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렇게 창작된다.
며칠 전에는 기이한 꿈을 꾸었다. 이 꿈은 해석할 수 없는 기이한 형태이다.
가끔씩 이런 꿈을 꾸기도 하는데, 이럴 때 꿈속의 나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한다. 즉, 나는 거기에 없지만, 거기에 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나는 모든 걸 관찰하고 약간의 ‘정념의 몽타주’를 첨가한다. 그래서 아침에 꿈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본다. 이것 역시 ‘몽타주’ 적인 기법으로 기술된다. 하나의 전체적인 스토리라고 보기보다는 여러 ‘이미지’들의 상념들이 중첩되거나 별개로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게 꿈속에서 ‘벌어진 일’ 들이다. 그러나 꿈에서 깨면 난 이걸 ‘이야기(fiction)’으로 전이한다. 이야기가 아닌 게 이야기가 된다. 신비하고 경이로운 경험이다. 이런 식으로 두 편의 소설을 완성한 적이 있다. 오늘은 나의 세 번째 소설이 될 수도 있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이게 다 꿈이라는 것이다.
A : 그녀가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왜 이 섬으로 다시 내려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엄마가 몇십 년간 운영하고 있는 국밥집에 들어와 엄마, 남편, 어린 여동생(고등학생)과 살고 있다. 그러다 ‘학교 지킴이’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오래된 시골 학교 건물의 구조적 문제를 발견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개조를 하기 위해 애쓴다.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방관하고, 학교 사람들은 어차피 안될 거고 할 필요성도 못 느껴 시도조차 할 생각이 없다. 그녀는 간신히 학교 사람들, 교장선생님 등을 설득해서 안전물 재 설치에 대한 협조와 동의를 얻어냈다. 그녀가 자신했던 방법은 자신이 근무했던 대기업의 연줄을 통해서였다. 사실, 대기업 입장에서 시골학교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물 몇 개 설치해주는 게 큰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에 그녀는 그렇게 제안서를 내밀었다. 그러나 믿었던 연줄은 그녀를 철저히 사업적 관계로 대했고, 그렇게 그녀가 이 시골마을에서 자신이 자랐던 이 섬에서 조그마한 도움이 될까 시작했던 일은 처음부터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실망하는 이들은 없다. 그들은 당연히 다 안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안되었다는 그녀의 소식에 한잔의 소주잔을 기울이며 실낱같은 이 사회에 대한 믿음을 다시 버리고 훌훌 털며 일상으로 복귀했을 뿐이다. 그녀는 혼자 전전긍긍하기 시작한다.
B : 그녀의 남편.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두 사람. 남편은 산 꼭대기에 펜션을 친구와 함께 지었다. 물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지었다. 남편은 그녀를 데리고 올라가 펜션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절경을 보여준다. 이 섬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름다운 해변가, 저 멀리 보이느 외딴섬, 푸르른 바다, 무엇하나 안 아름답지 않은 자연의 풍경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다 그녀가 물어본다 “여보 근데 여기 올라오는데 너무 힘들었어. 길이 너무 험해. 여기 아르바이트생이라도 구할 수 있는 거야?” 진짜 그랬다. 올라오는 길은 비틀거리는 산 정상을 올라오는 것보다 더 난이도가 높았다. 한 명의 알바 지원생이 있어서 간신히 끌고 올라왔지만, 올라오자마자 그는 여기서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며 애원하며 다시 내려가게 해달라고 했다. 그가 아무리 아름다운 전경과 자연의 풍요로움을 설명해도 아르바이트생은 울며불며 여기서 일 못하겠다고 나가떨어졌을 뿐이다.
남편은 동업자인 친구와 함께 여기를 주점을 만들까 하며 고민해본다. 정말 과연 이곳은 펜션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C : A의 어린 여동생. 고등학생이다. 조그마한 동네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지냈다. 친구들을 보면 피해 다니고 언제나 위축 들어 있다. 그녀는 자기가 국밥집 하는 엄마의 딸이 아니라 어느 재벌가에 숨겨진 딸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언젠가 그들이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여기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런 그녀를 그나마 버티게 해주는 건, 언니도 아니요, 엄마도 아닌 동네 2살 터울의 언니이다. 어릴 때 친하게 지냈던 언니는 고등학교 때 육지로 건너가 공부를 했다. 육지에서도 공부를 잘했던지 소위 명문대라 일컬어지는 대학에 다녔다. 그녀는 방학이라 집에 와서 C를 다시 찾았다. C와 함께 거리를 걸어가는 순간 멀리 C의 학교 친구가 오는 모습을 보고 C는 재빠르게 몸을 숨겼다. 그러나 친구는 그녀를 귀신같이 찾아내서 놀리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다 못한 2살 터울의 언니는 도대체 얘한테 왜 그러냐 하고 언닌 무슨 상관이냐며 설왕설래를 한다. 그러자 언니가 대뜸 "내가 얘 과외선생이다. " 하고 외치자, 그녀는 한걸음 물러나고 "언니 진짜 그 학교에 입학한 거 맞아요?" 라고 물어보고, 언니는 주머니에서 학생증을 보여주며 실컷 보라고 한다. 친구는 C와 언니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다가 알겠다며 가버린다. C는 언니가 정말 멋져 보였다.
A와 C의 엄마 : 그녀는 이 섬에서 나고 자랐다. 친정엄마에게 물려받은 국밥집을 운영하며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에 대한 딱히 기대는 없지만, 지 밥벌이는 하고 살길 바랬다. 다행히도, 큰 아이가 대기업에 취직이 되어서 섬에서도 난리가 났었다. 어릴 때부터 영특하더니, 역시나 다르다며 동네 섬주민들은 국밥집에 들를 때마다 한 소리씩 한다. 하지만, 그녀는 둘째를 의식해서인지, 대기업에 다니는 게 별 대수롭지 않아서인지 딱히 어찌하다 내색 한번 한적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아이가 다시 섬으로 내려왔다. 그때도 그녀는 딱히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는 국밥집을 위해 사는 것처럼 하루하루 그냥 국밥집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가타부타 말이 없이 열심히 살뿐이다. 도무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오로지 국밥집 생각뿐인 건지.
동네 주민들 : 국밥집 큰 딸이 다시 내려왔을 때, 동네가 술렁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왜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젊은 나이에 고향으로 왔냐고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 없다. 그녀의 남편 역시 건달처럼 보이지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펜션을 짓는다며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지냈다.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에 동네 사람들은 더 놀라웠다. 하지만, 국밥집 큰 딸이 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자꾸 머언가 동네를 바꿔보려 여기저기 관공서도 다녀보는 모습이 답답해 보일 따름이다. 저렇게 한다고 그들이 꿈쩍이나 하지 않는다는 걸 이 곳 사람들은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기대도 없고 실망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그녀에게 그런 짓 그만하라 말하기엔 그녀가 너무 열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