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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책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독서는 처음이지?

by 에밀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상한 순간이 온다.

 분명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문장이 나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면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한다.

 누군가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아서.


 나는 오래도록 책을 ‘세상을 배우는 창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책 속의 인물들이 한탄하고, 주저앉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 속에서

 나는 내 모습을 본다.

 그들의 실패는 내 지난 날 같고,

 그들의 용서는 내가 아직 못한 일 같다.


 『연금술사』의 파울로 코엘료는 말했다.

 “진정한 보물은 멀리 있지 않다.

 그건 이미 네 안에 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그 보물을 찾으러 떠났다 다시 내 안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책은 내 안에 숨어 있던 생각을 불러내고,

 내가 나를 잊고 살던 시간을 천천히 복원시킨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솔직해진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을 문장에서 마주할 때가 있다.

 ‘나도 이런 마음이었구나.’

 그걸 깨닫는 순간, 책은 단순한 활자가 아니라 거울이 된다.

 그 거울 속에서 나는 변명하지 않고 나를 본다.

 그건 부끄럽지만, 동시에 위로가 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으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꾸준함이구나.”

 그건 단순한 자기계발의 문장이 아니었다.

 그건 나를 다그치지 말라는 말이었고,

 내 안의 작은 변화를 믿어보라는 다정한 권유였다.

 책이 나를 혼내는 게 아니라,

 ‘괜찮아, 다시 시작해도 돼’ 하고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직접 꺼내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빌려 말한다.

 “이 문장이 참 좋더라.”

 사실은 “이게 지금 내 마음이야.”라는 뜻이다.

 책이 없었다면 나도 그 마음을 몰랐을 것이다.

 문장을 핑계로 내 감정을 알아보는 시간 —

 그게 바로 독서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책은 나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이런 사람도 있고, 이런 생각도 있다.

 그리고 묻는다.

 “너는 어떠니?”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늘 잠시 멈춘다.

 어쩌면 그 잠깐의 멈춤이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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