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이
바람부는 오후에
나는 먼지를 털기위해 창문 너머로 이불을 날리고
너는 다음해 새로운 싹을 틔우기위해
아파트 신축공사 앞에 서서 노란 잎을 털어내고 있구나
나는 오만가지 인상을 써가며 이불을 털어내는데
너는 우아한 몸짓으로 바람따라 잎을 털어내고 있구나
내가 널 먼저 본 건지
네가 날 먼저 본 건지
서로가 아직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사이지만
우리모두는 지금
바람과 더불어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몸으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