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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Mar 01. 2023

MBTI에 대한 오해 (4) : N vs S (上)

'직관'과 '오감'의 진짜 의미

   다음은 정보 수집과 인식 기능이다. 감각형(S)와 직관형(N)은 SNS에서도 흥미로운 비교 대상일 만큼 서로가 극명하게 다른 선호 지표다. 이들이 온라인에서 묘사되는 모습들이 크게 틀리다고 보지는 않지만, 내 딴에는 이들을 좀 더 다층적·종합적으로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이제부터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바를 나만의 표현 방식으로 설명해보고자 하니, 학술적으로 부정확한 표현이 있더라도 큰 오류만 아니라면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우선 직관형(N)의 핵심은 ‘자기 내부의 다이나믹이 우선되는 유형’이다. N이 뚜렷한 사람은 자기 주변의 세계를 마주하며 정보를 받아들일 때 자기만의 의미부여, 체계화, 재정립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려고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사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할 때 자신의 주관이 비교적 뚜렷하게 형성된다. 그리고 그 주관으로 다시금 새로운 정보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체계로 정리한다. 이렇게 N들은 자기만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공고히 하는 소재로 정보를 활용한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정보들 그 자체보다도 정보들 간에 부여하는 ‘자신만의 네트워크’에 집중한다. 때문에 정보들을 일일이 들여다보기보다는 그 정보들의 구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큰 맥락을 살피고자 한다. 그래서 많은 정보들 속에서도 핵심을 파악하는데 능숙하며, 세부적인 정보에 약간의 편차가 있더라도 전체적인 경향이나 결론에 치명적인 오류를 내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이 ‘나무’보다는 ‘숲’을 먼저 보려는 성향인 것이다. 이렇게 거시적인 관점으로 대상이나 상황을 살피기 때문에 정보들을 연결하여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통찰력이 깊어지고,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연결하기 힘든 제3의 아이디어나 다양한 질문을 떠올리기도 한다. N들이 어떻게 보면 창의성이 뛰어나고, 어떻게 보면 잡생각이 많다고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렇게 N은 S보다 상대적으로 상상을 풍부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린다. 그들의 눈은 이미 결정된 세계인 현재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세계인 미래를 향한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변화를 더 수용하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며 다양성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렇기에 S에 비해서 이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업무를 수행할 때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틀이 주어져있다면 그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나가는 것을 좋아하며, 너무 세부적인 사항까지 규칙으로 정해져있는 방식을 다소 답답해한다. 이들의 방식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파격적이어서 혼란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큰 흐름이나 맥락을 우선한다는 점은 뒤집어보면 각각의 정보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이들은 정보를 인식하고 다룰 때 이미지, 느낌 등의 추상적인 형태를 사용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무언가를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주된 핵심이나 뉘앙스 등은 잘 파악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왜곡해서 기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할 때도 세부적인 차원에서 논리를 잘 연결하지 못해 허술한 경우가 있고, 이를 크게 개의치 않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나 생각을 외부에 표현할 때도 이를 구체적이고 명확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언어보다 더 직관적이고 다층적인 이미지와 느낌이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N들이 자신이 품고 있는 의미들을 언어의 그릇이라는 한정된 범위에 담아내기란 상당히 고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가능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력을 갖추거나 음악, 그림, 신체 동작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하는 법을 익힌다면 놀랍도록 창의적인 표현을 해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예술계 직군에 N이 뚜렷한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한편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다는 점은 주어진 현실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주어진 현실이 어떻다 하더라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지향하고자 하는 미래가 있다면 이를 향해 현실을 바꾸려 하는 것이다. 이는 현실이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일 때 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는 능동성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어진 상황에 본인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 심한 불만 표출로 공동체의 화합을 방해하는 이질감이 되기도 한다. N이 바라보는 가능성의 미래가 누군가에게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일 수도 있는데, N이 경직될 경우 자신의 이상을 절대화하여 이에 맞지 않는 모든 체계나 규칙에 반론을 제기하고 수용을 거부하는 외골수가 된다는 한계가 있다. N의 이런 특징은 주어진 현실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선인장의 가시’가 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감각형(S)의 핵심은 ‘자기 외부의 자극과 정보가 우선되는 유형’이다. S가 뚜렷한 사람은 자기 주변의 세계에서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일 때 그 정보의 내용 자체에 집중한다. 그리고 정보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점들을 기반으로 의미를 추론하여 대상에 대한 자신의 인식 체계를 형성한다. 이후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들이 기존의 인식 체계와 부합하면 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연결하고, 다르다면 기존의 인식을 수정하여 새로운 정보까지 통합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인식 체계를 만든다. 이렇게 S들은 자신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정보를 활용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어느 정도 이상의 정보가 주어져야 분석과 판단 등의 사고를 할 수 있다. 정보들은 판단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판단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N이 정보들 사이에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면 S는 정보들 사이에 가장 개연성 있는 네트워크를 도출하고자 한다. 때문에 그 기반이 되는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크고, 각 정보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진위여부나 구체적인 사항을 따지려 한다. 기초 데이터가 잘못되면 그에 기반한 분석과 판단 또한 잘못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숲’보다는 ‘나무’를 먼저 보려는 성향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시적인 관점으로 대상이나 상황을 살피기 때문에 정보를 다루고 분석할 때 그 정확성이 높아지고,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나 언뜻 보아서는 파악하지 못하는 맥락을 발견해내기도 한다.


