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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Mar 03. 2022

삼동파는 소생한다

삼동파 드루이드 퀘스트

  작년 봄부터 키운 삼동파 이야기를 적어보려한다. 삼동파는 유명 네이버 블로거 프로개님이 나눠주신 파로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How to 파) 포스팅을 올려주면 나는 그것을 따라 물을 준다던지 식재를 한다던지 해서 키우는 걸 따라 하면 된다. 그때 선착순으로 파를 나눔 해주셨는데 순위에 들어 감사하게 파를 받게 되었다.

 삼동파는 조선파라고도 불리며 시판용 파와 달리 파란 부분 끝까지 매운 토종파이다. 나는 파를 집 베란다에 4개, 회사 옥상에 4개를 심었다.

 시간이 지나 파 옆에 새 파가 올라올 때 기쁨이란. 이때부턴 먹는 파가 아니라 화초 같은 애완파로 바뀌는 순간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베란다의 파가 성장하지 않았다. 잘 자라지 않았다. 옥상에 심긴 파와 성장 차이 때문에 더 비교가 되었다. 그래서 두 달쯤 지나 나는 결단을 내렸다. 집의 애완파도 옥상으로 옮기기로.

 그렇게 파들은 옥상으로 옮겨졌고 2개는 당근으로 무료 나눔을 해서 8개 파에서 6개의 파만 기르게 되었다. 마침 주아가 생긴 파도 있었다. 주아는 파의 새끼(?)인데 사진처럼 무섭게 파 꼭대기에서 저렇게 발생된다. 주아는 똑 따서 땅에 심으면 새 파가 또 자라난다. 이게 삼동파의 번식 방법이다.

 하지만 몇 주 뒤 파새끼들이 모두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가 내 파새끼를 죽였는가!!!!!

 범인은 항상 목격자에 의해 걸리기 마련. 밭을 종종 관리하시던 직원분이 내 파새끼가 잡초인 줄 알고 뽑아서 버렸던 것. 나는 울고 불고 그분에게 따지고 욕하진 않았지만 다음부터 내 파를 건들지 말아 달라고 적당히 협박만 했다. 주아 죽음사건으로 옥상을 오가는 사람들은 파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삼동파는 분열파라고도 불린다. 1을 심으면 2개가 되고 2개는 4개가 되고 4개는 8개가 되는 분열을 한다. 그래서 처음 분열했을 때 매우 놀라웠고 기특했다. 8분열 이후 살짝 시큰둥 해졌지만 그래도 나의 애완파니까 가끔 올라가서 확인을 해주었는데..... 한쪽 파는 8갠데.... 한쪽이 5개??????? 였다.

 이렇게 파 분실사건이 일어났다.

 누가 내 파를 먹었는가!!!!!

 금방 밀고자에 의해 범인이 밝혀졌는데 이 날 점심시간에 된장찌개를 끓여 나에게 밥 대접을 한 직원이었다. 나는 그렇게 내 파를 먹었다. (맛있게 같이 잘 먹었지만) 그분께 다시는 내 파를 먹지 말라고 아직은 어린 파고 키우는 중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그 뒤로도 종종 파가 없어졌다. 된장찌개를 끓여주신 분은 본인은 절대 아니라 하셨다. 내부 밀고자에 새 범인이 밝혀졌는데 나의 상사였다.

 왜 자꾸 내 애완파를 먹는가!!!

 삼동파가 알싸하니 매우니까 라면 끓일때 똑 따서 드셨던 모양. 다시 한번 난 파먹기 금지령을 모두에게 내렸다. 그렇게 가을까지 평온하게 파는 자라났다.

 늦가을엔 파가 통째로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는 진짜 화가 많이 났다. 한 개씩 따먹는 것도 아니고 통째로 가져갈 줄이야. 장염 걸려서 설사 7일 동안 하라고 저주를 뿜었다. 나의 파계획이 무너졌다. 열심히 분열시켜서 박말례 할머니 파김치 담글 예정이었는데 감히 내 파!!

 설사나 해라!!!!!!!!!!!!!

 그렇게 파는 최종 2개가 되었고 겨울이 왔다. 파는 시들시들 시들었다. 프로개님이 삼동파는 영하의 날씨도 견디는 강한 파라고 했다. 프로개님을 믿고 파를 믿고 그렇게 혹독한 겨울이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오늘! 삼동파 퀘스트를 진행한 사람들의 파가 살아났다는 후기를 보고 나도 잽싸게 옥상을 올라갔다. 시들한 이파리를 걷어주니 맙소사 파들이 솟아나 있다.

 Im here. Im 파. 나 살았어.

 그렇게 내 애완파들은 다시 소생했다. 하하하하. 파를 훔쳐먹는 인간의 위협에도 파가 살아남았다. 이번엔 훔쳐먹으면 아주 손모가지를 잘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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