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으로 나쁜 뉴스를 커버하는 특별한 재능

슬직생 꿀팁 48... 상사 편(48)

by 이리천


그룹 내 계열사 대표 K 씨의 이야기입니다. 계열사 회의를 할 때면 회장은 항상 K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웃으며 농담을 합니다. 실적이 좋든 나쁘든 변함이 없습니다. 모두가 K를 부러워합니다.


한 번은 K에게 농담 삼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대표님, 아주 질투날 지경이에요.그렇게 회장님의 총애를 받는 비결 좀 공개해봐요" "ㅎㅎㅎ 뭐 그런 게 있겠어요. 아, 이건 있죠. 항상 좋은 소식을 먼저 전해 드리려고 노력하는 거."


‘후광 효과’(Halo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하나의 긍정적인 특징이 그 사람의 전체적인 이미지나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훌륭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거나, 좋은 학교를 나왔으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거죠. 회사에서 큰 건의 계약을 성사시킨 사람이라면, 다음에도 잘 하겠거니 하고 믿는 것도 같은 매커니즘입니다. 강력한 긍정 평가가 미미만 부정적 인식을 압도해 버리는 것, 그게 후광 효과입니다.


K는 확실히 그 힘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보고 대장’입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회장님께 보고를 합니다. 그런데 나쁜 보고를 하고도 혼나지 않습니다. 거기엔 비결이 있습니다. 먼저 좋은 소식을 전하고, 문제가 있는 보고는 그 뒤에 덧붙이는 겁니다. 회장님, 저희 회사에 이런저런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런저런 문제도 있어서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회장은 피곤한 자리입니다. 수많은 계열사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온갖 문제들을 보고 받습니다. 좋은 소식이 귀합니다. 보고엔 문제와 혼선, 지연, 리스크 등 부정적 단어들이 가득합니다. 성과나 실적, 희망과 기대 같은 좋은 단어는 드뭅니다. K는 회장의 고단함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상사에 맞춰 보고를 포장하고 가공합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그의 보고는 다릅니다. 최대한 긍정적인 내용을 끌어내고, 부정적인 내용도 대안으로 보완합니다.


K의 보고를 들을 때 회장의 표정은 다른 계열사 대표들의 보고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흐뭇한 표정으로 듣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힐링하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K는 항상 웃는 얼굴에 재밌는 얘기로 주위를 즐겁게 하는 해피 바이러스 같은 존재입니다. 계열사 중 가장 실적이 좋습니다. 회장이 K를 먼저 찾고, 그의 보고를 받으며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이유입니다. 아마 K는 회장의 뇌리에 항상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후광'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서운 것은 K의 그런 후광이 부모나 학교 등 누구에게도 신세진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쉬운 말로 자체 발광이라고 해야 하나요. 더 무서운 것은 K가 다른 지인들이나, 직원들에게도 회장과 똑같이 대한다는 점입니다. 좋은 얘기를 먼저하고 하고 싶은 얘기는 뒤로 돌립니다. 좋은 뉴스뒤 나쁜 소식. 상대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소통할 준비를 하게 한 후 본론을 꺼내는 전략. 그게 그의 철칙입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소통합니다. 그러나 상대를 만족시키는 보고와 소통은 드뭅니다. 그걸 할 줄 아는 사람은 단순히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됩니다. K가 회장의 총애를 받고, 모든 계열사 사장들의 부러움을 사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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