   S에게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다. 왜냐면 그래야 세상에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확한 이해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통해 가능하므로 S는 항상 정보의 구체성과 사실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고하며 판단하는 방식 또한 현실적·실용적인 방향을 선호한다. 그래서 이들은 현재에 관심이 많고 어떤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 이전에 가능한 정확하고 폭넓게 실태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충분한 정보와 시간이 주어지면 이를 소화하여 정확하고 실용적인 분석이나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자신이 알고 생각하는 바를 말할 때도 구체적으로 설명·묘사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들의 설명은 풍부하고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지만 자칫하면 너무 장황하고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현실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거나 정보가 별로 주어지지 않은 상상을 할 때는 창의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고, 상상하는 것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한다. S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잘 떠올리기 어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S는 정보가 부족하고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변화무쌍한 세계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일관적인 세계를 더 좋아한다. 그렇기에 막연하고 추상적인 미래보다는 명확하고 오감으로 파악할 수 있는 현재에 더 집중하고, 이론적으로만 성립하는 가설이나 가능성에 모험을 하기보다는 실제 경험이나 이전의 사례로 검증된 사실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려 한다. S가 전례, 관례, 기존의 체제나 가이드라인을 선호하고 필요로 하며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유라고도 생각한다. 이런 성향이 건강하게 나타나면 조직 내에서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와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이 되지만, 경직되면 변화와 새로운 시도 자체를 두려워하는 강박이나 거부하는 완고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자기 외부의 자극과 정보를 우선한다는 점은 바꿔 말하면 주어진 현실을 잘 수용하는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왕 현실이 그렇다면 그것에 다른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것에 맞게 사고방식을 맞추어 적응해나가는 일을 우선하는 것이다. 이는 어떤 상황에 맞춰 효율적인 행동 방식을 떠올릴 수 있는 유연한 적응력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어진 상황이 심각하게 위험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더라도 이를 바꾸려 하지 않고 그냥 순응하는 수동성이 될 수도 있다. 변화 자체는 중립적인 것이며 그 결과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데, S가 경직될 경우 변화 자체를 다소 부정적으로 여겨 꺼리다보니 긍정적인 결과를 위한 변화의 시도마저도 포기하거나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기도 한다. S의 이런 특징은 자신이 경험하고 접한 세계를 쉽사리 넘어서지 못하고, 새로운 기회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는 ‘코끼리의 말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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