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텀블벅 영퍼센트 Dec 10. 2021

창작자의 책상 : 디자이너

책상 위 다양한 도구로부터 프로젝트 탄생까지의 창작 과정 

여러분의 책상에는 무엇이 놓여 있나요? 책상은 창작이 시작되는 가장 빛나는 장소입니다. 포스트잇 하나에 적어놓은 아이디어가 환상적인 소설이 되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끄적이고 덮어둔 드로잉이 멋진 전통 노리개로 변신하지요. 무엇보다 그 책상에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흔들리고, 다잡으며 나아간 이들의 흔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디자이너 3인의 창작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책상을 같이 훔쳐보아요.


디자이너의 책상에는 무엇이 놓여 있을까요? 디자이너 3인의 책상을 공개합니다. 휴대용 노트부터 전통매듭, 각종 연장까지. 책상 위 다양한 도구로부터 프로젝트가 탄생하기까지 창작 과정을 만나봤습니다.



아무개즈

그림 도구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놓인 책상

1. 드로잉북 및 휴대용 노트들

소지하고 다니기 쉬운 작은 노트들과 드로잉북. 자유로운 작품을 위해선 주변 환경도, 생각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핑계로 밖에 잘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노트를 갖고 다니면서 떠오르는 생각들과 이미지들을 그때그때 기록하고 책상 앞으로 다시 돌아와서 모아온 기록들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합니다.

   

2. 아이패드와 노트북

이미지를 디지털로 변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들이죠! 아이패드는 특히 거의 분신처럼 24시간 함께 따라다니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그림들과 아이디어들이 가득 차 있는, 저한테 제일 소중한 보물이에요.   


3. 아트북과 선인장

한 자리에 오래 못 앉아있는 다소 산만한 성격 때문에 작업하다가 딴짓을 자주 하는 편인데, 그게 의외로 영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아요. 가끔 그림이 잘 안 그려질 땐 물론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작품을 보며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만, 아트북을 직접 펼쳐서 종이 위에 인쇄된 작품을 천천히 들여다보는게 더 와닿고 좋더라고요. 한 두 권씩 눈앞에 두고 딴짓하고 싶을 때마다 종이를 만지작거리면서 펼쳤다가 닫았다 하곤 해요.


식물 중에서는 선인장을 제일 좋아해요. 가끔 다육 식물 파는 농장에서 한두 녀석씩 데려오곤 하는데 제각각 다르게 생긴 특이한 생김새들이 인상 깊더라고요. 마치 저마다 다른 모습, 개성을 지닌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어요. 때로는 남들과는 다른 나의 모습이 비교되어서 슬플 때도 있잖아요. 하지만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닌 그 자체로 아름다운 개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날 바로 만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다육농장에서 만난 식물들을 보고 떠올린 [ep.5 우리의 다름을 모두 사랑해]


책상에서 벌어지는 일

'항상 서로 사랑하고 웃자'는 프로젝트 슬로건에 따라, '사랑, 사계절, 24시간'이라는 키워드만 정해놓고 무작정 손이 가는 대로 그렸어요. 그렇게 완성된 초안을 니트블랭킷으로 제품화하기엔 다소 호불호가 갈리겠다 싶어서 마음에 드는 레이아웃과 요소들을 빼내서 다시 정돈해 최종 디자인을 완성 시켰습니다.


완성된 니트블랭킷과 머그컵


아무개즈

특별한 사람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브랜드 '아무개즈'. 두 명의 아무개가 자신이 가진 행복을 나누고 이에 공감하는 수많은 아무개와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추운 겨울 모든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니트블랭킷, 머그컵 제작중.

프로젝트 보러 가기

창작자 팔로우 하기




도하
힙시크와 전통의 공존



1. 스케치노트

보물이자 가장 소중한 존재. 도하의 방향성과 스타일을 담은 디자인 스케치와 아이디어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정말 중요한 노트입니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들여다보기만 해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원천이기도 해요.  


2. 노트북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들은 노트북에서 이뤄집니다. 2차원적인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일러스트 작업을 제일 많이 해요.   


3. 작업패드

작업패드는 단순하지만 정말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인데요. 도하의 창작품의 샘플 작업들을 주로 진행해요. 패드 위에 올려 사이즈를 맞추고, 재단하면서 예상했던 느낌인지 아니면 수정을 해야 하는지 등을 체크하면서 작품을 완성해갑니다.




책상에서 벌어지는 일

킹블랙의 도안과 샘플

<킹블랙>은 호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노리개입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직접 디자인한 원목 펜던트예요.


1. 호패*와 용보*를 결합한 디자인 작업을 일러스트로 완성해 목공방에 넘기면 펜던트가 제작됩니다.

2. 목공소에서 전달받은 펜던트를 사포와 오일로 마감 작업을 합니다.

3. 굵은 로프 끈에 펜던트를 연결해 위아래로 매듭을 지어요. 아래쪽은 '옥'을 함께 넣어 매듭짓습니다. 그다음 삼봉술을 매듭과 연결해주고, 위쪽 매듭에는 편하게 여닫을 수 있는 잠금장치를 연결시켜 고리를 만들어 주면 마침내 완성됩니다.


