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것을 혼낼 때에도 확실한 명분을 가지는 이쁜이
이쁜이는 피아노는 좋아했지만 해금은 아주 싫어했다. 연주가 시원찮아서 시끄러운지 해금을 꺼내 들면 눈이 샐쭉해져서 잔소리를 시작했다.
해금 연습을 시작하면 이쁜이는 옆에 꼬꼬꼬 못마땅해하면서 다가와 활대 옆에 우두커니 자리를 잡았다.
활대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이쁜이를 슬쩍슬쩍 건드리는 위치에 일부러 자리를 잡고 툭툭 치는 것을 의도하는 것이다. 그러고 버티다가 활대가 이쁜이를 세 번째 건드리는 순간 호된 날라차기로 응징하는 것이다.
병법을 따로 공부한 것인지, 맘에 안 드는 것을 혼내줄 때는 이렇게 명분을 만들어 엄하게 꾸짖곤 했다. 이쁜이는 역시 보통 닭이 아니었다.
이쁜이가 가고 나서는 왠지 흥이 나지 않아 해금은 케이스에 넣어 그대로 보관만 하고 연주하지 않은지 10년이 넘었다. 먼지 쌓인 해금을 꺼내 볼 때마다 해금만 켜면 달려와 혼내주던 이쁜이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