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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종이 Nov 09. 2020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들을 접할 때면 네가 생각나.

마냥 팬이었던 내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들으며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데.

하물며 네가 그런 일을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면

나는 어떠할까.


목구멍으로 밥이나 잘 넘길까.

슬퍼 울다 지치기도 할까.

어떤 일에든 힘이 나기나 할까.

하루에 몇 차례의 한숨을 쉬고, 눈물이 날까.

가슴 아리다는 말도 가당치 않겠지.

표현할 수도 없겠지만

누군가에게 한탄하지도 못하겠지.

못해준 것들만 생각나고, 그리운 마음에

수신하지 않은 전화를 붙들기도 할 거야.


그래, 내가 슬퍼하는 건 그나마 낫겠다.


조금씩 슬픔에 무뎌지고

다시금 내 할 일들을 하며 밥도 잘 먹고 지내겠지.

한숨은 줄고 웃음은 늘고,

숨 쉬는 것에 아무 문제도 없고

너의 번호도 잊을 날이 올 테니


이런 내가 문득문득 징그럽고 밉겠지.


그러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짝사랑하듯 나에게 무심해 보이는 너,

일 때문에, 애인 때문에,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혹은 내가 그냥 생각나지 않아서)

연락을 해주지 않아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괜찮기로 했어.


그저 기쁠 때는 날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너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땐 연락 한 번 주지 않겠니?

괴로운 때에 날 기억해주길.

사소한 일인데 나 혼자 이러나 싶은 일에도

털어놓을 길 없다면 나를 붙들고

새벽까지 한탄해도 되니.

아플 땐 나를 성가시게 해 주길.

이기적이어도 괜찮으니 네 얘기들로만

몇 시간의 대화를 채워주길.


제발 말없이 떠나지만 말길.


너를 이토록 간절히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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