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그 입장이 되어보면, 쉽지 않아.
새 천년이라고 불렀던 2000년 시절을 푸릇하게 보냈던 남자들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모두들 한 번쯤은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들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는지 정도는 아마 다들 알고 있는 국민 게임이었지.
유튜브에서 꾸준히 인기 있는 영상 중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 중에 하나가
바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중계해 주는 영상인데
언제나처럼 거기에 댓글 창에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댓글들이 잔뜩 달린다.
여기서 이거 조심해야 한다, 저거 조심해야 한다. 이 유닛은 이렇게 플레이해줘야 되는데
저 부대는 저렇게 운영했어야 되는데 하곤 말이다.
그런 걸 보통 훈수라고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바둑을 잘 하진 않지만
훈수를 둔다는 말이 그저 일반 고유 명사라고 알고 있을 뿐,
바둑에서 파생된 단어라는 건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도 그냥 어른들이 쓰길래 원래 그런 용법을 쓰는 단어려니 했다가
드라마 미생에서 나오는 바둑 용어들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의외로 생활 속 많은 단어들이 바둑 용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곤
적잖이 흥미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플레이어의 옆에서 볼 때는 여기, 저기 감 놔라 배 놔라 하기도 쉽고 잘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보면 무척이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밖에 안 되나'
'왜 여기까지 밖에 생각을 못 하나'
'나라면 저렇게 안 할 텐데'
라고 옆에서 훈수... 까지는 두지 않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내가
막상 입장이 바뀌니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옆에서 훈수 둘 생각만 했던 내가 무척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처럼 하지 않을 하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을 하고
예전에는 옆에서 보기에 대수롭지 않게 보이고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이러저러한 걱정들이 막상 입장이 바뀌어 보니
나 또한 똑같은 입장이 되어 그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도 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렇게 되면 무척 그 상황이 싫어진다.
난 다를 거야
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거야
난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라고 생각했던 콧대 높았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어렸을 적 나의 모습은 자격지심과 소극적인 마인드 때문에 자신감이 없었고,
20대 중 후반 취업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던 시기가 왔고,
승승장구까진 아니더라도
우여곡절 정도는 없이 우상향 하는 삶을 살아왔음에
지금까지 자신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왔다면
지금은
메인 기조는 자신감이 있는 태도는 여전하지만
가끔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을까'라는
약간은 풀 죽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일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이상과는 꽤나 온도차가 있는 현실의 벽과 마주할 때나,
답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관계의 문제, 사람의 문제에 부딪힐 때 특히 그러하다.
오늘은 약간 풀이 죽어있고,
체리필터의 노래가 생각나는 밤이군.
지금의 나는 체리필터의 노래 가사처럼 딸기향 해열제 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내 삶은 찬란하고 매일이 감사한 나날이지만,
가끔은 풀 죽을 때도 있고, 오늘이 그 날인 것 같아.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담아 흘려보내기로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6CFs-4if788
난 내가 말이야
스무 살 쯤엔
요절할 천재일 줄만 알고
어릴 땐 말이야
모든 게 다
간단하다 믿었지
이제 나는
딸기향 해열제 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징그러운 일상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도망갈까
찬란하게 빛나던
내 모습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어느 별로
작은 일에도
날 설레게 했던
내 안의 그 무언가는
어느 별에 묻혔나
가끔 울리는 전화 벨소리
두근거리며 열어보면
역시 똑같은 이상한
광고 메시지일 뿐 야
이제 여기 현실은
삼류 영화 속
너무 뻔한 일들의
연속이야
징그러운 일상은
멈춰 세우고
어디론가 도망갈까
거칠 것이 없었던
내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느 틈에
작은 일에도
늘 행복했었던
예전 그대로의 모습
찾고 싶어
찬란하게 빛나던
내 모습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어느 별로
작은 일에도
날 설레게 했던
내 안의 그 무언가는
어느 별에 묻혔나
찬란하게 빛나던
내 모습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어느 별로
작은 일에도
날 설레게 했던
내 안의 그 무언가는
어느 별에
거칠 것이 없었던
내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느 틈에
작은 일에도
늘 행복했었던
예전 그대로의 모습
다시 찾고만 싶어