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차장은 무심코 캐비닛을 열다가 화들짝 놀랐다. 부서장인 P 국장이 옆에 서있다는 걸 깜빡했다. 서둘러 꽝 소리가 날 정도로 캐비닛 문을 닫았다. P 국장이 “이게 뭐지”라며 손을 뻗자 손등을 탁 치기까지 했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결에.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순 찾아온 정적. K도 P도 그대로 얼음 땡. 서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할 말을 잃어버린 상황. 먼저 입을 연 것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P 국장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상사 손을 치다니. 그리고 이건 다 뭐야. 내가 모르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물품들이라서요….”
“개인 물품? 개인 물품을 왜 회사 캐비닛에 저렇게 쌓아놔. 이 사람이 정말. 뭔지 정확히 말 못 해.”
“아 국장님,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별거 아니에요.”
당황한 K 차장이 얼버무리며 P 국장을 돌려세우려 한다. 마침 점심 식사를 마치고 몰려오는 부서 직원들. P 국장은 차마 언성을 높이지 못한다. 나중에 조용히 불러다 족쳐야 할 일이라고 판단한다. P 국장은 흥분한 상태로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어떻게 사태를 처리해야 할지 말이다.
P 국장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캐비닛 안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봉투들. 하단부가 각져서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딱 봐도 돈 봉투들이다. 가지런히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여있는 돈봉투. 누군가 정성들여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잠깐 봤지만 어림잡아도 족히 백 개는 넘을 것 같다. 만 원권이라면 수천만 원, 오만 원 권이라면 억 단위도 넘을 수 있는 액수가 분명하다.
P 국장은 곰곰이 생각한다. 사무실 케비넷에 돈 봉투라니. 무슨 돈 봉투일까. 개인 물품이라고? 직원들이 회사 케비넷에 돈 봉투를 둔다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어디서 받은 것들이다. 그것도 부서장인 나도 모르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P는 어떻게든 일의 전후 사정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돈 봉투를 처리하겠다고 다짐한다.
P 국장은 회사에서 소문난 원리원칙주의자다. 이런 일이 있었다. P가 맡고 있는 부서에서 저녁 회식이 있었다. 1차가 끝나고 P는 귀가했다. 부원들끼리 2차를 갔다. 여직원들은 빠지고 남자 직원들끼리. 그리고 2차 비용을 다음날 회계담당 직원에게 청구했다. 비용이 꽤 나왔다. 혈기방장한 미혼남끼리 어디를 다녀왔는지 알만한 금액이었다. 회계담당은 내키지 않는 얼굴로 결재해 줬다. 그 일을 P가 알게 된 것이다. P는 크게 화를 냈다. 개인적으로, 그것도 일부 남자부원들만, 허용되지 않은 곳에서 마신 술을 법인카드로 계산해 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소리쳤다. 그리고 예외 없이 사유서를 쓰게 했다. 부원들은 그런 일에 징계라니 너무 한다고 툴툴거렸다. 그 옆 부서, 옆옆 부서도 다 그렇게 한다고 불평을 늘어놨다. 그뿐 아니다. 사무용품부터 교통비까지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지적하고 지적하고.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란이 일어났다. 연말 인사평가 때 같이 일하기 힘든 부서장이란 불평이 쏟아졌다. 부원들이 한꺼번에 동시에 들고일어난 것이다. 동기 과장들과 국장 승진경쟁을 벌이고 있던 P에겐 큰 타격이었다. 결국 승진 경쟁에서 밀려 한직으로 쫓겨났다. 그런 아픔을 겪은 후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하지만 돈봉투 사건까지 그냥 넘길 그가 아니다. P는 생각한다. 잘못된 게 있다면 당장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그게 자신도 살고, 회사도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일이 지금이라도 드러난 게 천행이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으니 해명이 가능하다. 전임자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지금이라도 돈 봉투를 모두 회수해서 경찰들이 하듯, 바닥에 증거품을 쫙 깔고 사진 촬영한 후 공개하는 방법 밖에 없다. 관련돼 있는 놈들은 다 규정에 따라 문책하면 될 일이다. 잘하면 특진이나 공로상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하들의 집단반발로 상처 입은 평판도 회복할 절호의 찬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P국장은 ‘끙’하고 입맛을 다신다. 상대가 K 차장이기 때문이다. K는 잘 생기고 일 잘하는 직원이다. 팀원들과의 팀 웍도 좋다. 4명의 팀원이 정말 똘똘 뭉쳐 일한다. P국장도 비결이 궁금할 정도다. 술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따로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끈끈한 팀 웍이다. 거기다 최근 회사에서 처음으로 모 정부 부처 발주 사업을 따내 주목도 받고 있다. 업무 능력도 리더십도 다 평가해 줄 만하다.
