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쁜이는 흙놀이(흙목욕)을 좋아했다. 화단이나 흙통에 들어가 온몸의 깃털을 비벼대며 파닥거렸다. 각질과 진드기를 떼어내고, 놀면서 먹은 흙은 소화에 도움을 주어 이쁜 똥을 누게 했다.
겨울에도 춥지 않은 날을 골라 틈틈이 흙놀이를 하며 건강관리를 했다.
추운 날이 계속되다가 조금 풀린 날, 오래간만에 올라간 옥상 흙놀이 통은 동네 고양이들의 화장실이 되어있었다.
그날은 똥을 치우느라 흙놀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 흙놀이를 하러 올라간 옥상에서 웬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이쁜이는 자기 놀이통에 똥을 싼걸 아는지 그냥 화가 난 건지 고양이에게 덤볐다. 고양이는 내가 발을 굴러 쫓아냈다.
이쁜이는 도망가는 고양이의 뒷통수에 대고 승리의 꼬끼오를 외친 뒤, 깨끗이 치운 통에서 흙놀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