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일찍 깨달았다면 훨씬 괜찮았을 말들
이혼이 성립되자마자 십수 년간 몸담아 오던 회사를 그만두고 실업자가 되었다.
대학 시절부터 재학 중이나 방학 기간 가릴 것 없이 줄곧 아르바이트를 하던 내가
기약 없이 일을 쉬게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퇴사 후 오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백수에 별 볼 일 없는 40대 이혼녀를 반겨주는 곳이 세상에는 그다지 없다는 것을.
뜻한 바가 있어 보험 설계사 일을 시작했는데 주위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그때부터 내가 하는 많은 것들에는 ‘이혼하더니 결국 너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서지은 지음, 혜화동, 148쪽
어느 날 모르는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다.
순간 받을까 말까 하다가 “여보세요” 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보험 권유 전화였는데
수화기 너머에서는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한참을 잠자코 듣다가 반 숨 돌리는 틈을 노려 웃으며 얘기를 꺼냈다.
“이미 들어놓은 거예요. 계속 말씀하시면 힘드실 것 같아서요.”
그러자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예전에는 관심 없다는 말로 단칼이었는데, 이제는 수고가 많다 싶다.
예전에는 됐다는 말을 들으면 저쪽에서도 ‘툭 뚜 뚜 뚜...’였는데, 이제는 끝까지 예의를 갖춰 친절하다.
그래. 우리 이제 다 아니까.
우리 모두 다 각자의 방식으로 애쓴다는 거.
그래. 우리 이제 다 아니까.
우리 모두 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