문제는 과거사다. 어렸을 때 회사 돈을 빼돌렸다가 회계 감사에서 들통났다. 누가 봐도 퇴사각이었으나 그 재능을 아까워한 사장이 감봉 6개월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 후 성실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며 평판 회복 중이다. 여기저기서 요즘 일 열심히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만약 돈 봉투가 맞다면, 어디서 불법으로 뇌물을 받았다거나 회사 돈을 횡령했다면 K는 이번이 끝이 될 것이다. P는 K차장을 생각할 때마다 골치가 아프다.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일 것인가 살려놓을 것인가.
이성적으로는 K를 엄히 다루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솔직히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다. K 차장을 징계한다면 부작용도 만만찮을 게 뻔하다. 가뜩이나 사람이 없어 허덕허덕 돌아가는 부서다. K와 관련 직원들이 징계받고 쫓겨나면 당장 올해 사업 꾸려가기도 버거울 것이다. 연초 신년 업무보고 때 의욕적으로 이런저런 사업을 보고했고, 그 진행 상황을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터다. 부서 주력인 K 차장이 빠질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역시 조용히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 직원들 잘 설득해 돈 봉투 회사에 자진 반납시키고 깨끗하게 새 출발하게 만드는 게 베스트다. 어떻게 하든 일단은 저들이 돈 봉투를 빼돌리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금요일 오후. 사무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P와 K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된다. 증거 인멸 막고 자백을 받으려는 P 국장과 어떻게든 증거를 빼돌리려는 K 차장 간의 숨 막히는 대치상황. 사실 K 차장이라고 하지만 K 차장과 그 팀원들, 즉 K 일당이라고 하는 게 맞는다. K가 단독으로 움직였을 리 없다. 그리고 뇌물 등을 회사 캐비닛에 넣었다면 모두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K의 빨리 돌아가는 머리를 감안했을 때 그런 일을 혼자 했을 리 없다. 부하들을 운명 공동체로 엮어 완전 범죄를 기획했을 것이다. 어쨌든 P 국장은 이 쯤해서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퇴근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소변이 마려도 꾹 참는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언제 K 일당이 캐비닛에서 돈을 빼돌리고, 나 몰라라 할지 모른다.
K 일당은 P 국장의 눈치를 살살 보고 있다. P 국장이 불러도 외부 회의 중이라고 핑계를 대고 대면을 피한다. 시간을 끌다가 P 국장이 자리를 비우는 틈타 돈 봉투를 빼돌릴 심산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 P 국장이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 그러나 기회가 없는 게 아니다. 금요일 오후 실패하면 토요일 새벽에 출근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때 마침 사내 방송이 울린다.
내일 토요일은 대청소의 날입니다. 외부 청소용역회사가 들어와 각층을 청소할 예정이오니 중요한 물품들은 미리미리 치워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웬일인가. K 일당은 쾌재를 부른다. 하늘이 돕는 모양새다. 대청소를 핑계 삼아 P 국장이 퇴근하면 케비넷을 깔끔하게 비우면 된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 일마저 여의치 않게 된다면? P국장이 오늘 퇴근하지 않고 내일까지 버틴다면? K는 심호흡을 한다. 차선책을 써야 할지 모른다. 대비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살아날 길이 있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거기다 K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지 않은가.