*조선시대 16세 이상의 남자가 차고 다닌 패. 지금의 신분증명서와 같은 것

*왕, 세자, 세손 등의 예복에 용을 수놓아 붙이던 헝겊 조각


완성된 매듭 <킹블랙>

도하

한국 전통을 모티브로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 전통 디자인에 다양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현대인의 일상에 어울리는 제품을 만든다. 호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5가지의 매듭 노리개 <킹블랙> 프로젝트 진행 중. 호패와 용보를 결합한 원목 펜던트, 옥, 삼봉술, 5가지 구성의 매듭들이 조합되어 전통의 멋스러움과 블랙컬러의 힙시크한 느낌이 공존한다.

프로젝트 보러 가기

창작자 팔로우 하기



오들리 파르페 

책상에서 바다를 만드는 방법

왼쪽부터
1. 토치에 사용하는 가스

2. 핸드 토치

3. 샌딩을 위해 사용하는 종이사포와 스펀지 사포

4. 샌딩 후 광을 낼 때 쓰는 광택기

5. 반지의 치수를 재는 봉게이지

6. 캘리퍼스

7. 핸드피스

8. 니퍼 

9. 롱노우즈

10. 열풍기


샌딩이나 광작업*은 분진이 발생하므로 레진 작업용 책상과 다른 책상에서 작업하고, 사진 속 책상에서는 레진 작업 중 파도를 쌓는 작업이나 몰드 작업, 혹은 부자재 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과 자재의 사이즈를 한 번에 측정하기 쉽도록 책상에는 줄자를 항상 붙여놓습니다.

*오브젝트의 겉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광을 내는 작업



책상에서 벌어지는 일


1. 숨비와 파도 반지도 처음 제작에 들어갈 땐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레진을 교반해(섞어)줍니다. 레진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데, 숨비 오브젝트와 반지 제작에 사용되는 레진은 열경화성수지에 속합니다. 이런 열경화성 수지는 주제와 경화제가 따로 있어 이를 비율에 맞게 교반해야 레진을 알맞게 경화할 수 있습니다.


2. 충분히 교반한 레진을 사용할 몰드에 부어줍니다.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에 따라 몰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다른 여러 재료와 프레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나무나 아크릴이 표현할 주제의 바탕이 되는 때도 있습니다. 숨비와 파도 반지는 레진의 물성을 가장 앞세운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몰드를 사용하여 최종 형태가 다른 바탕재 없이 존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진은 빠른 촬영을 위해 교반한 레진을 바로 몰드에 넣고 있지만, 평상시에는 교반 후 생긴 레진의 기포를 충분히 제거한 후 몰드에 넣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작업하시기를 권해요. 이렇게 레진 교반 및 경화 작업을 반복한 다음 경화된 레진을 오브제에서 탈형합니다.



3. 탈형 후는 샌딩의 차례입니다! 샌딩과 폴리싱 작업을 거쳐야 원하던 매끈한 오브젝트가 완성되죠. 장갑을 착용한 후 거친 사포에서부터 부드러운 사포까지 반복해서 작업합니다. 거친 사포로 작업할 때 오브젝트의 형태를 잘 다듬어주어야 마지막까지 좋은 작업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4. 이 단계부터는 숨비 오브젝트의 사이즈가 좀 큰 관계로 촬영이 용이하지 않아 파도 반지로 사진 촬영했습니다. 사진에 사용된 도구는 캘리퍼스입니다. 정밀 측정이 가능한 도구죠. 사진처럼 반지의 두께도 젤 수 있고, 내경과 외경의 지름, 제작하고 있는 작품의 내부 깊이 등도 측정이 가능합니다. 반지의 경우 샌딩 중 한쪽이 너무 얇아지거나 두꺼워지면 안 되기 때문에 종종 캘리퍼스를 사용해 두께와 높이 등을 측정합니다. 작은 반지 하나도 섬세하게 작업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와요.



5. 샌딩을 멋지게 완료했다면 광을 낼 차례입니다! 사진은 이미 광 작업을 끝낸 반지를 사용하긴 했습니다. 반지와 숨비 오브젝트는 광 작업 시 사용하는 기계가 다른데, 숨비 오브젝트는 커다란 광택기를 사용해 광을 내고 파도 반지는 사진 속의 핸드피스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작업합니다. 핸드피스는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계입니다. 치과에서 들리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바로 이 기계에서 나는 소리예요. 끝의 바를 어떤 것으로 교체하여 사용하는 지에 따라 다양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저는 주로 무언가를 깎거나 샌딩할 때, 그리고 광을 낼 때 사용해요. 공을 들여 모든 면에 꼼꼼히 광을 내면 드디어 반지가 완성된답니다.


완성된 파도반지. 


오들리 파르페

레진의 독특한 물성을 탐구하며 다양한 창작품을 만드는 공예가이자 퀴어아티스트. 변화와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펼쳐낸다. 단순한 구의 형태를 가장 극적으로 활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빛의 방향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안에 담긴 바다의 모습이 달라지는 오브제 숨비와 문진, 파도의 결을 담은 반지 제작중.


프로젝트 보러 가기

창작자 팔로우 하기



↪ 텀블벅 프로젝트 구경하러 가기


홍비

디자인 최재훈 

매거진의 이전글 매년 첫 보름달이 뜨면 우린 떠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