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영토와 꿈꾸는 타자기

이젠 내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환상의 카페

by 트윈블루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에겐 함께 있고 싶은,

함께 공간을 향유하고 싶은 그런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카페.

나는 연애하기 전엔 전혀,. 까진 아니고 거의 갈 일도 없고,

굳이 머무르고 싶지도 않았던 곳인데


연애를 시작하면서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꽤 느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곳은 두 군데인데


첫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추억으로 갖고 있는 민들레영토다.


그때 당시 민들레영토 대학로 점을 자주 갔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민들레영토는 대학생들에게 상당히 가격적으로 합리적이고

괜찮은, 분위기 있는 공간을 제공해서 그때 당시 무척이나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당시 엄청나게 컸던 성문 같은 나무 재질의 대문을 끼이익 열면,

멋진 유니폼을 입은 남자분들과 메이드스러운 옷을 입은 여자분들이 인사를 하고,

입구를 들어가기 전 로비 같은 곳에는 엄청나게 커다랗고 털 많은 개가 앉아있었던 것 같다.

마스코트처럼 말이다.


들어가면 엽전을 세 개 줬던 것 같은데

그걸로 차도 마시고 음식도 시키고 뭐 그랬던 것 같다.

민토 차가 처음에 나오고, 엽전을 가지고 컵라면을 하나 시키고,

엽전 두 개로 시그니처 메뉴인 치즈 오븐 떡볶이를 시켜서 나눠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에 커플석이 3층인가에 있었는데, 그곳은 어두침침한 분위기였고,

커플석이 모두 영화관 의자처럼 앞을 보게 향해 있어

마음껏 밀회(?)를 즐길 수 있었던,

그런 느낌으로 기억한다.

대학로엔 내 기억엔 민들레영토가 두 개나 있었던 것 같고

그때 당시 줄 서서 들어가기까지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꽤나 추억 속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카페는

꿈꾸는 타자기라는 개인 카페였다.

우리는 닭갈비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는데

자주 가는 닭갈비집 근처에 작은 꼬마 빌딩이 있었고, 그 빌딩의 좁디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이층 다락방 같은 곳에 위치한 카페였다.


정말 말 그대로 꿈꾸는듯한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였고

거기에서 보드게임, 그리고 은근한 조명 아래에서의 셀카 등을 함께 찍으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때까지 나는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초코 음료 같은 걸 먹었을 것 같다.

핫초코를 주로 먹었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미니 서재가 있었고, 그때 당시 인기 있었던 꽤나 볼만한 책들도 여러 권 있어서

같이 책을 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로 했던 거 같은데

보드게임 중에서는 루미큐브를 주로 했던 것 같다.


거기에도 물론 귀여운 마스코트가 있었는데

바로 하얀색 털이 북슬북슬한 고양이였다.

녀석은 무척이나 잠이 많고 애교도 많은 녀석이라서 털을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기도 하고,

꾸벅꾸벅 조는 녀석을 쳐다보면서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추운 겨울 따뜻한 카페에서

2층의 창문을 통해 겨울밤 거리를 보고 있자면

성탄 분위기에 들뜬 사람들이 분주하게 다니고 있고,

우리는 그 장면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나는 핫초코 한 잔을, 그녀는 라테를 홀짝이며

가만히 아무 말도 없이 함께 같은 곳을 보고 있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그 아늑한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떠올리자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라고 나 할까.


안타깝게도 그 두 곳은 없어졌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어딘가 존재하는 환상의 공간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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