그 사이 P 국장은 갈등에 빠진다. 지금이라도 한 놈씩 불러다 족쳐야 하나. 아니면 오늘 아예 회사서 날을 새야 하나. 내일 혹시 놈들이 휴일인 틈을 타 나올지 모르니 내일까지 쭉 버텨야 하나. 골치가 아프다. 일단 경고는 해야 한다. 모두 들으라는 냥 관리부에 큰소리로 전화를 건다.
아, 관리국장님이시죠. 수고 많으십니다. 내일 청소하신다고요. 네. 관련해서 하나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요즘 사내 도난사건이 몇 건 있었잖아요. 네네. 저도 좀 걱정돼서요. 내일 청소도 있고 한데 혹시 그 틈을 타서 무슨 일이 있을까 우려돼서요. 오늘 저녁부터 좀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각층 사무실은 물론이고, 지하 주차장에 드나드는 차량까지 좀 더 봐주세요. CCTV도 잘 봐주시고요. 아, 네. 제가 오지랖 넓게 이런저런 말씀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네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어느새 퇴근 시간이 지났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 유독 K차장 팀만 전원이 퇴근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왜 그 팀은 퇴근하지 않고 남아 있느냐. 퇴근하라, 는 말에도 다음 주 행사 준비가 있다, 며 뭉기적 대고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일은 무슨 일이겠나. 필시 지 놈들끼리 작전을 짜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겠지. 어디 하는데 까지 해보시지. 내가 니들 맘대로 되게 놔둘 성싶으냐.
P 국장은 K 일당 쪽을 향해 썩소를 날린다. 어느새 밤 11시. P 국장은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화장실은커녕 그 좋아하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건물 밖 흡연 장소도 다녀오지 않는다. 저렇게 철통방어라면 어쩔 수 없다. 플랜 B로 갈 수밖에. K 차장이 흥미롭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절대 P가 거부할 수 없는, 너무 달콤한, 실패 가능성 제로의 카드를 준비시킨다. 바로 막내 C 대리다.
C 대리가 누구인가. 30대 초반의 팔등신 미인. 사내 여신으로 불리는 여직원이다. 모든 남성 직원들의 워너비 여자 친구. 그녀가 P 국장 방 쪽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코맹맹이 소리로 말한다.
국장님 피곤하지 않으세요. 괜찮으시면 저 맥주 한 잔 사주세요.
모든 귀가 국장 방 쪽으로 쏠린다. P 국장이 눈을 들어 C 대리를 본다. 뻔한 작전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쏠린다. 항상 곁눈질로 훔쳐보기만 하던, 정면으로 볼 용기마저 않았던 이쁜이. 딸 같은 나이지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녀의 쫑긋 올라간 힙과 늘씬한 종아리, 봉긋한 둔덕을 볼 때마다 불끈불끈하는 걸 느낀다. C 대리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P 국장은 잠깐 고민하든 듯하다 승낙한다.
그래? 그럼 모두 같이 가도록 하지. 안 그래도 나도 할 말도 있고 말이야.
K 차장 일당과 호프집에 마주 앉은 P 국장. ‘그래 네 놈들이 그동안 한 짓을 이제부터 소상히 고해보라’는 식으로 고개를 젖히고 말없이 그들을 꼬나본다. K 차장. 나이는 40대지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본 능구렁이다. 일단 C 대리에서 한잔 말아보라고 한다. C 대리. 남자 여럿 죽인 솜씨로 능숙하게 폭탄주를 말아 돌린다. 소주 1, 맥주 5의 황금비율로 반 잔만 채운다. 한 모금에 떨어 넣을 수 있는 양이다. 모두 한 잔을 들이켠다.
K 차장이 묻는다. 국장님 자주 피곤하실 텐데, 그럴 때는 뭘로 스트레스 해소하세요. 어쭈 이놈 봐라. 무슨 꿍꿍이야. 이 대목에서 웬 내 건강 걱정? 그러나 K 차장이 답할 틈을 주지 않고 들어온다. 야동이나 몰카 사진 이런 게 도움이 되시든가요. 뭐야. P 국장이 발끈한다. 하마터면 테이블을 내리칠 뻔했다. 이게 어디서 감히. P 국장은 입술을 깨문다. K 차장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렇지. 그렇게 나오셔야지.
