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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굽쇠 Mar 08. 2023

MBTI에 대한 오해 (5) : N vs S (下)

직관형과 감각형의 삶의 모습

   이처럼 N과 S가 ‘정보 수집과 인식’에 대한 기능이다 보니 10대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스타일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N이 뚜렷한 학생들은 대체로 학습하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핵심 주제는 잘 파악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 진도를 잘 나가는 듯하다. 그리고 어떤 내용을 제대로 익히면 이를 활용해 문제 풀이에 잘 활용하거나, 학습 내용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질문들을 많이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보는 잘 기억하지 못하고 흘리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은데 문제 풀 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생이 파악한 핵심에 디테일한 내용을 덧붙여서 연결짓는 연습을 많이 시킨다. 또 시험 대비 경험이 적은 학생들은 시험이 아닌 자기 기준으로 학습 내용의 중요성 여부를 판단하거나, 시험 대비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생각을 많이 확장시키기 때문에 이런 방향성을 교정하기도 한다.


   반대로 S가 뚜렷한 학생들은 대체로 교과서나 문제집의 디테일한 정보들을 잘 기억한다. 적힌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달달 외우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구석에 적힌 각주 같은 것도 외운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프린트에는 선생님의 사소한 말까지 꼼꼼히 필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소화하려는 욕심이 지나치다보니 혼자 공부할 때 진도를 잘 나가지 못한다. 그리고 공부하는 내용의 주제와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중요해 보이는 내용에 밑줄을 치라고 시키면 다 중요한 것 같아서 모든 줄에 형광펜을 긋는 식이다. 이런 경우 교과서의 학습 목표나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포인트 중심으로 암기를 우선하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공부한 내용을 큰 흐름에 맞춰 스스로 정리해보도록 연습시키면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 제도 하에서는 S가 강한 학생이 좀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S가 강한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뜻이 아니라, 많은 내용을 주고 디테일하게 암기하여 시험 대비를 해야 하는 선발식 시험을 위해서는 S가 뚜렷할수록 자신의 강점을 더 살리기 쉽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N이 턱없이 불리한 것은 아니며 각자 장단점이 있기에 충분한 연습과 보완을 통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옛날 산업화 시대 당시 많은 내용을 빨리 주입시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고 일정 방향에 맞춰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 지금 시대에 와서도 얼마나 유용한가? 하는 고민은 항상 있다. 교육과정이 몇 년에 한 번씩 바뀌며 교과서와 수업 방식 등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요즘 학생들을 보며 느끼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은 대학 입시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중간에 아무리 다양한 교육을 계획하더라도 그 끝은 결국 대입 시험 대비로 귀결되는 한계가 보인다.


   막연히 대입은 나쁘고, 시험을 위한 공부는 비생산적이라는 등 기존의 체제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현 체제가 학생들에게 주고 있는 장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고, 나 또한 그 체제의 수혜자라고 생각하며,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어쨌든 교육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나라 기성세대를 보면 과거에는 S가 뚜렷해지게끔 하는 교육을 선호했으면서 정작 후대에 요구하는 성과나 방향성은 N이 뚜렷했을 때 나타나는 것들인 듯해 씁쓸하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인간상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 그에 못지않게 ‘나와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반감도 과도기적으로 심해지는 것 같지만. 적어도 학생들을 바라볼 때는 우리나라 과거 기성세대가 모범화한 인간상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항상 염두에 두는 점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많이 샜지만 다시 돌아오면, N과 S는 차이점이 비교적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부딪히기 쉽다. 그러나 서로가 화합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N들은 세계와 대면하고 경험을 받아들일 때 주로 자기만의 가설을 세우고 접근한다. 이른바 연역적 사고다. 반면 S는 주로 세계와 대면하고 경험이나 정보를 받아들인 다음 이를 통해 귀납적으로 결론을 도출한다. 실제 사람은 두 가지 정신 활동이 다 일어나지만, N과 S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행동 패턴 또한 달라지게 마련이다.


   또한,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N은 항상 무의식이 의식의 영역에 흐르고 있고 S는 일부러 생각을 만들어내야 의식이 흐르는 듯하다. 그렇기에 ‘멍 때리기’에 대한 개념도 서로 다르다. N에게 멍 때리기란 자기 생각을 통제하는 다이나믹의 부재다. 비유하자면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전자들이 무작위로 돌아다니는 상태와 비슷하다. N들이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할 때도 S가 보기에는 생각 자체가 존재하는 이유다.


   반대로 S에게 멍 때리기란 외부를 향한 감각을 닫고 자기 생각 자체를 정지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물이 흐르는 수도꼭지를 잠궈서 물이 나오지 않는 상태와 비슷하다. N이 보기엔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신기할 수도 있다. 물론 S가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닐 테니, 자신의 무의식을 감지하는 정도가 N보다 낮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어떤 일을 할 때 20%의 에너지로 80%의 핵심을 채우고 80%의 에너지로 20%의 디테일을 채운다고 하자. 그러면 N은 전자에 집중하고 S는 후자에 집중하는 편이다. 둘 다 중요함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N은 후자의 필요성을 전자보다 덜 느끼고, S는 전자로 만족하기에는 아무래도 성에 안 찬다. 그래서 N는 S가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쓴다고 느끼고 S는 N이 허술하고 일을 대충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서로에게 도움을 받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S는 N에게서 깊은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N는 업무의 실현 가능성과 안정성, 디테일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각각의 개인을 보더라도 어느 한쪽만 잘해서는 자신의 역량 성장에 한계가 있으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직종이나 업무 특성 등에 따라 자신의 원래 선호경향과는 다르게 인식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 꼭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양쪽을 활용하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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