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처음이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너무 빨리 이해하려고 한다.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처럼 문장을 쫓고,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아야만 책을 읽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런 독서는 자주 숨이 막힌다.
이해하려는 순간, 문장은 머리로만 남고 마음에는 닿지 않는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책을 ‘해석’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이 문장은 무슨 뜻일까, 이 저자는 왜 이렇게 말했을까.
생각이 너무 앞서다 보니 문장이 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책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들어주자.
그 마음 하나 바꾸자 문장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어떤 문장은 논리보다 감정으로 다가온다.
어떤 글은 지식보다 온기를 남긴다.
책이 전하려는 건 언제나 완벽한 설명이 아니다.
그 속엔 사람의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이미 책과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왕자』를 떠올려보자.
많은 이들이 그 책의 상징과 의미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책이 남긴 건 ‘설명’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외로움, 사랑, 순수함, 그리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
그 감정이 우리를 어린 왕자 곁에 오래 머물게 했다.
이해가 아니라, 공감이 책을 오래 남긴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건 ‘무슨 뜻이냐’보다
‘이 문장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가’다.
때로는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다.
좋은 문장은 해석이 아니라 여운으로 남는다.
그 여운이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움직인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을 때 머리보다 마음을 먼저 연다.
논리보다 감정으로 읽고, 분석보다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그럴 때 책은 더 이상 어려운 글이 아니라
누군가의 진심이 되어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진심이 내 안의 작은 변화가 된다.
공감은 이해보다 오래 남는다.
이해는 지식을 주지만, 공감은 관계를 만든다.
책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공감으로 시작된 독서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 문장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 속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