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퓌센 노이슈반슈타인 성
어릴 적 나는 디즈니(Disney)의 만화 영화들을 보며 자라왔다. 동심 가득했던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재미가 있었는지 어른이 되고 난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땐 그냥 모든 것이 재미있고, 즐거웠다.
점점 자라면서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사회라는 냉정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그런 동심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아무 걱정 없었던 그때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내가 좋아했던 디즈니 만화의 첫 장면에 나오는 로고의 모티브가 된 곳, 백조의 성이라고도 불리는 곳,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곳 중 하나인 독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동심을 찾아 떠나보자!
퓌센은 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퓌센에서 하루 정도 머무는 것도 좋겠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둘러봐야 하는 여행자에게 당일 여행 코스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퓌센까지 가는 기차는 "DB Navigator"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서 예약할 수 있는데 바이에른 티켓을 구입하면 뮌헨-퓌센 구간의 기차뿐만 아니라 퓌센-노이슈반슈타인 구간의 버스도 별도 티켓 구입 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뮌헨을 출발해 퓌센으로 향하는 기차의 창 밖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달리는 기차에서 내려 사진을 담고 싶어 지는 마음을 겨우 참으며 이 순간을 눈으로 담아본다. 이럴 땐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두 시간이 금세 지나고 퓌센 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한시라도 빨리 백조의 성을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게 된다. 역사 뒤편으로 가면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는 버스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보니 서두르지 않으면 눈 앞에서 버스를 떠나보내기 십상.
퓌센 역에서 성까지 가는 버스 요금은 편도 2.1 유로이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바이에른 티켓을 구입했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유레일 패스의 경우에는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퓌센 역에서 탑승한 버스가 도착한 곳은 내가 기대했던 그런 백조의 성 모습이 아니라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 성은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은 루트비히 2세의 아버지인 막시밀리안 2세가 지은 호엔슈방가우 라는 성으로 마치 레고로 만든 것 같은 네오고딕 양식의 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성 역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을 위해서는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장에서도 티켓을 구입할 순 있지만 줄이 꽤 길어서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약 사이트 : https://www.hohenschwangau.de)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인 버스는 편도 1.8 유로, 왕복 2.6 유로이다. 하지만 버스를 타려는 많은 사람들로 두 세대는 기본으로 보내면서 기다려야만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도보로 이동하는 건데 성까지는 3~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올라가면서 퓌센의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는 있지만 경사가 높아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했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마차를 타는 건데 올라갈 때 6유로, 내려올 때 3유로의 비용이 들어 다른 방법에 비해 비싸다. 그래서 필자는 올라갈 때는 편도 버스를 이용하고, 내려올 때는 퓌센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내려왔는데 이 방법도 꽤 좋았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가면 가파른 길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간 다음 마리엔 다리 입구에서 내려주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뷰가 가장 볼만 하기에 꼭 가볼 것을 권하고 싶다.
가끔 보수 공사를 하거나 눈이 많이 내릴 때에는 폐쇄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갈 필요가 있다. 마리엔 다리 위에는 아름다운 백조의 성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늘 북적이고 있으니 차례대로 줄을 서서 기다렸다 들어가면 된다.
마리엔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보면 이렇게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 풍경을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어릴 적 그때의 동심이 떠오르면서 한참 동안을 넋 놓고 바라보느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마침 날씨마저 화창해서 더더욱 감사한 순간이었다. 뮌헨에서 여기까지 기차와 버스를 수차례 갈아타면서 찾아온 수고로움을 한 번에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랄까.
이런 높은 산속에 이토록 멋진 성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한 마리의 우아한 백조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서 백조의 성이라 불리나 보다 생각을 하게 되는 풍경이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마리엔 다리 위는 늘 북적이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멋진 풍경을 보고 그냥 내려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이 죽은 뒤 성이 관광지로 전락되는 것을 두려워한 루트비히 2세는 자기가 죽으면 성도 함께 파괴하라고 지시를 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쟁광이었던 아돌프 히틀러 역시 자기가 일으킨 전쟁에서 전세가 기울자 초토화 작전의 일환으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폭파하라고 지시했지만 다행히도 이 성은 폭파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순간을 선물해주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둘러본 다음 다시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까지는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크지 않은 퓌센이기에 1시간이면 둘러보기 충분하니 거리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여행자에게 주어진 행복이 아닐까..
파스텔 톤으로 꾸며진 퓌센은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 것처럼 아름다웠다. 마침 동화 속 주인공 같은 독특한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독일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유머가 없다고 들었기에 사진을 찍어도 될지 물어보는 게 망설여졌지만 나의 물음에 "Sure! Why not!" 이라며 포즈까지 취해 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역시 무엇이든 편견과 선입견을 갖기보다는 직접 겪어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여행에서 또 하나의 진리를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