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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블루 Oct 10. 2021

문화인류학의 이해

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내 인생에서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것 중에 

손꼽히는 이벤트가 있다면 대학교 2학년 때인가, 

문화인류학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수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학교에서 나오며 친구들과 들뜬 표정으로 만나

길거리에서 떠나가라 " 수능 끝났다! "라고 외쳤을 때도,


내가 바라던 대학교에 감사하게도 합격을 딱 했을 때에도,


대학에 들어가면 이제 모든 시련과 고통이 끝나고 

행복한 미래와 밝은 내일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는 그렇지만은 않았기에 꽤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실제로 대학교를 다니면서 재미있기도 했고, 

설레던 기억들도 물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군대 가기 전에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것은 

대학교 수업 자체는 마치 학원을 다니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네, 

싶기도 하고 이렇게 의미 없는 것을 배우고 나서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것이라면, 


대학 다니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다녔었던 시절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팀플과는 관련 없는 일방향성의 수업들을 들었던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그렇게 생각하던 가운데에서도 몇 가지 내 삶에 영향을 미친 강의가 있었고 

거기서 쌓인 것들이 생각의 폭을 넓혀 주었고 

조금 더 성숙한 인간으로 사고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중에 하나가 아까 이야기한 문화인류학의 이해라는 수업이었는데 

왜 그걸 수강 신청했는지까지는 이미 십 수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20대 초반 시절 나의 사고의 흐름은 기억하고 있기에 되짚어 상상해보자면,


음.. 아마 문화인류학이라는 건 전혀 관심사에 있었을 리는 없고, 

편해 보였는지는 모르겠고


아마 그때 당시 수업을 주 4파, 주 3파 만들기에 꽂혀있었던 터라  

필수과목 신청 후 남는 과목 중 그나마 

들을만한 수업이었을 것으로 예상해본다.


솔직히 십 수년이 지난 지금 

그 수업 자체에서 뭔가 기억이 나는 건 전혀 없고

다만 거기서 과제로 리포트를 하나 작성해야 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써서 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말 그대로 우리 주변에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의 사람이 처음 겪는 것처럼 

새로운 시선으로 그것을 묘사하고 표현해보는 방식으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내 삶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적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플래시 하게 느끼게 만들었고, 

그런 사고방식이 내 사고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소중함이 사라질 때쯤에, 

아니면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때쯤엔,

가끔씩 문화인류학의 이해에서 배웠던 "익숙한 것 낯설게 보기 " 

관찰 방식을 사용해서 다시, 천천히 관찰하게 된다. 


그럼 


모든 것이 감사하고,

고맙고,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편리하게 느끼게 된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때 당시 

그 교양 수업에서 내가 에이플러스를 받았었는데 

그 리포트를 해피캠퍼스 올려서 꽤 짭짤한 부수입을 얻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중에 대부분의 수입은 군 시절 제대할 때쯤 빛을 발하게 되었는데,

부대에 말년에 사이버 지식정보방이라는 인터넷이 가능한 PC가 처음으로 도입되게 되면서 

그 컴퓨터 사용 비용을 해피캠퍼스에서 그" 문화인류학 리포트"를 팔아 

쌓여 있던 적립금을 이체시켜 유용하게 썼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십몇 년 전이니 시간 참 빠르기도 했구먼.


지금이야 군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내부실.. 아니, 생활관이 조용해지고

괴롭힘도 줄고, 주식동아리, 투자 이야기가 활발해졌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 때는 여자 이야기 아니면 갈굼, 썰 등만 가득했었는데 말이지.


뭐, 지금 군대라고 그런 게 없진 않겠지만,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의 비중이 꽤 낮아졌다는 건

그 나름대로 세월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나? 


+


그때 기억이 나서 오랜만에 대학교 시절 성적 조회 및 과목 조회를 했더니

A+가 아니라, A0 였군... (물론 그 성적이 그 학기 가장 좋은 성적이었었다.)


그리고 해피캠퍼스도 오랜만에 로그인해보니, 최근 6개월 전 까지도 내 리포트가 팔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음.. 거의 십여 년 만에 들어온 것 같은데, 수익금이 16천 원이나 발생했다니!


역시... 지식 노동자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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