께서 게스트들을 위해 포르투갈 가정식을 해주시는 이벤트라고 한다.


간략한 숙소 후기와 내가 호스텔에 빠진 이유를 적어놓았다.

https://brunch.co.kr/@ttee2014/11


저녁만 먹으면 10유로 술과 함께 먹으면 12유로

저녁시간은 20:00 ~ 22:30


오.. 뭔가 재밌어 보여.


WHY NOT


일단 참여하는 걸로.



숙소로 돌아온 후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리셉션으로 내려갔다.

호스텔 리셉션 바로 옆에 공용 라운지가 있고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조식도 그곳에서 먹는다.


게스트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고 자리에 착석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채울 쯤이었을까


초면이라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말을 걸어본다.


HI, Where are you from?


개인적으로 이문장이 마법의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 하나면 일단 외국인과 말을 건네는데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는 각자의 선택이랄까


just small talk or more


만약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면

더 나아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가지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는 건 어떨까


여러 게스트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대화의 주제는


여행


그다음으로 음식.


Have ever been to 나라 또는 장소?


Have ever tried to 음식?


처음에는 '어디서 왔어?'부터 시작해서 '여행 어디 어디 가봤어?'로 대화가 이어가는 듯했으나
대화 소재가 떨어지니까 급 할 말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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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좀 더 할 걸


그 이후엔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리액션을 해주다가

계속 멍 때리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를 반복하고 있을 때쯤 음식이 나오자 맛있게 먹었다.


일단 먹자.


가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과 이야기할 때 괜스레 주눅 들고 긴장한다.


네이티브 스피커라 그런지 틀리면 민망할까 봐 더 안 틀리려고 하니까 부자연스럽기도 한다.


오히려 유럽 애들하고 이야기할 때 긴장도 안 하고 이해도 잘 되고 서로 뭔가 통하는 느낌이랄까


do you know what i 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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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면서 잠시 말할 틈이 생기자 외국인 친구들한테 물어봤다.


나는 아직도 영어 회화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영어회화를 잘할 수 있어?


그냥 여행을 많이 다니면 돼.

하다 보니까 조금씩 늘더라.

역시 여행을 많이 해봐야 하는 건가


근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여행하다가 만난 외국인 애들하고 잠깐잠깐 대화해보면
일상생활에서 쓰는 문장이나 표현들이 비슷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계속 듣다 보니까 나도 그 문장이나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았다.



시차 적응은 언제쯤 극복하려나_

식사를 마치고 외국인 친구들과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눈꺼풀은 저 밑바닥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아직 피크타임인데...


호스텔 직원 친구가 디저트 맛있으니까 먹고 가라고 했지만

아직 디저트까지 먹기엔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디저트가 그렇게나 맛있다고 한다.


Oh, But 미안한데 나 진짜 너무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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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다음에 먹는 걸로 하고 터벅터벅 방으로 들어온다.

씻기도 귀찮고 그냥 바로 눕는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잠시 떠올린다.

진짜 많이도 걸었고 이곳저곳을 갔고 오후까지 알찼었구나.


내일도 날씨가 오늘처럼 맑아야 할 텐데


하루가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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