P 국장은 발끈했지만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평소 바른생활 사나이, 원칙주의자 소리를 듣지만 최근 망신살이 ‘뻗칠 뻔’ 한 일이 있었다. 화장실에 핸드폰을 두고 나왔는데 그 안에 들었던 내용 일부가 사내 게시판에 올라간 것이다. 보안 패턴이 ‘Z’이나 ‘ㄹ’처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터라 금세 해킹당했던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있는 동영상과 사진들이다. 특히 여성의 하체 사진은 누가 봐도 사내 여직원을 도촬 한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었다. 누구의 핸드폰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했으나 게시자는 ‘평소 점잖은 척 다하시는 사내 간부의 핸드폰’이라고 힌트를 줬다. 점잖기 힘든 업종상 점잖다는 평을 받는 사람이 극히 드문 회사여서 대번에 혐의자가 몇 명으로 줄었다. P 국장이 그중 한 명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었다.
핸드폰을 금방 되찾았으나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수군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했다. 그래도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 아니던가. 어느새 소문은 사그라들었고, 모든 게 잊히는 듯했다. 그렇게 반년도 더 지난 얘길 K 차장이 여기서 다시 꺼낸 것이다.
그제야 P국장은 깨닫는다. 이 놈이었구나. 언제나 옆에서 살랑거리며 별의별 알랑방구를 다 뀌었으나 항상 믿음이 안 가던 녀석. 항상 뭔가 모반을 꾀하는 듯 음흉한 구석이 있었던 놈이었다. 네 놈이 내 핸드폰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꺼내 유포시키고, 나를 망신시키려 했던 거구나. P 국장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K 차장을 노려본다.
K 차장이 빙글빙글 웃으며 C에게 소맥 한잔을 더 말아보라고 한다. C가 한잔을 더 돌린다. P 국장이 벌꺽 들이킨다. K 차장이 그제야 말한다. C 대리, 국장님이 자기 엄청 좋아하시잖아. 옆으로 가서 한잔 더 말아드려. 그리고 고개를 들어 P 국장을 천천히 쳐다본다. 그리고 말한다. 목 타시니 한잔 더 하셔야죠. 국장님. 말이 끝나기 무섭게 C 대리가 짧은 스커트를 펄럭이며 P국장 옆으로 와서 앉는다. 긴 생머리. 새큼 달콤한 향수 냄새. 하얗고 긴 다리. P 국장은 침을 꿀꺽 삼킨다.
P 국장은 그제야 또 깨닫는다. 이 게임에서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6 개월 전 사내 게시판에 공개되지 않은 게 두 개 있었다. 핸드폰 주인의 이름과 C 대리의 사진들. P국장은 지금 두 개가 모두 공개될 수 있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P 국장은 그날 대취했다. 그리고 밤새 주점과 노래방을 전전했다. 그 와중에 C 대리와 부르스도 추고, 키스도 한 것 같다. 누군가가 옆에서 ‘잘하고 계시네’라며 사진을 찍은 것 같기도 하다. C 대리와 사타구니를 부비부비를 한 것 같기도 하고, C 대리가 코맹맹이 소리로 “우와 국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정말 딱딱해”라며 놀라는 소리를 한 것 같기도 하다. K 차장과 C 대리가 호텔 방까지 그를 부축해 들어왔고, 그들은 그가 침대에 쓰러져 정신을 잃을 때까지 옆에서 한참 더 부스럭거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확실치 않다. 모든 게 꿈같았으니까.
주말은 그렇게 지나갔다. 월요일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이 다시 찾아왔다. 달라진 게 있다면 K 차장이 초혼인 C 대리와의 재혼을 발표했다는 것과 그 사이 P 국장의 차 트렁크에 쇼핑백 두 개가 실렸다는 것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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