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도 해야겠고 먹고는 살아야겠고
지난 2001년 1월부터 24년째 비영리 교육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83년에 개교한 야학이 전신이고, 교육청에 학교형태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하면서 OO배움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성인과 탈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글교육, 초중고 검정고시 준비를 돕던 야학에서
2000년대 초 탈학교 청소년들의 대안교육을 모색하며 춘천 안의 작은 학교로 자리하고자 하던 시기를 지나 (이때 다니던 친구들이 벌써 아이 엄마 아빠가 되었다. )
2000년 후반부터는 주로 한글, 영어, 컴퓨터 등의 성인 기초문해교육을 하고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비문해자라고 하고 글을 깨우치는 교육을 문해교육이라고 한다. 지금은 영어, 컴퓨터 등 생활에 두루 쓰이는 영역까지 문해교육의 테두리 안에 담고 있다.)
기초교육을 받지 못해 한이라는 분
경계선 지능이어서 정규학교를 다녔으나 한글 읽고 쓰기가 어렵고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
먹고 사느라 바빠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지만 비로소 배움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분
자녀, 손주 양육하느라 이제야 배우러 왔다는 분
직장에 다니면서, 장사를 하면서 좀 더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사셨다는 분들까지
학력도, 출신 지역도, 살아온 역사도 참 많이도 다른 분들이 함께 어우러져 따로 또 같이 배우는 공간이다.
이 배움터는 40여 년 동안 한 곳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배움의 공간으로 함께 하고 있다.
야학교사로 살아오면서 밥벌이는 해야겠기에 20년 넘게 투잡, 쓰리잡을 해왔다. 생활비를 버느라 학원, 과외, 식당, 호프, 주점, 장례식장, 야간 콜센터, 디지털 인형 눈알 붙이기라는 데이터라벨링, 영상 자막생성, 온라인 학습 티칭까지 할 수 있는 일은 죄 해본 것 같다. 배움터 수업 시간을 피해서 일을 구하다 보니 남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본업과 부업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계속하느라 조금 바쁘게 살아왔다.
앞으로 또 무슨 일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갈지 짐작이 안 간다.
막연히 가르치는 일이 하고파 야학 문을 열고 들어서서 신입교사 연수를 받을 땐 딱 3년만 해야지 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참 많은 학생들, 교사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의 소회라면 보람 같은 것보다는 그냥 배우고 싶은 사람들과 가르치고 싶은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하던 공간이 참 많은 변화를 겪어왔구나 하는 거다.
여전히 한글반은 글 모르는 분이 한 분이라도 찾아오시면 수업을 열고 있고 영어반과 컴퓨터반도 인원은 들고 날고 할지언정 잘 꾸려가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누가, 언제라도 배우고 싶다고 배움터 문턱을 넘어설 때 구김살 없이 반길 수 있는 내가 되길
배움터 문턱이 닳는 건 상관없지만
전기세, 수도세, 강사비를 걱정하지 않게
최소한의 운영비가 마르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본다.
요즘 배움터는 좀 곤궁한 시기이다.
버려야 할 가구에 붙일 스티커 살 만큼의 잔고가 없다는 교장선생님 말씀에 맘이 아프다. 공과금도 밀렸으니 사비가 들어가고 있을 테다.
돌파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